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왕성, 태양계에서 제외돼
명왕성, 태양계에서 제외돼
  • 이지경 수습기자
  • 승인 2006.08.27
  • 호수 1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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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금지화목토천해명’은 이제 옛말

우리 머릿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이라는 태양계를 이제 ‘수-금-지-화-목-토-천-해’로 외워야 한다. 1930년 발견돼 태양계 행성의 막내로 자리하고 있었던 명왕성이 76년 만에 태양계 행성에서 제외돼 *왜행성으로 강등된 것이다.

지난 16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제26차 국제천문연맹(IAU)총 회에서의 주요 논의사항은 행성의 정의에 대한 재수립이었다. 이전에는 행성이란 ‘지구 주위를 공전하는 둥근 천체’라고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허블망원경의 발명됨으로 이와 비슷한 특징을 가진 천체들이 발견됐고 명왕성의 행성 자격은 도마 위의 생선처럼 논란의 여지로 남아 있었다. 이에 IAU는 행성의 정의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고, 세계 75개국 2천5백여 명의 천문학자들이 참석한 이번 총회에서 이를 재정립했다.

총회가 시작됐을 즈음에는 행성정의위원회(PDC)에서 주장하는 행성의 정의에 힘이 실리는 듯했다. 천문학자, 문학자, 역사가를 포함해 7명으로 구성된 PDC는 2년여의 연구 끝에 ‘태양 주위를 돌며 자신의 중력으로 구형을 유지할 수 있는 천체’라는 정의를 세웠다. 이 정의에 따르면, 명왕성은 태양계 행성으로 지위를 유지할 수 있으며 1800년 대에 발견된 케레스와 2003년 발견된 2003UB313(일명 제나), 명왕성의 위성으로 알려진 카논 등이 행성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이 안이 총회에 오르자 각국 언론사는 태양계가 76년 만에 새 식구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고, 우리나라 과학문화진흥회에서는 이들 행성에 한국식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정의에 대해 많은 천문학자들이 반론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주된 이유는 이 정의에 부합하는 천체가 현재만 해도 20여 개가 있으며, 앞으로도 수없이 발견될 가능성이 있어 이들 모두에게 행성의 지위를 줘야 하느냐는 것이다. 이러한 논란 끝에 ‘해당 행성권역에서 지배적 역할을 해야 한다’라는 새로운 정의를 내놓았다. 이로써 행성이란 ‘비슷한 궤도를 도는 천체들 중 가장 크고 무거운 천체’라는 의미를 갖게 된다. 이 정의에 따르면 명왕성은 행성에서 제외되게 된다. 제나는 명왕성보다 1백km 정도 더 큰 천체이고 이보다 더 큰 천체가 발견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학자들이 이에 동조를 했고, 연맹 내 소연구회에서는 자체 투표를 실시하는 등 그 공방전이 치열했다.

반론이 거세지자 행성 정의 재정립에 대한 제2안, 3안이 나왔다. 이어 23일 명왕성이 행성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의견이 기울었고, 24일 투표를 통해 명왕성이 태양계 행성에서 제외됨으로써 이제 왜행성으로 불리게 된다.

이 결정에 한국천문연구소의 안영숙 박사는 “IAU는 천체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대한 진위를 결정하는 곳이다”라며 “우리는 이 결정에 따르고 동의한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 왜행성 : IAU에서 새로 도입한 개념. 궤도 주변에 다른 천체가 있는, 행성도 위성도 아닌 원형의 천체로 정의된다. 쉽게 말하자면 소행성의 우두머리 격으로 생각하면 된다. 이번에 태양계로 편입될 뻔 했었던 제나·케레스·카논 등이 왜행성의 범주에 포함된다.

명왕성 : 명왕성은 1930년에 발견된 천체로 발견이후 태양계의 식구로 존재했다. 지름이 달의 2/3밖에 되지 않는 2천3백km다. 태양계 다른 행성들이 황도면에 수평적 궤도를 가지고 있는 반면 명왕성은 17도 기울어져 있으며 불규칙한 공전 궤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태양계 식구로써의 논란의 대상이었다.

케레스 : 1801년에 발견된 케레스는 화성과 목성사이 소행성대에 위치한 행성이다. 지름이 약 9백75km이며 발견당시 그 형태나 크기가 파악되지 않아 소행성으로 치부됐던 천체이다. 하지만 자신의 중력으로 구형을 유지할 수 있을 만한 질량과 크기를 가지고 있다.

카론 : 1978년에 발견되어 지름이 1천2백5km인 명왕성의 위성으로 간주됐다. 하지만 달과 지구와의 관계와 달리 명왕성 밖에 공통의 중력의 중심을 두고 명왕성을 도는 쌍둥이 행성으로 새로 정립된 왜행성에 포함되는 천체이다.

2003UB313 : 일명 제나라고 불리는데 카이퍼 띠 내에 있는 지름이 2천4백km인 천체이다. 명왕성과 비슷한 궤도를 가지고 있으며 명왕성보다 컸기 때문에 한간에서는 태양계 10번째 행성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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