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나를 있게 한 유재하의 부활
현재의 나를 있게 한 유재하의 부활
  • 강명수 수습기자
  • 승인 2006.06.04
  • 호수 1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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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문제로 지난해 중단됐던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올해 다시 열릴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숨은 주역. 한봉근 프로듀서(PD)를 만나봤다. 유재하의 오랜 친구이자 동문이기도 한 한봉근 PD(작곡·86년 졸업)는 유재하에 대한 변함없는 우정을 드러냈다. 편집자주
"다양한 음악을 듣는 사람은 인생이 굉장히 행복해진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부활에 대해 학생들의 관심이 높다. 현재 준비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달라

2~3년 전부터 한양대에 비운동권 학생회장이 유재하가 한양대 선배인 만큼 공연을 우리학교에서 하고 싶다고 말해왔다. 그래서 영구 유치를 제안했지만 자금 문제로 무산됐다. 처음에는 유재하의 아버님이 3억원을 출자하여 거기서 나온 이자수입으로 대회를 열었는데, 불경기로 이자율이 낮아져서 계속할 수 없었다. 그런데 대회를 할 때는 그냥 하나보다 여기던 사람들이 갑자기 대회가 없어지니까 굉장히 아쉬워했다. 자꾸만 부활시키자고 해서 유재하와 절친했던 김광민, 정원형, 유희열씨가 구심점이 돼 사람들을 뭉치게 했다. 나도 굉장히 많이 도와줬다. 올해와 내년은 확실히 대회를 열고, 그 후에도 재원만 마련되면 계속할 생각이다. 사실 다음 등의 포탈싸이트에서 자금지원 얘기는 많았지만 이쪽에서 돈을 받으면 그만큼 뭘 해줘야 하기 때문에 대회의 순수성을 위해 돈을 받지 않기로 했다.

경연대회 중 최고로 꼽히는 유재하 경연대회가 수준이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

경연대회는 처음부터 내가 맡아서 한 게 아니라 11회인가 12회부터 했다. 대회에 나오는 사람들 자체가 유재하를 좋아면서도 또 뭘 좀 아는 사람들이다. 다들 혼자서 작사·작곡을 하면서 동시에 노래도 부르는 수준이다. 정말 떨어뜨리기 아까울 정도로 음악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여기서 1등을 하면 프라이드가 엄청나다.

유재하에 대한 감정이 남다를 것 같다. 유재하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유재하는 한양대가 배출한 최고의 선배다. 함께 근처의 사근동·왕십리를 다닐 때 그 근처에 외상집이 아닌 게 없을 정도로 술을 마셨었다. 유재하의 노래는 그 때 이야기했던 학생들의 고민에 대해 이야기하는, 불투명한 앞날을 고민하며 헤매던 시절을 노래한 노래들이다. 그래서 노래의 멜로디·가사·사연들이 감성적으로 와닿는다. 술이 맛있어서 먹는 게 아니라 얘기하면서 술 마시는 게 즐거웠다. 유재하는 2차·3차는 꼭 생음악 하는 데로 가서 직접 노래를 불러줬다. 피아노가 있으면 피아노를 치고 기타가 있으면 기타를 쳤다. 유재하를 싫어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와 친하게 지내는 건 일종의 행복이었다. 특히 남자들이 같이 어울리고 싶어하고, 정말 멋있다고 인정해주는 그런 남자였다. 또 그는 기타만 두드리는 게 아니고 제대로 공부해서 음악을 하려고 음대에 들어왔었다. 가요를 불러도 클래식·재즈 등 다양한 문화음악을 듣고 노래를 불렀다. 그냥 가요만 부르는 거하곤 많이 다르다. 그렇게 나랑 5년동안 붙어 다니다가 갑자기 갈라졌다. 87년 11월에 나는 MBC에 들어오고 그는 죽었다. 보통 가수가 인기가 좋다고 해도 유행이 바뀌면 잊혀지고 말지만 유재하는 달랐다. 유재하의 음악은 접하면 좋아하게 되는 매력이 있다. 음악에 관심이 있고 들을 능력만 있으면 듣게 된다. 고등학생 아들을 둔 아버지가 유재하 팬이었다. 그런데 아들이 유재하를 잘 알길래 물어봤더니 ‘노래가 좋아서 안다’고 말했단다. 노래가 좋은 거는 어쩔 수 없잖나. 유재하에겐 그런 매력이 있다. 재밌는 건, 유재하가 살아있을 땐 MBC 공모에서 떨어졌다는 사실이다.(웃음)유재하는 차츰 인정받았다. 2·3집이 계속 나왔으면 정말 좋았을 것이다. 

수요예술무대가 막을 내린 이후에 어떻게 지내는가

수요예술무대는 13년 동안이나 계속된 프로그램이었다. 본의 아니게 없어져서 정말 아쉽다. 수요예술무대 없어졌을 때 한양대 후배들이 뭔가 액션을 취해주지 않을까 했는데 안 그래서 섭섭했다. (웃음) 다음에 부활해도 한양대는 안 갈거다. 배신감 많이 느꼈다. (웃음) 거꾸로 생각하면 그만큼 오래 했으니 후회는 없다. 지금은 ‘만원의 행복’ ‘여성의 힘, 희망한국’의 프로듀서를 하고 있다.

오랫동안 음악 프로그램을 연출해왔는데, 최근의 음악 프로그램에 대해 평가해 달라

지금의 음악 프로그램은 어떻게 보면 음악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가요프로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 소개가 없는 게 아쉽다. 기존의 음악만 있고 새로운 게 없잖나. 대중가수들만 나오지 인디밴드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것만 있고, 유재하 같은 프로그램이 없으니까 안타깝다. 이건 이것대로 놔두고 유재하를 살려야 한다. 대중음악 하는 사람들한테는 유재하가 엄청난 존재다. 그래서 이번 기금마련 콘서트에 유재하를 아는 가수들은 모두들 출연해줬다. 대중문화 발전을 위해서 살리자는 뜻이다.

우리학교의 후배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요즘 대학생들은 옛날 고등학생 같다. 내가 고등학생 때 하던 것들을 대학생들이 한다. 음악만 봐도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하는데 다들 방송에서 몰아가는 장르를 쫓아가는 것 같다. 팝송이나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를 듣지 않아서 다양성이 떨어진다. 수요예술무대와 유재하 음악가요제도 바로 그런 다양성을 위해 있었다. 음악은 취향이 아니라 수준이다. 자꾸 접하고 공연을 보다 보면 다음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렇게 다양한 음악을 들을 줄 아는 사람은 인생이 굉장히 행복해진다. 한양대의 후배들이 그런 후배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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