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머가 된 의사, 환자 중심 서비스를 만들다
프로그래머가 된 의사, 환자 중심 서비스를 만들다
  • 강승아 수습기자
  • 승인 2019.01.02
  • 호수 1488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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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출신 프로그래머’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 바로 이은솔<메디블록> 대표(이하 이 대표)다. 본교 의예과 출신(03)인 이 대표는 학창시절부터 관심이 있었던 프로그래밍에 자신의 전공을 접목해 우리나라에선 활성화되지 않은 ‘의료용 앱’을 개발했다. 환자가 중심이 되는 의료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메디블록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의 모습이다.
▲ 메디블록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의 모습이다.

프로그래밍을 사랑하는 의대생
이 대표의 고등학교 시절 꿈은 프로그래머였다. 프로그래밍을 좋아하던 소년은 프로그래밍 경시대회 수상경력으로 서울과학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입학 후에도 프로그래밍에 대한 그의 열정은 식지 않았다. 그는 교내외 경시대회에 꾸준히 도전했고, 한국정보올림피아드에서 금상을 받으며 자신의 실력을 입증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공과대학이 아닌 의과대학에 진학했다. 그렇다고 그가 프로그래밍에 대한 꿈을 접은 것은 아니었다. “프로그래밍 실력을 갖춘 채로 의대를 가면 조금 다른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이 대표는 바쁜 대학 생활 중에도 프로그래밍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는 아르바이트 활동이 그를 ‘치유’해줬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1학년 당시 전공이 자신에게 맞지 않아 학교를 그만두는 것까지 고민했다고 한다. 이해한 공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프로그래밍과 달리 의학은 외워야 하는 것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학교생활 속에서 배운 것을 이용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프로그래밍 아르바이트는 이 대표에게 큰 위안이 됐다.

아르바이트 경험은 이 대표가 전공을 선택하는 데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는 4학년 때 서울아산병원 영상처리 연구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연구실 교수님은 그에게 AI를 통해 환자 상태를 자동 판독하는 기술을 소개했다. 의학과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접목해 할 수 있는 일을 원하던 이 대표는 AI 자동 판독에 큰 흥미를 느끼게 됐다. “연구실 교수님이 제시해준 AI에 의한 자동 판독이 딱 제가 찾던 길이었어요. 이거 정말 재밌겠다는 생각에 영상의학과를 선택했죠.”

프로그래밍에 대한 열정, 창업으로 꺼내 들다
전문의 과정을 마친 이 대표는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펠로우 생활을 거쳐 교수가 되는 것이나 심층적인 AI 연구를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하러 가는 것, 개인 병원을 차리는 것까지 그에게 많은 선택지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의사라는 타이틀을 던지고 돌연 창업에 뛰어들었다. 진료 업무 후 남는 시간이 아닌 자신의 온전한 시간을 프로그래밍에 쏟아붓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 이 대표는 의학을 공부하던 학생에서 한 기업의 대표가 돼 학교로 돌아왔다. 평소 그는 깊은 애교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4월에 맺은 메디블록과 한양대학교병원의 업무협약에서도 그의 애교심을 엿볼 수 있었다.
▲ 이 대표는 의학을 공부하던 학생에서 한 기업의 대표가 돼 학교로 돌아왔다. 평소 그는 깊은 애교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4월에 맺은 메디블록과 한양대학교병원의 업무협약에서도 그의 애교심을 엿볼 수 있었다.

함께 창업한 고우균 공동대표는 이 대표의 고등학교 동창이다. 두 사람이 창업에 관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친구가 둘을 이어줬고, 의료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메디블록’이 탄생했다. 이 대표는 병원에서 의사로 일하면서 의료용 소프트웨어가 10년 이상 낙후돼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는 발전된 의료용 소프트웨어 시스템에 큰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저처럼 의료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IT에 대한 지식도 같이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여기는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고 대표와 함께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했죠.” 그가 고심 끝에 고 대표와 함께 선보인 것은 의료 기록을 환자가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병원 역시 이런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좋은 반응을 보였다.

메디블록은 미국 유명 경제 월간지 ‘포브스’가 뽑은 ‘2019년 기대되는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 9곳’에 선정될 만큼 인정받고 있는 기업이지만 걷는 길이 늘 순탄치만은 않았다. 사업을 구상하던 시기의 이 대표는 창업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했다. 그는 다행히 창업을 경험해본 친구들과 의사 출신 스타트업계 선배들, 벤처캐피털 등으로부터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힘이 돼준 것은 공동창업자인 고 대표다. “혼자 창업을 했으면 두 배, 아니 백배는 더 힘들고, 난관에 부딪혔을 때 헤어 나오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고 대표와 함께라서 어려움을 잘 헤쳐갈 수 있었어요.” 

현재 이 대표는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직원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고 있다. “창업 초창기에는 밖으로 나가 우리 회사를 알리고, 비즈니스 관계를 맺는 데에 시간을 많이 썼어요. 그런데 이제는 내부 조직관리와 직원 간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팀의 체계 구축, 커뮤니케이션 방법 연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죠.”

세상의 변화시키는 아이디어
메디블록은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교 부속병원을 비롯해 많은 병원과 협력을 맺으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기쁨과 동시에 부담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지난해 11월 메디블록이 하버드의대 부속병원 메사추세츠종합병원과 파트너십을 체결할 당시 이 대표의 모습이다.
▲ 지난해 11월 메디블록이 하버드의대 부속병원 메사추세츠종합병원과 파트너십을 체결할 당시 이 대표의 모습이다.

이 대표의 목표는 환자의 의료 주권이 개인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다. 현재는 환자가 자신의 정보를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 그는 분명한 목소리로 메디블록이 의료계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의 의료용 소프트웨어를 세상에 알리면서 많은 사람이 ‘당연히 내 의료 정보를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이런 것에 대해서 그 전에는 별로 생각을 못 해보신 분들이 많을 거예요.”

그는 창업 선배로서 창업을 꿈꾸는 많은 학생에게 힘이 되는 말도 전했다. “가능한 차별적인 존재가 되면 좋을 거 같아요. 겉으로 보이는 차별점이 아니라, 내가 이것만큼은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 말이에요.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면 좋을 거예요. 사실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고 있는데 저도 계속 그걸 쫓았던 거 같아요.” 

프로그래밍하는 의사라는 차별점을 가진 이 대표.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이제는 한 회사의 대표가 됐다. 그가 말했던 것처럼 ‘기대’에 부응하는 기업으로 발전할 메디블록과 그의 힘찬 도전을 주목해도 좋을 것이다.
 

▲ 프로그래머가 되고도 여전히 프로그래밍을 정말 좋아한다고 말하는 이 대표이기에, ‘즐겁게 살자’라는 그의 말이 더 진심으로 느껴진다.
▲ 프로그래머가 되고도 여전히 프로그래밍을 정말 좋아한다고 말하는 이 대표이기에, ‘즐겁게 살자’라는 그의 말이 더 진심으로 느껴진다.

*펠로우: 전문의가 의과 대학교수가 되기 전 거치는 과정
사진 김종훈 기자 usuallys18@hanyang.ac.kr
사진 제공: 이은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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