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있는 필치, 다양한 기획전 ‘영인문학관’
개성있는 필치, 다양한 기획전 ‘영인문학관’
  • 김나영 수습기자
  • 승인 2006.06.04
  • 호수 1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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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사무소 앞에서 마을버스 6번을 타고 북한산을 오르면 서울 북쪽이 한눈에 보인다. 영인문학관 앞에 내리면 이태리 등 유럽에서나 볼 수 있는 건물이 북한산 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영인문학관은 문학평론가 이어령 선생의 부인 강인숙 씨가 남편과 함께 30년 동안 모은 소장품으로 만들어졌다. 영인문학관의 이름도 이어령 선생과 강인숙 씨의 이름을 따 만든 것이다. 영인문학관과 한국현대문학관이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현대문학관이 연중 상설전시를 하는데 비해 영인문학관은 일 년에 두 번(4월, 9월)기획전시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01년 이어령 선생이 13년간 <문학사상>을 하면서 수집한 문인들의 초상화 1백4점을 가지고 전시를 시작한 이래, ‘문인 화가 부채글·그림전’, ‘육필원고·애장품전’ 등 총 13차례 전시회를 열었다. 기획전시가 없는 기간에는 상설전시가 열리는데 현재 ‘문인시서화전’이 열리고 있다.

초인종을 누르고 들어간 영인문학관 2층 제1전시관 한가운데에는 문인들의 애장품이 전시돼있다. 김동리 선생의 열쇠고리나 직접 만들어 가지고 다니던 수첩, 서정주 선생이 직접 피웠다는 담배와 파이프는 그동안 피상적으로 접하던 애장품과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영인문학관 관장 강인숙 씨는 “문인들이 물건을 고르는 안목을 보면 글을 쓰는 안목을 엿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1전시관의 벽면을 따라가다 보면 문인들의 시서화를 볼 수 있다. 문인들의 글씨는 비슷한 것 하나 없이 제각기 개성과 힘을 지니고 있다. 김승옥 선생이 영인문학관에서 직접 그린 그림과 시가 담기 시서화 뿐만 아니라 교과서에서는 볼 수 없는 김남조 선생의 육필 시집, 윤후명 선생의 야생화, 박완서 선생의 ‘해산 바가지’에 소재로 쓰인 해산 바가지를 직접 만날 수 있다.

제2전시관에는 이어령, 강은교, 오정희 선생과 같은 젊은 작가들의 펜글씨와 그림을 볼 수 있다.

이번 9월 전시에는 ‘작고문인육필원고전’이란 제목아래 이상, 김한새 선생의 소장 자료를 전부 전시할 예정이다. 영인문학관은 문인들의 애장품 뿐만아니라 초상화, 육필원고, 편지, 사진 등 다양하고 방대한 양의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그러나 장소가 협소해 기획전시가 아니고서는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영인문학관 주변에는 가나아트센터나 토탈 미술관 등 많은 미술관들이 있다. 미술관 순회버스를 타고 영인문학관과 연계해 관람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문학관 기행을 마친 후 외국처럼 체계화된 ‘국립문학박물관’이 왜 우리나라에는 없을까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한국 현대문학관과 영인문학관 같은 문학박물관에 소장된 귀중한 자료들을 전시하고 문학의 집 서울과 같이 시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된다면 문학에 관심이 적은 사람들도 쉽게 관심을 갖고 문학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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