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연한 ‘현대판 음서제’, 좌절하는 청춘들
만연한 ‘현대판 음서제’, 좌절하는 청춘들
  • 안치형 기자
  • 승인 2017.11.13
  • 호수 1467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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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암리에 퍼져있는 채용 비리
청년과 취업준비생, 언제까지 울어야 하나요?
정부의 전수조사, ‘현대판 음서제’ 타파의 첫걸음

최근 현대판 음서제(蔭敍制)를 방불케 하는 채용 비리 의혹에, 가뜩이나 취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청년층의 상대적 박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에 부모 잘 만나는 게 최고의 스펙이라는 웃지 못할 농담까지 스스럼없이 나오고 있다.

채용 비리로 얼룩진 우리 사회
최근 감사원이 53개 공공기관을 감사한 결과, 39곳에서 100여 건의 채용 비리를 적발했다. 이중 강원랜드에서는 2012~2013년 선발한 518명의 신입사원 중 95%에 해당하는 493명이 부정 청탁을 통해 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채용 비리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 18곳뿐 아니라 금융감독원도 포함된 것으로 밝혀져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사실 이번 채용 비리는 처음이 아니다. 실제로 백혜련<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감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올해 7월까지 채용 비리와 관련해 감사원이 해당 기관에 처분을 요구한 것은 모두 255건이다. 

채용 비리 문제에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지만 한 경제전문가는 채용 비리가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정실 자본주의’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족벌경영과 정경유착의 이른바 ‘끼리끼리 문화’를 채용 비리의 원인으로 규명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전문성과 거리가 먼 정치인이나 관료가 낙하산 형태로 공공기관의 수뇌부를 형성할 경우 각종 외압에 취약해진다. 특히, 공공기관장은 정관계 출신 낙하산으로 임용된 경우가 많아 도덕적 정당성이나 업무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고, 자신의 자리를 마련해 준 정계의 청탁 등을 거절하지 못해 구조적으로 채용 비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채용 비리는 근본적인 혁신이 없다면 이에 대한 대책은 임시방편이 된다. 여전히 채용 비리가 행해지는 것은 지금까지의 대책이 임시책에 그쳤음을 방증한다.

계속된 채용 비리, 눈물짓는 청년들

감사원이 공개한 채용비리 적발 현황이다.
▲ 위 그래프는 청년실업률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날로 심각해지는 취업난에도, 청년들은 실낱같은 희망을 잡기 위해 정당한 방법으로 취업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러한 청년들의 땀을 한순간에 앗아가는 채용 비리가 만연하다. 취업준비생과 청년들은 ‘과연 취업 시장에서 능력대로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가’라는 비관론에 빠진다. 청년들의 희망을 빼앗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의 미래를 갉아먹는 대표적 적폐이자 엄중한 범법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이성연<경금대 경제금융학부 13> 군은 “자신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채용 비리 때문에 합격할 수 없다는 것은 청년들의 불신과 상실감을 줄 것”이라며 “이러한 상실감은 동기부여를 저하시킨다”고 의견을 말했다. 또한, 구대원<경영대 경영학과 15> 군은 “채용 비리는 박탈감, 좌절감을 넘어 분노를 촉발하기에 충분하다”며 “20·30대 사이에서 취업난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고 대학생 모두가 예비 취업준비생이라는 점에서 채용 비리는 확실히 뿌리 뽑혀야 한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  

대책 강구에 나선 정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공공기관 채용 비리는 우리 사회의 만연한 반칙과 특권의 상징으로 보인다”며 “전체 공공기관을 전수조사해서라도 채용 비리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는 채용 비리를 엄하게 다스리기 위해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공직 유관단체 등 1100여 곳에 대한 전수 조사와 관계자 엄중 처벌의 의지를 보이기 위한 칼을 빼든 것이다. 

금융당국도 금융 공공기관 7곳에 대해 지난 5년간 채용 비리를 전수 조사하기로 했다. 대상은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예탁결제원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 7곳으로 알려졌다. 

청년들의 꿈 짓밟는‘현대판 음서제’, 이제는 사라져야  
정부가 해결책을 내놓겠다고 약속했지만, 청년과 취업준비생들은 지금까지의 사태로 이미 낙담해있다. ‘현대판 음서제’ 척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한 정부는 이번 전수조사 기회를 통해 공공부문의 인사시스템을 획기적으로 체계화하고, 공공기관 인사채용의 절차 및 과정을 투명하게 법제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김지홍<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채용만이 아니라 승진이나 인사발령, 특혜 등 다양한 인사 비리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것이 현 상황”이라며 “우리나라의 최고 권력기관인 대통령과 청와대, 그리고 국회가 먼저 솔선수범하는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총체적인 인사 비리를 근절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이번 전수조사가 미봉책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우리 사회에 칡넝쿨처럼 퍼져 있는 ‘현대판 음서제’, 해결이 시급하다.

인포그래픽 임지은 기자 ije9917@hanyang.ac.kr
도움:  김지홍<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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