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유사 중간광고의 불편한 진실
지상파 유사 중간광고의 불편한 진실
  • 김지하 기자
  • 승인 2017.11.27
  • 호수 1468
  • 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0초 후에 공개됩니다!”
한때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유행어다. 누구나 맥이 풀린 기분으로 1분 동안 광고를 보며 결과 발표를 기다렸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지상파 드라마에서까지 중간 광고를 시청해야 한다.

지상파는 중간광고가 필요해!
처음부터 지상파 방송에 중간광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전까지 존재했던 지상파 중간광고는 1973년 개정방송법 시행령 발효로 인해 폐지 절차를 밟았고, 그 후 지상파 방송국에서 수차례 중간광고 도입의 필요를 주장해왔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심성욱<언정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 논의는 거의 15년 이상 계속돼왔다”며 “지상파 방송국이 중간광고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광고비 감소와 그로 인한 제작 수익 개선의 목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제일기획의 ‘2016년 매체별 총 광고비 결산’에 따르면 지상파 TV의 광고 수익은 작년에 비해 약 15% 감소했다. 

또한 지상파 방송국에서는 케이블·종편 채널에만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제도가 불공평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케이블 채널에만 중간광고를 허용한 이유는 지상파 채널보다 상대적으로 경쟁력과 자본이 약한 케이블 채널을 우대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최근 JTBC, tvN과 같이 케이블·종편 채널의 프로그램 질과 시청률이 지상파를 능가하면서 그 명분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총 광고비 결산에서도 케이블·종편 채널은 5%가량 상승 했고, 광고 규모도 약 1천8백6십억 원으로 지상파 방송국 보다 약 2천억 원을 앞섰다. 

심 교수는 “온라인·모바일 광고도 규모가 상승하고 있어 지상파의 수익이 더 감소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기 때문에 지상파 방송국이 내린 해결책이 바로 ‘유사 중간광고(Premium Commercial Message)’이다.

방송계의 무법자, 유사 중간광고
유사 중간광고의 시작은 예능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문제가 심각해진 것은 지상파 3사가 드라마에도 유사 중간광고를 도입하면서부터다. MBC와 SBS는 월·화 드라마를 기준으로 지난 7월 종영한 드라마 「파수꾼」, 「엽기적인 그녀」에서, KBS는 금·토 드라마 「최고의 한방」에서 처음으로 유사 중간광고를 삽입했다. 보통 평일 드라마가 16~24부작 내외, 한 회당 60분 구성이었다면 앞서 언급한 드라마들은 한 회를 약 30분으로 나눠 두 회차로 방영하고 그사이에 광고를 삽입한다. 이렇게 30분짜리 드라마 사이에 삽입된 광고는 프로그램이 끝난 후 나오기 때문에 광고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지상파 3사는 이 점을 이용해 버젓이 유사 중간광고를 삽입하고, 심지어 사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 그래프 1
 ▲ 그래프 2

이런 편법적 광고로 애꿎은 시청자가 피해를 보는 것이 큰 문제인데, 대표적으로 시청권 침해가 있다. 온라인 설문조사 시스템 두잇서베이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상파 유사 중간광고 도입 후 시청 흐름에 방해를 받았다’는 응답률이 75.3%로 높게 나타났다(그래프 1). 황주연<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17> 양도 “드라마의 경우 중요한 부분에서 흐름이 끊겨 광고 삽입에 의문이 들 때가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나아가 지상파 유사 중간광고 삽입에 ‘반대한다’는 응답자가 66.3%인 것으로 보아 시청자들이 유사 중간광고 때문에 발생한 시청 흐름 방해에 민감하게 반응함을 알 수 있다(그래프2). 

물론 시청 흐름 방해는 지상파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는 케이블·종편 채널의 합법적 중간 광고에서도 흔히 지적된다. 하지만 케이블·종편 채널은 프로그램에 중간 광고를 삽입할 시점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 시청 흐름이 끊기지 않게 전략적인 광고 삽입이 가능하다. 시청자가 지루함을 느끼거나, 궁금해 할 부분에 넣어 관심 환기가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은 20~30분의 방송시간을 채울 의무가 있기 때문에 흐름을 끊고 유사 중간광고를 삽입하게 된다. 따라서 시청권 흐름 방해 문제가 두드러지는 것이다. 

다음은 드라마 *VOD 가격의 상승이다. 과거 ‘네이버 N 스토어’에서 제공하는 드라마 VOD 가격은 한 회당 60분짜리 드라마를 1천6백5십 원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현재는 30분짜리 드라마 한 편을 1천1백 원으로 판매하고 있다. 따라서 시청자가 드라마 한 편을 온전히 보려면 두 회를 구매해 총 2천2백 원을 결제해야 한다. 이는 유사 중간광고 도입 전 VOD 가격과 대비해 약 33.4%가량 증가한 금액으로, 수익증대가 아닌 프로그램 질적 향상을 위해 유사 중간광고가 필요하다는 지상파의 주장을 무색하게 만든다.

방송광고제도 강화가 필요해
김민기<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경향신문 기고에서 “정부는 지금이라도 지상파 방송 유사 중간광고를 즉각 규제하고 방송광고제도 전반에 대한 정책조정과 중간광고 가이드라인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유사 중간광고의 구조 자체가 방송 광고법의 사각지대를 파고들어 국내 광고방송 시장의 공공성을 침해하기에 제도 전반에 걸친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자 지난 5월 방송통신위원회는 “집중적인 방송 모니터링을 통해 조만간 가이드라인 형태의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마땅한 해결책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유사 중간광고는 지상파 방송이 처한 위기의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양질의 콘텐츠 제작’이라는 목적에 공감하지 못하는 시청자가 많고, 유사 중간광고로 인한 실질적 수익도 미비하다는 통계도 발표됐다.

“지상파의 존재이유이자 추구해야 할 최후의 가치는 공공성”이라는 김 교수의 말처럼, 지상파 방송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유사 중간광고를 지양해야 한다. 시청자와 방송국에게 모두 ‘실’이 되는 유사 중간광고, 법의 사각지대를 보완한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인포그래픽 임지은 기자 ije9917@hanyang.ac.kr
도움: 신민경 수습기자 medsom02@hanyang.ac.kr
심성욱<언정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참고 문헌: 김민기. [기고]공공가치 훼손하는 지상파 편법 중간광고. 
경향신문, 2017.06.20,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6202116025&code=990304, 2017.11.24.


*VOD: 통신망 연결로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영상을 원하는 때에 제공하는 맞춤영상정보 서비스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