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한대신문 문예상 시부문 가작] 태평양횡단열차
[2017 한대신문 문예상 시부문 가작] 태평양횡단열차
  • 송진영<인문대 국어국문학과 16> 양
  • 승인 2017.12.03
  • 호수 1469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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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도 없이 증식하는 태평양, 태평양 한 가운데 열차가 달려요 창문들이 햇빛을 이리저리 튕기면서 소리를 질러요 교성인지 아성인지 판단이 안서서 안쪽에 뭐가 보이는데 칸칸이 가둬 논 노쇠한 투견들 어딘가 많이 쓰린 건 알겠는데 불룩한 배가 인상적이네요 속은 파지고 사진만 남은 여행책자를 힘줄이 돋은 채로 벌겋게 쥐고 있어요 붉게 칠해진 글씨로는 시베리아, 리스본, 시코쿠 덩그러니 사진만 있어요 

동쪽인건지 북동쪽인건지 구분이 잘 안 돼요 레일이 뻗어진 대로를 마구 달릴 뿐이에요 군시럽게, 슴벅슴벅거리면서 비벼대는 레일, 속이 타 가스가 부글대지만 금시로 나의 배신은 삼등칸 화장실 전구처럼 운율을 잃어요 방마다 녀석들이 튀어나올 걸 알아요 방문을 잠그는 법을 나는 몰라요 빠빠빠빠빠 빠빠빠빠빠

검은 머리의 운전수를 기억해요 우산처럼 칙칙한 사람이었는데 낫지 않는 두리번거림은 죄라고 했죠 앞만 보고 달려 물어 죄를 덮기 위해 달리자고 말해요 파문도 잔뼈도 없이 밀고나가요 구름에 치여 죽는 꿈을 꿔요 끝도 없이 다음 신청곡을 받아요 투견들은 뭘 원하죠?

빈칸은 싫어요 삐삐삐삐삐 삐삐삐삐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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