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재난 대비 믿을 수 있나
우리학교 재난 대비 믿을 수 있나
  • 한대신문
  • 승인 2006.07.23
  • 호수 1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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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경보기 오작동 다수 발생, 비상열쇠마저 없어

일러스트 김금선
집중호우가 지난 한 주 우리나라 전역을 뒤덮으며 수많은 인명 피해와 수조원의 재산피해를 낸 가운데 이번 호우로 우리학교 소방 안전 대책에 대한 문제가 드러나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장마 기간 동안 서울배움터 곳곳은 때 아닌 화재 경보로 몸살을 앓았다. 학생회관·공업센터 등 많은 건물에서 수시로 화재 경보음이 울려 퍼졌다. 다행히 어느 곳에서도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에 대한 학교 당국의 설명이 없어 경보음을 무시하는 이조차 생길 정도다.

지난 19일 공업센터 본관에 들른 김모<인문대·영문 00>씨는 “오후 1시경에 경보음을 들었다”며 “평소에도 자주 있는 일이라 그냥 무시하고 지나쳤다”고 말했다.

관리처 관계자는 “장마로 인해 감지기에 전류가 흘러 오작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학내에 노후 건물이 많아 오작동이 많이 일어나고 있어 개보수를 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 16일 새벽 1시쯤에도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화재 경보음이 서울배움터 학생회관에서도 울려 퍼졌다. 경비원은 화재 경보시 이행 수칙에 따라 우리학교 소방 담당 직원에게 연락한 후, 화재 경보가 발생한 장소에 도착했다. 그러나 비상 열쇠가 없어 겉에서 확인하는 정도에 그쳤다.

화재 경보 근무 수칙에 의하면 근무자는 경보 발생시 화재표시층에 신속히 가서 화재발생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열쇠가 없어 화재여부를 확인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다 만 셈이다. 기계의 오작동으로 밝혀졌지만, 만약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었던 화재의 태동이었다면 좀 더 큰 사고로 번졌을 지도 모른다는 지적이다.

관리처 관계자는 “비상 열쇠가 있어야 하지만, 도난 사고를 우려해 열쇠를 맡기지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

현재 학내 소방안전교육은 분기마다 열리고 있다. 또 지난 6월에는 화재 발생 우려가 높은 실험실 종사자를 대상으로 성동소방서와 연계 하에 소방훈련을 시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화재 예방의 교두보인 화재경보기가 정작 안전 불감증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은 모순적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박정후<경금대·경제 00>는 “형식적인 교육보다 실질적인 화재 경보 체계가 시급하다”며 “기계 오작동이 계속돼 실제 화재가 발생해도 다 무시하고 넘어간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집중호우로 곳곳 누수 발생

전국에 많은 비가 내려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학교도 이곳저곳에서 누수 등의 안전문제가 생겨 학생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청계천변의 집중 호우 영향으로 한양여자대학과 청계천 사이의 제방 윗부분에 폭 5~10cm, 길이 15m가량의 균열이 생겨 한때 주변 통행이 제한됐다. 때문에 교통에 불편을 끼치고 인명사고의 위험도 있었다. 불어난 청계천 물이 한양여대 운동장 지하 주차장 공사장으로 스며들면서 모래흙으로 된 제방이 침하된 것으로 보인다. 붕괴 가능성 때문에 제방 밑에 묻혀있는 한양여대 전기·가스 공급선의 사용도 잠시 중단했다.

또 서울배움터 정통관 3층 라운지와 한양플라자 앞은 비가 오면 물이 빠지지 않아 바닥에 물이 흥건하게 고여 통행에 불편을 주고 있다.

한편 안산은 지난 12일부터 17일까지 총 약 400mm가량의 많은 비가 내려 이에 따라 안산배움터 여러 건물에서도 물이 새는 등 누수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학생들이 불편을 토로하는 곳으로는 학생복지관, 제4공학관과 제3공학관 사이연결통로, 제2생활관 등이다. 창의인재교육원도 대체적으로 재난 대비 시설은 잘 갖춰져 있지만 로비 쪽 천장에서 물이 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에 대한 대비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물이 새는 곳에 물바가지를 놓는 등 당장 닥친 상황에만 급급해 임시방편으로 문제를 해결하다 보니 같은 문제가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

내진설비 없어 지진에 무방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에 대한 통계수치를 본격적으로 기록하기 시작한 1978년 이래, 지진의 발생 횟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1978년 이후 한반도에서 일어난 지진은 총 7백7건이며, 규모 5 이상의 강진도 네 차례 발생했다. 그 중에서도 지난 2003년과 2004년 사이 두 차례의 지진이 발생해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에 대한 안전지대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사람이 직접 느낄 수 있을 만큼의 지진을 뜻하는 유감지진횟수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그렇다면 우리학교 시설들은 혹시 발생할지도 모르는 지진에 제대로 대비가 돼있을까. 지난해 내진설계 기준이 강화되면서 3층 이상, 연면적 천 제곱미터 이상의 모든 건물에 대한 내진설계가 의무화됐다. 학교 내에 지어지는 거의 모든 건물들에 포함되는 조건이다. 하지만 이에 실제 적용되는 건축물은 절반을 밑돌고 있으며 우리나라 전체 학교 건물에 87%가 내진 설계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진대비에 대한 현재 법령은 인접대지 경계로부터 건물높이의 최소 2분의 1이상에 해당하는 거리만큼 떨어져 있어야 함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학교 서울배움터의 건물들은 육안으로만 봐도 대부분 이 같은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환경에 있다. 물론 법 제정 이전에 지어진 건물들이 많아 법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지만 유사시 큰 사고를 일으킬 우려가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학교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균열 등에 대해 학생들은 많은 불안을 느끼고 있다. 특히 준공한지 얼마 되지 않은 서울 공업센터와 안산 제3,4공학관 연결다리에서도 균열이 발견돼 우리도 지진공포에서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실정임을 보여주고 있다. 

양영준 기자, 양은희 기자, 장형수 기자, 성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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