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권력에 취한 재벌, 그 중독에서 벗어나라
[아고라] 권력에 취한 재벌, 그 중독에서 벗어나라
  • 이화랑 사진·미디어부장
  • 승인 2018.05.28
  • 호수 1478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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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화랑<사진·미디어부> 부장

점입가경(漸入佳境), 까도 까도 끝이 없다. 현재 △폭행 △업무방해 △밀수·관세포탈 △재산국외도피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이야기다. 최근 이들을 상대로 제기된 각종 불법행위 및 비리 의혹이 국민적 분노를 일으키면서, 한진 일가는 해당 의혹들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여기서 우스운 건, 이 모든 것이 조양호<한진그룹> 회장의 둘째 딸인 조현민<대한항공> 前 전무가 물컵 한번 잘못 다뤄 생긴 여파라는 것이다.
 
지난달 조 前 전무가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소리를 지르고 물을 뿌렸다는 이른바 ‘물벼락 갑질’ 의혹을 시작으로 한진그룹의 ‘갑질 경영’ 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조 前 전무는 초기엔 이러한 혐의에 대해 부인했다. 하지만 그의 폭언과 욕설이 담긴 녹취파일이 공개되고, 한진 일가의 갑질에 관한 추가 제보가 쏟아지면서 갑질 경영 파문은 급속히 확산됐다. 이후 조 前 전무뿐만 아니라 조 회장의 첫째 딸 조현아<대한항공> 前 부사장과 부인 이명희<일우재단> 이사장 역시 갑질 파문의 주인공으로 대두되며, 대한항공의 세 모녀는 한국을 대표하는 갑질의 대명사가 되기에 이르렀다.

이를 두고 온라인에서는 대한항공을 향해 공분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대한항공이 대한민국의 상징인 ‘대한’이라는 명칭과 태극마크를 사용할 수 없게 해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만 수백여 건에 달할 정도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 이 같은 총수 일가의 갑질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야구방망이 맷값 폭행’ 사건부터 ‘땅콩 회항’ 사건, ‘갑질 매뉴얼’까지, 직원을 하인처럼 여긴 재벌가들의 갑질 행각은 현시대 ‘재벌 갑질’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과연 그들의 사전에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단어가 존재하기나 할까. 단순히 한번 갑질해본 것이 운이 나빠 걸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주 일상적이고 상습적이었던 ‘갑질들’이 쌓이고 쌓여 어느 지점에서 터졌을 뿐이다. 직원들에게 삿대질하고, 서류를 던지며 폭언과 손찌검을 일삼는 건 기본. 한진 일가는 ‘전기세 아깝다’며 직원들이 탄광 헬멧을 쓰고 청소하게 했고, 심지어 임신한 직원에게서 우산을 뺏어 만삭의 직원이 퍼붓는 소나기를 그대로 맞고 있게 했다. 당시 해당 직원들이 느꼈을 깊은 절망과 좌절감을 생각하면 마음이 착잡해져 온다.
 
이런 사례들은 이 문제가 그저 ‘갑질’ 정도의 것이 아니라, 사람 대 사람 차원의 문제임을 시사한다. 사회 특권계층에 ‘사람’에 대한 존중이 부재한 현실이 이 ‘갑질들’에 여실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에 중독돼있는 재벌가들은 그 ‘특권의식’을 내려놓고, 마땅히 사회적 책임을 다할 의무가 있다. 한국 사회에 고질적인 병폐로 지속돼온 재벌가의 갑질 문화,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
 
조금 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조금 더 지위가 높다는 이유로 다른 인격체에 갑질해도 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사람에 대한 존중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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