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군대가는데...” 눈살 찌푸리게 하는 병역기피
“나는 군대가는데...” 눈살 찌푸리게 하는 병역기피
  • 안치형 기자
  • 승인 2017.11.27
  • 호수 1468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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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 선택이 아닌 필수
*사회관심계층의 ‘병역기피’7.7%로 일반인 평균 면제율 0.28%와 약 30배 가까이 차이나…
대다수 국민에게 상대적 박탈감 느끼게 해
병무청의 법안 개정,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공정 병역’이란,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는 데 있어 반칙과 특권을 용납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병역의 의무에는 예외가 없지만 특별한 지위 또는 신분을 이용해 병역을 기피함으로써 사회적 합의 및 화합을 깨뜨리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 위 두 표는 최근 5년간 ‘고위공직자 및 공직자의 직계비속 병역면제 비율’을 조사한 결과이다. 고위공직자 및 자녀의 군 면제율은 7.7%로 일반인의 평균인 0.26%에 비해 30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만연한 사회관심계층의 병역기피
지난 2002년, 가수 유승준은 병역의무를 이행하겠다고 공언했음에도 불구하고 병역을 기피했다. 이에 대해 입국 불허 조치가 내려졌다. 그는 불합리한 결정이라며 항소했지만 2016년에 진행된 1심과 올해2월에 열린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이는 사법부가 유명인의 병역기피가 일반 국민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해 내린 결정으로 해석된다.

이후 연예인 병역기피가 사회 문제로 부상했다. 심지어 병무 당국에서 일부 연예인들에 대해 ‘합법적 병역면제’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곱지 않은 시선은 여전하다. 이는 병역면제 기준이 모호하고 외관상 심각한 신체적 결함이 아니면 국민들이 쉽게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괄약근에 힘을 줘 신체검사에서 병역면제 판정을 받았다는 사례와 발치를 통해 병역을 기피했다는 의혹을 받은 특정 연예인들의 사례는 병역면제 기준에 대한 불신을 낳았다. 이에 대해 김성현<공대 기계공학부 16> 군은 “연예인들이 건강상의 이유로 합법적으로 병역을 면제받았다고 밝힌 이후에도 액션 영화를 찍거나 신체에 무리가 가는 활동을 하는 것을 보면 그들의 병역면제 기준에 대해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연예인뿐만 아니라 고위공직자와 그 자녀의 병역기피 또한 흔하게 볼 수 있다. 실제로 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역대 국무총리와 장관 및 후보자들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병역문제 및 아들의 병역기피 문제는 꾸준히 제기됐다. 실제로 작년 고위 공직자(4급 이상) 27명의 아들 31명이 병역의무를 면제받기 위해 국적을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부처별로는 교육부가 소속 고위 공직자 3명의 아들 4명이 포함돼 가장 많았다. △국세청 △금융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외교부 △중소기업청 △행정자치부등 행정기관과 헌법재판소 소속 고위 공직자의 아들도 명단에 포함됐다. 이 밖에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공공기관의 고위 간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근무하는 고위 공직자 13명의 아들도 포함됐다. 

이로 인해 후보자들은 자격을 잃거나 국민들의 질책을 받았다. 이처럼 병역기피가 한국 고위직 인사들 사이에 만연하다는 것은 지도층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함을 나타낸다.

누구나 피하고 싶은 ‘군대’
2013년 병역인식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병역 미필자의 상당수가 병역을 기피하고 싶다고 병무청은 밝혔다. 특히 각종 사건·사고는 군대를 기피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원인이다. 병영 내의 구타 및 인권침해, 그리고 군내 부정부패, 부조리 등 군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은 군대에 대한 거부감을 낳았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헌법과 병역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다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관심계층은 예외다. 실제로 앞선 자료에서 살펴봤듯이 사회관심계층의 병역기피는 심각하다. 이처럼 이들은 ‘특권의식’을 통해 병역을 기피하고 있다. 즉, 부와 권력을 동반한 ‘특권의식’을 악용해 제도의 틈새를 합법적인 병역기피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곽유석<병무청 대변인실> 대변인은 “사회관심계층이 병역기피를 하는 원인은 반칙을 쉽게 할 수 있는 인적자원 및 수단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특권은 병역기피를 해도 된다는 유혹에 더 쉽게 빠지게 한다”고 밝혔다.

올바른 병역문화의 확립 요구돼 
현재 군대에 다양한 문제점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군대에 대한 오해와 두려움을 우선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이러한 조치가 선행된 뒤에 사회관심계층의 병역기피를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후행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교육이나 제도를 통한 올바른 병역문화의 확립과 병역기피의 죄의식을 키울 수 있는 사전 교육 등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익명을 요구한 병무청 관계자 A씨는 “정당하게 병역을 마친 사람만이 인정을 받고 성공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며 “이러한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사회관심계층도 모범적으로 병역을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병무청도 이를 인지하고 연예인, 체육선수를 포함해 고위공직자 자녀와 고소득자, 그리고 그 자녀에 대해 병적을 별도로 관리하는, 병역법 일부 개정법률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병역법 일부 개정법률 시행에 따라 병적관리 대상자는 병역판정검사와 병역의무의 연기·감면 등 병역처분이나 병역이행 과정을 검증받게 된다. 특히, 보충역이나 면제 판정을 받은 경우 그 사유가 정당한지, 입영연기 시에는 고의 입영 연기는 없는지 등을 점검받게 된다. 박우신<병무청> 차장은 “우리 사회에 끊이지 않는 연예인, 체육선수, 고소득자, 공직자 등의 병역기피가 병무행정에 대한 국민의 불신으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라며 “성실하게 병역을 이행한 국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줘 법률개정이 요구돼 왔다”고 말했다.

공정 병역, 공정사회의 첫걸음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물을 흐려 놓는 법이다. 일부 이기적인 사람들이 사회가 정해놓은 법을 교묘히 어겨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함으로써 대다수의 양심적인 사람을 상대적 박탈감에 빠져들게 한다. 앞서도 말했듯이 의무 부과에 있어 형평성이 확립되지 않으면 신뢰가 무너지고 사회에 혼란을 준다.

사회관심계층에 만연한 병역기피 문제는 여전히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에 사법부가 개정한 병역법은 상세한 해결책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에 따라, 현재 병무청은 올해 초 통과된 병역법 개정안으로 지난 9월부터 고위공직자(4급 이상), 고소득자(종합소득 과세표준 5억 원 이상), 연예인 및 체육인 등 유명인 3만2630명의 병적을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  

박 차장은 “공정한 병역은 국민적 신뢰는 물론 병역을 이행하고 있는 장병들의 자긍심을 고취하게 하므로 우리 국방을 튼튼하게 하는 초석이 된다”며 “공정하고 정의로운, 병역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병역법 개정안이 정착된다면 성실히 병역을 이행하는 사람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아도 될 것이다.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사람이 자랑스러워하고 편법을 사용한 사람이 부끄러워하는 사회가 바로 공정한 사회가 아닐까.

인포그래픽 임지은 기자 ije9917@hanyang.ac.kr
도움: 임해은 수습기자 godms0328@hanyang.ac.kr
송원빈 수습기자 swb119@hanyang.ac.kr
곽유석<병무청 대변인실> 대변인
박우신<병무청> 차장 


*사회관심계층: 고위공직자와 그 자녀, 고소득자, 연예인 및 체육선수 등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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