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에 나타난 뇌의 비밀
영화 속에 나타난 뇌의 비밀
  • 양영준 기자
  • 승인 2006.06.04
  • 호수 1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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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고 어려운 뇌, 그러나 적지 않은 영화가 뇌와 관련한 주제를 다루며 관람자에게 흥미로운 스토리를 제공해준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 속 이야기를 따라가며 뇌에 관련한 궁금증을 풀어보자. < 편집자주 >

한니발, 전전두엽의 신비

이 영화에서 가장 화제가 된 장면은 FBI 요원의 두개골을 열어 뇌의 일부를 적출, 요리한 후 본인에게 먹이는 부분이다. 한니발(안소니 홉킨스)은 스탈링(줄리안 무어)에게 잘라낸 부분이 ‘전전두엽’이라는 설명을 해준다. FBI 요원은 앞에 앉아 있던 동료 스탈링도 알아보지 못한 채 같은 단어를 중얼거리며 웃다 ‘커피’라는 단어를 듣더니 커피가 뭐냐고 묻기도 한다.

뇌의 전전두엽은 뇌의 껍질인 대뇌의 가장 앞부분에 위치하고 있다. 뇌에서 계획을 세우고 상황에 적합하게 실천할 수 있게 하는 실행 기능을 담당하고 있으며, 학습이나 전략 수립 등 고차원적 기능을 수행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전전두엽은 단기 기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의 기억은 처음에 전전두엽을 통해 단기 기억으로 저장됐다가 자극이 되풀이되면 ‘해마’라는 영역으로 정보가 전달되면서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게 된다. 따라서 전전두엽이 도려내진 사람의 경우 커피처럼 익숙한 물건에 대한 기억이 손상되는 게 아니라 방금 들은 말을 잊어버린다든지 방금 옮겨놓은 사물을 다시 찾는 것처럼 단기 기억이 손상되게 된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지워져가는 정신

스물일곱의 고운 아내 수진(손에진)의 단점은 자신의 집도 잊어버리는 건망증을 가지고 있다 도시락으로 밥만 두개 싸줘도 철수(정우성)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수진의 건망증은 점점 심각해진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찾은 병원에서 아내에게 내려진 판정은 알츠하이머병. 수진은 치매였다.

알츠하이머병은 이상 단백질이 대뇌에 쌓이면서 점진적인 기억·판단·언어능력 등 지적인 기능의 감퇴와 일상생활능력·인격·행동양상의 장애가 온다. 병에 걸리면 요리 등의 일상생활부터 날짜까지 기억에 사라진다. 동시에 우울증세 등 정신의학적인 증세도 동반된다. 20·30대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가능성은 거의 없으나, 65세 이상 노인의 10% 이상이 앓는 흔한 질병이다. 영화처럼 알츠하이머병은 기억만 잃게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정신을 서서히 지워간다.

건망증은 사건의 세세한 부분만 잊고 귀띔을 해주면 금방 기억하나 치매는 사건 자체를 잊고 귀띔을 해주어도 기억 못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오아시스, 뇌성마비와 사랑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전과자 청년 종두(설경구)와 뇌성마비 장애인 공주(문소리)는 비로소 사랑이란 것을 알게 된다.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남자인 종두와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공주가 그려나가는 사랑은 어설프다. 그러나 사랑 안에서 공주는 정상인으로 걷고 웃고 말하며, 사랑 안에서 종두는 사랑하는 한 여자를 가슴에 보듬는 듬직한 남자다. 관객들을 울린 영화 오아시스에서 공주의 병명은 뇌성마비다. 그러나 뇌성마비가 질병이 아니라 임상적 용어로 비슷한 임상적 특징을 가진 증후군들을 집합적으로 일컫는 용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뇌성마비는 뇌의 미성숙 혹은 손상으로 인해 운동과 자세의 장애를 보이는 임상 증후군이다. 뇌성마비가 일어나는 이유는 다양하나 일반적으로 출산 전후 태아의 저체중·질식·유년기 뇌질환을 들 수 있으며 조산에 의한 미숙아가 다수를 차지한다. 특히 근육이 꼬여 근긴장이상증을 보이게 된다. 보장구 없이 독립적으로 걸을 수 있고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경우를 경증, 보장구나 보조 기구를 사용하면 어느 정도 독립적으로 걸을 수 있고 또한 최소한의 도움으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경우를 중등도,  보장구를 사용해도 독립적인 보행이나 일상생활의 영위 가능성이 없어 타인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를 중증으로 분류한다.

기억의 상실, 메멘토

전직이 보험 수사관이었던 레너드(가이 피어스)에게 기억이란 없다. 살인사건으로 아내를 잃은 레너드. 그는 이 사건에서 뇌손상을 입어 기억을 10분 동안 밖에 지속시킬 수 없는 ‘단기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다. 아내의 살인범을 찾기 위해 나선 레너드는 휴대용 폴라로이드 카메라와 몸에 문신을 새기는 방법으로 자신의 손상된 기억력을 보완하려 한다. 레너드는 방금 전까지 증오하던 사람을 10분 이후에는 증오하지 못한다. 관객들은 잃어버린 레너드의 기억 속으로 빠져들수록 오싹해진다.

영화에서의 레너드는 실존인물을 모델로 한 것이다. 해미라는 이름의 환자는 간질증세로 뇌절제술을 받았다. 이 때 ‘해마’라는 부위를 절제했는데 그때부터 단기기억 상실증이 나타났다고 학계에 널리 알려졌다.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전환시키는 열쇠가 해마에 있다고 상상하고 여러 연구들이 되어왔지만 또 다른 해마 절제환자에게서 같은 증세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는 해마주위의 여러 뇌 부위를 통째로 절개했을 때 일어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기억에는 현재 사용하는 단기기억과 지식으로 굳어진 장기기억이 있다. 단기기억은 잠시 정보를 유지하고 조작하는 체계다. 필요해서 누군가의 전화번호를 외우는 경우처럼 단기기억은 대부분 금방 잊어버린다. 일부 신경심리학자들은 모든 기억이 ‘영구기억’에 가깝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모든 기억은 뇌의 어딘가에 기록, 저장되는데 단지 사람이 떠올리지 못하는 것뿐이라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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