여름 농활서 성폭력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여름 농활서 성폭력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 황수진 기자
  • 승인 2019.09.02
  • 호수 1498
  • 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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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막을 수도 있었던 문제
예방 방안 턱없이 부족
학교·중농위 내 회의 통해 방안 마련할 계획

지난 6월 23일부터 29일까지 서울캠퍼스 여름 농민 학생 연대 활동(이하 농활)이  중앙농활추진위원회(이하 중농위)와 논산 농민들 소속된 논산 농민회(이하 농민회) 주최로 진행됐다. 하지만 성폭력 사건이 지난봄 농활에 이어 또다시 불거지면서 중농위의 농활 내 사고관리능력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해자는 농활이 실시된 마을 주민 중 하나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A씨는 “일터로 이동하는 중에 가해자가 ‘(마을 워터파크를 가리키며)너네 여기서 비키니 입고 서빙해야 해’라고 말해서 당황스러웠다”며 “동승한 동기의 표정이 좋지 않자, 그제서야 가해자는 ‘농담’이라며 무마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B씨는 “평소 치료 목적으로 복용하던 약에 대해 가해자가 ‘그 약은 남자들이 여자들한테 짓궂은 장난 칠 때 쓰는 건데 우리 B는 순진해서 안 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가해자가 약 성분에 대해 성적인 뉘앙스로 말하려는 의도를 알아채 반복적으로 ‘치료 목적으로 복용하는 약’이라고 말했지만, 약 성분이 돼지 발정제로 사용된다”며 “여성을 ‘꼬시려고’ 기절시킬 때 사용한다는 말을 계속 했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가해자는 ‘기계와 여자는 3일에 한 번 패야 한다’, ‘남자는 상, 여자는 하다’, ‘여자들이 성 평등을 주장하고 나서 우리나라 경제가 망했다’ 등의 발언을 한 것이 확인됐다. 

B씨는 작업을 마치고 해당 과 학생회장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다. 해당 과 학생회장은 신속하게 중농위 대표 C씨에게도 피해 사실을 알렸다. 이후, 피해자와 해당과 학생들은 사후 조치에 대해 의논했다. 중농위는 논의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기 위해 해당 과의 5박 6일 일정을 하루 앞당겨 일찍 귀가시켰다. C씨는 “농민회에 경고 조치를 내렸고, 해당 마을에 더 이상 농활을 가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중농위의 조치에 대해 B씨는 “피해자 의견을 모두 반영했고, 신속하게 대응했기 때문에 현장에서의 사후 조치가 적절하게 이뤄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가해자에 의한 피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여름 농활까지 총 4번의 농활을 참가한 사학과 학생회장 강근혁<인문대 사학과 16> 씨는 “이번 성폭력 가해자는 원래부터 성희롱 발언으로 논란이 있던 사람”이라며 “농민회에서도 ‘저 사람 저러다가 큰일 난다’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라고 말했다. B씨도 “가해자가 원래 문제가 많았던 사람이라고 들었다”며 “중농위 차원에서 혹시 모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예방 방안을 철저하게 세웠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성폭력 방지를 위한 예방책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강 씨는 “농활 전, 중농위과 농민회는 함께 농활 내 지양할 언행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또한 “농민회는 자체 젠더 감수성 교육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농활 대원들도 성 평등 교육을 받지만 교육이 인식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아 성폭력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B씨는 “가해자는 ‘우리 마을은 농활 잘해왔는데 이걸 문제 삼으면 너희가 나가면 된다’고 말했다”며 “전혀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성 평등 교육에도 불구하고 인식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가해자에 대한 법적 처벌도 쉽지 않다. C씨는 “가해자에 대한 법적 처벌이 이뤄지려면 피해자 당사자가 처벌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B씨도 “법적 처벌은 실질적으로 어렵다”며 “성희롱의 경우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있지만 이는 여러 제한이 있다”고 전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언어적 성희롱은 형법상 명예훼손, 모욕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명예훼손 처벌은 공연성 요건을 만족해야 하기에, 가해자와 피해자 외에 제 3자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가해자와 피해자만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성희롱은 처벌이 어렵다. B씨는 “도의적으로 가해자에게 사과를 요구할 수 있겠지만, 가해자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해 사과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중농위는 문제 근절을 위해 구체적인 예방 조치와 사후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C씨는 “농활 내 모든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현 보고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가을 농활 전에 학교와의 미팅과 중농위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농위는 지난 여름 농활에서 처음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문제 해결에 의지를 보였다. 

농활은 농촌 사회가 점점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생이 농민의 생활을 직접 겪고, 그들과 연대할 수 있는 공간이다. 농활이 농촌 문제와 청년 문제에 관한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는 마지막 소통 창구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농위는 농활의 본래 취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설문 조사를 기반으로 농활 성폭력 문제를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도움: 김민주 기자 mjeve99@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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