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한일 관계, 그 어려운 걸 해내야 하는 이유
[아고라] 한일 관계, 그 어려운 걸 해내야 하는 이유
  • 정주엽 기자
  • 승인 2019.01.02
  • 호수 1488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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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주엽문화부 정기자
▲ 정주엽<문화부> 정기자

 한일 관계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달 20일 우리 해군이 동해 중간수역에서 북한 조난 선박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일본 초계기를 향해 레이더를 조준했는지 여부로 양국 간 논쟁이 불거졌다. 지난해 10월에 내려진 강제노역 피해자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을 두고 이미 큰 갈등이 발생했던 한일 관계에 또 다른 악재가 발생한 것이다. 이외에도 지난해에는 위안부 화해치유재단 해산 결정과 국제 관함식에 욱일기를 달고 온다고 밝힌 자위대 군함 논란도 있었다.

연이은 악재로 한일 관계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지경이다. 이처럼 2010년대 들어서 한일 관계는 좋았던 적이 거의 없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민간 차원의 경제, 문화 교류가 끊긴 적은 없다. 특히 일본은 현재 한류 열풍의 근원지이며 현재도 그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또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우리나라에서 기부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이렇듯 갈등과 교류가 공존하는 만큼 그 관계 회복의 맹아는 아직 그 빛을 보지 못했을 뿐이다.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아가야 할 때다” 양국이 서로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그러나 과거를 이야기하지 않고 미래로 나아가기란 어렵다. 흔히들 일본의 과거사 문제를 이야기 할 때 독일의 사례를 거론한다. 하지만 한일 과거사는 독일의 사례와 단순히 비교할 수 없다. 현재 독일은 자신들이 2차 세계대전 시기 탄압했던 유대인들과 전쟁 피해국들에 사과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들과 달리 35년간 일본의 식민지인 상태에서 강제노역, 위안부 등의 문제를 겪었다는 차이점이 있다. 결국, 우리는 원천적으로 일본의 식민지 지배 행위 자체가 부당했음을 입증해야 하며 이는 새로운 도전이 될 수밖에 없다. 서양의 사례를 놓고만 보더라도 자신들의 제국주의 행위에 대해 사과한 경우는 없으니 말이다.

이런 과거를 안고 있는 한일 외교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려운 만큼 의미 있다. 이 끝나지 않은 갈등 해결을 위한 모든 걸음이 첫 ‘내딛음’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먼저 행하는 것이 모범이 될 수 있다. 특히 제국주의적 침략 행위 당사국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다. 식민지 국가였던 곳과 식민지를 지배했던 국가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고 올바른 과거사 정리의 좋은 사례로 거듭나야 한다. 우리가 처음으로 하는 것이기에 모든 길은 열려있다. 우리 학생들부터 직접 만들어나갈 수도 있다. 특히 대학생들이 과거사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면 미래 세대가 먼저 과거사 정리를 위해 앞장선다는 의의를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난달 24일 한일 외교부 국장들이 이번 논쟁을 두고 협의를 가졌다. 이번 협의에서 양측은 향후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지속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만족스럽진 않지만 일단은 이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어려운 사안인 만큼 양국 모두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스레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들을 설득해 화해와 치유를 끌어내는 데에도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서울과 동경의 현재 시각이 같은 것처럼, 과거와 미래에 대한 한일 양국의 시간이 함께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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