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침몰’, 한국에서 떠오를 수 있을까
‘일본 침몰’, 한국에서 떠오를 수 있을까
  • 강동오 수습기자
  • 승인 2006.08.27
  • 호수 1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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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2백억 원을 투입한 초대형 블록버스터 ‘일본 침몰’.
영화는 지진으로 폐허가 된 일본 스루가 만에서 주인공 토시오(쿠사나기 츠요시 분)가 구출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미국은 이 지진이 대붕괴의 전조라며 40년 뒤면 일본이 침몰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하지만 일본에서 자체 조사한 결과는 이러한 예측을 뒤엎었다.

남은 시간은 겨우 1년 남짓, 이 시간 안에 일본이 가라앉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위기를 헤쳐 나가는 방법은 바다 속 지반에 폭약을 설치해 침강하는 대륙에서 분리하는 것 뿐이라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다. 처음 시도를 한 대원은 성공을 눈 앞에 두고 목숨을 잃고, 그 뒤 토시오가 자기 목숨과 맞바꿔 성공한다는 내용이다. 

위기를 겪고 영웅의 희생으로 그 위기를 마침내 극복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줄거리는 ‘아마겟돈’·‘딥 임팩트’·‘버티컬 리미트’ 등으로 이어지는 재난 영화에서 수없이 다룬 것이라 진부한 감이 없지 않다. 또 총리나 대통령이 나와서 대국민 담화를 하는 장면처럼 할리우드 영화에서 많이 봤던 장면이 계속 반복된다.

막대한 자본을 들여서 만든 해일· 지진·화산폭발 같은 특수효과는 사실적이고 훌륭하지만, 영화 중간중간 한 번씩 보여 주는 바람에 내용 전개가 산만하다. 이는 1백35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 긴박감이 없고 지루한 느낌을 주는 주된 요인이다.

여기에 구성의 질감도 떨어지는 편. 모든 국가들이 일본인의 피난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폭약을 설치할 때는 도움을 준다. 게다가 수심 2천 미터가 한계인 잠수정은 아무리 기적이라고는 하지만 3천 미터를 넘어서 임무를 수행한다. 이처럼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도 보인다.

나라가 바다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는데 화산재가 눈꽃처럼 환상적인 모습으로 흩날리는가 하면, 토시오 가족들의 표정은 너무나도 밝다. 관객의 입장에서 나라의 위기를 실감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또 주인공 토시오가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러 떠나기 전 헬기 앞에서 여주인공 레이코(시바사키 코우 분)와 포옹하는 장면은 영상이 영화에서 뮤직비디오로 넘어선 느낌마저 준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할리우드 재난 영화의 고전적인 형식과 스케일을 일본의 상황에 맞게 따라 했다. 우리나라 속담에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다리가 찢어진다”라는 말이 있듯, 할리우드의 아류 이상으로 평가하기 힘들다.

일본에서는 눈부신 흥행으로 영화사를 새로 쓰고 있다지만, 뛰어난 스펙터클과 탄탄한 내용, 그리고 애틋한 사랑 없이 ‘일본이 사라진다’, ‘일본 침몰의 날이 왔다’ 식의 자극적인 홍보 문구와 반일 감정 유발만으로는 한국 관객들의 입맛을 만족시키기는 어려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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