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 피어난 한 줄기 연꽃, 사찰에 가다
도심에 피어난 한 줄기 연꽃, 사찰에 가다
  • 우지훈 수습기자 外
  • 승인 2019.01.02
  • 호수 1488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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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현대인들이 깊은 산속에 있는 사찰을 방문하기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한대신문 기자들이 이들을 위한 '맞춤형 사찰'을 소개한다. 새해를 맞이하는 지금, 작은 소망을 품고 절 문을 두드려보는 것은 어떨까?

법정 스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길상사

법정 스님의 저서와 유품이 전시된 길상사 진영각의 모습이다.
▲ 법정 스님의 저서와 유품이 전시된 길상사 진영각의 모습이다.

북악산 끝자락에 자리 잡은 길상사는 법정 스님의 발자취를 따라 돌아보면 감동이 배가 된다. 길상사는 시인 백석의 연인으로 알려진 김영한 씨가 운영하던 요정 ‘대원각’ 부지에 설립된 절이다. 김 씨는 법정 스님의 책 「무소유」를 읽고 감명받아 법정 스님께 땅과 건물을 기증하며 절을 세워 달라 부탁했다. 10년 넘게 그의 간청을 거절하던 법정 스님은 1995년 마침내 길상사를 세웠다.

길상사에는 평소 사찰에서 봐오던 조각상들과 사뭇 다른 관세음보살상이 있다. 불교 조각 형식이 아닌 천주교 조각 형식으로 관세음보살을 재현했다. 법정 스님이 천주교 신자인 조각가 최종태에게 의뢰해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이 조각상에서 종교 간 화합을 지향했던 그의 염원을 느낄 수 있다.

길상사 꼭대기에는 법정 스님의 저서와 유품을 전시한 진영각이 있다. 진영각에서 볼 수 있는 그의 유언은 길상사를 이해하는 데에 좋은 길잡이가 된다. 그는 죽기 전 “머리맡에 남아 있는 책을 나에게 신문을 배달한 사람에게 전해 주면 고맙겠다”는 말을 남겼다. 그가 입적한 후 그의 저서들은 절판돼 시중에서 접하기 어려워졌는데, 지장전 아래 ‘다라니 다원’에서 그의 저서들을 여전히 읽을 수 있다. 다리니 다원에서는 법정 스님 사후 절판된 저서들은 물론, 3만 권이 넘는 불교 서적들을 소장하고 있다. 김 씨의 시주를 받아들였던 가장 큰 이유가 누구나 수련할 수 있는 절을 만들기 위해서였는데, 그러한 그의 뜻이 사후에도 꺾이지 않은 채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법정 스님은 누구나 이 세상에서 사라질 때 빈손으로 돌아간다고 하셨다. 경쟁 사회에서 우리 청춘들은 무거운 짐을 양손 가득 짊어진 채 부담감에 압도되곤 한다. 길상사에서 법정 스님의 발자취를 따라 잠시라도 손을 여유롭게 비워보는 게 어떨까.

글·사진 우지훈 수습기자 1jihoonwoo@hanyang.ac.kr


미륵대불의 은혜가 담긴 봉은사

23m에 달하는 봉은사 미륵대불로, 국내 최대 규모이다.
▲ 23m에 달하는 봉은사 미륵대불로, 국내 최대 규모이다.

바쁘게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와 높게 솟은 빌딩 사이에서 평화로운 산사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강남구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봉은사다. 코엑스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아스팔트 길이 아닌 흙길로 어색한 발걸음을 내딛자 봉은사 입구인 진여문이 보인다. 알록달록한 단청이 단색의 단조로운 도시 건축물에 익숙해진 눈에 생생한 충격을 준다.

봉은사는 통일신라 원성왕 창건 당시 ‘견성사’라 불렸다. 이후 조선 시대 연산군 때가 돼서야 성종의 묘인 선릉을 지키는 사찰로 고쳐 지은 뒤 ‘성종의 은혜를 받는다’는 뜻으로 ‘봉은사’라 불리기 시작했다.

오랜 역사와 달리 막상 절에 들어서면 대다수 건축물이 새것처럼 깔끔하다. 일제강점기 당시 큰 화재와 6.25 전쟁 전후 피해로 비교적 최근에 재건된 탓이다. 여타 유명 사찰들처럼 오래된 건축물에서 드러나는 고풍스러운 아름다움보다는, 낡지 않아 불교 건축물만의 특징이 더 선명하게 느껴진다.

봉은사 경내에서 가장 오래된 판전의 현판은 추사 김정희의 필체로 쓰였다. 추사체로 적힌 현판은 봉은사만의 매력을 한층 고조시킨다. 추사체는 차이가 심한 필획과 각지고 비틀어진 모양새에도 서로 조화를 이룬다. 봉은사 역시 주변 도시 건축물과의 대조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개성이 그대로 보존된 채 미적 균형을 이룬다.

봉은사 중심부로 조금만 더 걸어 들어가면 봉은사의 백미인 미륵대불을 만나게 된다. 불교 경전 속 미래의 구원자인 미륵이 거대한 석상으로 눈앞에 나타나 방문객들을 숙연하게 만든다. 미륵대불의 발부터 머리끝까지 고개를 아래에서 위로 추켜들어 살펴보면, 그 웅장함과 정교함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땅만 보게 되는 바쁜 세상, 하늘을 올려다볼 여유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봉은사의 은혜를 받으러 가보자.

글·사진 우지훈 수습기자


학교 안에 위치한 법당 정각원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동국대 서울캠퍼스 내 정각원의 모습이다.
▲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동국대 서울캠퍼스 내 정각원의 모습이다.

스님과 수업을 같이 듣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이는 동국대학교 학생이라면 실제로 한 번쯤 겪어 봤을 일이다. 불교 재단 학교인 동국대 곳곳에는 연등이나 코끼리상 등이 설치돼 불교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학교 내 법당 ‘정각원’이다. 학교 안 법당이라는 이색적 공간 ‘정각원’은 어떤 곳일까?

정각원은 동국대 건학이념 구현을 목적으로 동국대 학생들의 수행을 통한 올바른 가치관 형성을 위해 설립됐다. 동국대 학생들은 정각원에서 다양한 불교 체험을 할 수 있다. 송경문〈동국대 지리교육과 13> 씨는 “이곳에서는 실제 스님의 말씀과 명상으로 이뤄지는 ‘자아와 명상’ 수업이 열린다”며 “이 수업을 통해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을 받았다”는 소감을 말했다. 이외에도 재학생이나 교직원을 위한 법회가 열리는 등 학교 구성원들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자기 수양을 할 수 있다.

정각원은 학교 구성원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일반인들에게도 정각원의 문은 열려 있다. 학기 중 매주 목요일 오후 6시에는 학교 구성원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목요 법회가 열린다. 또한 수업이 진행되는 시간을 제외하고 법당 운영 시간인 오전 5시 반에서 오후 8시 사이에 방문하면 누구든 예불을 드릴 수 있다.

콘크리트 학교 건물 사이에서 정각원은 전통적인 목조건축물과 단청 문양의 조화로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주변 경관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정각원의 아름다움은 학교 구성원만이 아닌 외부인도 수용할 수 있는 불교 정신에서 배가 된다. 이처럼 색다른 법당에서의 수양을 통해 우리에게 신선한 가르침을 선사해 줄 정각원에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글·사진 고다경 수습기자 dakyung304@hanyang.ac.kr


불교의 정취가 가득한 조계사 불교 거리

조계사 대웅전과 450년 이상의 나이로 추정되는 회화나무의 모습이다.
▲ 조계사 대웅전과 450년 이상의 나이로 추정되는 회화나무의 모습이다.

1910년에 창건돼 백 년 이상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조계사는 한국불교 1번지라고도 불린다. 그 별칭에 걸맞게 조계사 앞 버스정류장에 내린 순간 불교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그 거리를 따라 잠시 거닐다 보면 어느새 조계사 입구를 마주하게 된다.

입구를 지나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조계사의 중심에 위치한 대웅전과 이를 수호하는 듯 웅장하게 서 있는 회화나무 한 그루다. 조계사 대웅전과 회화나무는 각각 서울시 지방유형문화재와 서울시 지정 보호수로 지정된 만큼 문화적 가치가 크다. 특히 대웅전은 마음을 수련하고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조계사는 대표적 관광지인 인사동이나 경복궁과 가까워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다. 이들을 위한 불교 문화 체험 프로그램이 매일 진행돼 관광지로 자리 잡고 있다. 이외에도 조계사는 다도, 서예 등의 문화강좌를 열고 있어 친근한 사찰로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조계사 외부에서도 불교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조계사 일대에는 불교용품을 판매하는 상점과 불교 관련 건물이 줄지어 있기 때문이다. 그중 조계사 맞은편에 위치한 템플스테이 통합정보센터는 다양한 불교 문화를 접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연등 만들기, 스님과의 명상 등 다양한 불교 체험 프로그램이 상시 운영되고 있으며, 1층 홍보관에서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템플스테이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한국불교의 대표 사찰인 만큼 조계사는 수행이나 포교를 비롯해 △교육 △문화 △사회 봉사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치열했던 2018년을 뒤로하고 조계사에서의 마음 수양을 통해 새로운 2019년을 맞이해보자.

글·사진 고다경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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