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보이지 않는 헌신, 우리가 알아야 할 노고
그들의 보이지 않는 헌신, 우리가 알아야 할 노고
  • 노은지 기자
  • 승인 2017.11.13
  • 호수 1467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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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히 세상을 빛내는 청소 노동자를 만나다

청소 노동자는 흔히 ‘보이면 안 되는 직업’이라고 불린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을 희생해 주변을 깨끗하게 만드는 그들이지만, 우리 사회의 청소 노동자에 대한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지난 8월 3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00빌딩 상가 번영회의 알림’이라는 공고문을 찍은 사진이 게재됐다. 공고문은 그동안 청소 노동자의 급여는 한달에 90만 원(시급 3,750원)이었으나 정부 정책에 의해 시급이 인상될 것이란 내용이었다. 청소 노동자들이 최저시급에 한참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청소 노동자들의 안전 역시 문제다. 지난 9월 11일에는 한대앞역에서 60대 청소 노동자가 전동차에 치여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이번 사고가 청소 업무를 하던 중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 소식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대부분의 청소 노동자들은 위와 같이 그에 맞는 임금과 대우를 받지 못하며 안전 역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하루 이용자 수가 550만 명에 이를 정도로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서울 지하철. 그곳에도 청소 노동자들은 존재한다. 우리는 청소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열악한 현실에 대해 잘 알고 있을까? 기자는 서울캠퍼스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한양대역에서 근무하는 청소 노동자를 만나봤다.

▲ 한양대역 청소 노동자 A씨가 걸레질을 하고 있다. 수년간의 경험으로 일이 익숙해진 그녀는 빠르지만 깨끗하게 역사 내를 청소한다.
▲ 한양대역 청소 노동자 A씨가 걸레질을 하고 있다. 수년간의 경험으로 일이 익숙해진 그녀는 빠르지만 깨끗하게 역사 내를 청소한다.

 



“한양대가 빛나면 한양대역도 빛나야죠”
한양대역에서 근무한 지 벌써 3년이 된 익명을 요구한 청소 노동자 A씨의 하루는, 오전 6시 한양대 역사 전체를 쓸고 닦으며 광을 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보통 2명이 함께하지만, 종종 혼자서 역사 전체를 청소할 때도 있다. 3시간이 넘는 청소를 끝마치고 오전 9시쯤 되면 그제야 아침 식사를 한다. 그러나 식사 역시 편하게 할 수 없다. “밥을 먹다가도 열차에 커피를 흘렸거나 토사물이 있다는 연락이 오면 밥숟가락 놓고 뛰어가야 해요. 그런 거 쫓아다니다 보면 밥도 제대로 못 먹죠.”

근무 시간표에 쉬는 시간이 정해져 있긴 하다. 그러나 식사시간과 마찬가지로 휴식시간에도 A씨는 맘 편히 쉴 수 없다. 그녀는 “근무 시간표대로 하면 일이 안 돼요. 치워야 할 곳이 생기면 쉬다가도 20분도 안 돼서 나가야 하거든요”라고 말한다.

지하철 역사는 많은 사람과 열차가 다니다 보니 먼지가 많다. 특히 한양대역은 도로 옆에 위치해 매연이 많이 들어온다. “마스크를 받긴 하지만 역사 내에는 에어컨이 없어 마스크를 쓰고 일하면 숨 쉬기도 힘들어서 잘 안 쓰죠. 그 먼지랑 매연을 그냥 우리가 다 마시는 거예요.” 이러한 상황에도 한양대역은 타 역사와는 달리 지상에 위치해 ‘창문’이 있다는 이유로 정화 시설이 설치되지 않았다. 온종일 일을 하면 먼지와 매연 탓에 A씨는 목이 아프다.

제대로 된 휴식 시간 없이 먼지와 함께 일을 하다 보면 오후 9시가 된다. 야간반과 교대를 하면 마침내 A씨의 하루도 끝이 난다. 그리고 이 하루는 주말·연휴에도 반복된다. 이렇게 일한 A씨가 받는 돈은 시급 6,470원, ‘최저임금’이다. A씨는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만, 그래도 급여가 물가보다 턱없이 적어 아쉽다고 말한다.

▲ 분리수거 실에서 화장실 청소 준비를 하는 한양대역 청소 노동자 B씨의 모습이다. 잠깐의 휴식 시간을 가진 후, 다시 청소 일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
▲ 분리수거 실에서 화장실 청소 준비를 하는 한양대역 청소 노동자 B씨의 모습이다. 잠깐의 휴식 시간을 가진 후, 다시 청소 일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

 


보이지 않았던 그들의 현실
이런 상황은 비단 한양대역 지하철 청소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김윤수<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부장은 국내 청소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밝혔다. 먼저, 고용 불안이다. 김 부장에 따르면 대부분의 청소 노동자는 *원청업체가 아닌 청소 용역업체를 통해 ‘간접적’, 즉 계약직으로 고용된다. 그 때문에 실제로 청소 노동자 중 비정규직이 77.4%에 달하고 있다. 따라서 청소 노동자들은 용역업체와의 계약 만료일이나 원청업체와 용역업체 간의 계약 만료 시점이 다가올 때마다 해고당할 걱정에 불안하다.

다음은 저임금과 복지 서비스 부족이다. 온종일 땀 흘리며 일하지만, 그들의 손에 쥐어진 돈은 한 달에 150만 원이 채 안 된다. ‘최저임금’이 청소 노동자들에게는 ‘최고임금’인 것이다. 김 부장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청소 노동자들이 많다”며 “간접 고용의 형태이다 보니 용역 업체에서 인건비를 가져가 결국 청소 노동자들은 저임금을 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A씨 역시 “다른 일에 비해 복지가 너무 안 좋아, 아파서 병가를 내면 수당이 한 푼도 나오지 않아 쉴 수 없다”며 부족한 복지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한, 비인격적 대우 문제가 있다. 김 부장은 그 중에서도 특히 ‘휴게실 부족’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전했다. 직업의 특성상 쉴 수 있는 휴게실과 씻을 수 있는 샤워실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원청에서 제대로 된 휴게실과 샤워실을 만들어주는 경우가 드물어 많은 청소 노동자들이 화장실이나 계단 아래, 심지어는 전기 배전실에서 쉬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양대역의 청소 노동자 B씨는 일부 역에는 아직도 샤워실이 없어 그곳에서 일하는 청소 노동자는 땀 냄새를 풍기며 퇴근해야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시설의 부족이라는 처우 문제뿐만 아니라 청소 노동자를 대하는 시민들의 비도덕적인 태도도 그들을 힘들게 한다. B씨는 다른 역에서 근무할 당시 폭언과 성추행은 일상이었다며 “청소를 하다가 스쳤다는 이유로 욕설을 들었다. 청소하고 있는데 신체 접촉을 하고 가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이에 김 부장은 ‘청소하는 사람이니까 막 부려도 된다’는 인식을 가진 사람이 많아 청소 노동자들에게 상처를 준다고 덧붙였다.

▲ 한양대역 청소 노동자 C씨가 쓰레기통을 비우고 있다. 마시다 남은 음료수를 처리하는 것이 가장 큰 골칫거리이다.
▲ 한양대역 청소 노동자 C씨가 쓰레기통을 비우고 있다. 마시다 남은 음료수를 처리하는 것이 가장 큰 골칫거리이다.

 


청소 노동자도 행복한 세상을 위해
청소 노동자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 이주희<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청소 분야가 지나치게 간접고용화 돼있다”며 “청소 노동자들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가장 먼저 직접고용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많은 원청업체가 용역업체에 청소 노동자 관리를 맡긴 이유는 정규직이 아니므로 임금을 적게 줄 수 있고,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만약 실질적 사용자인 원청회사가 직접 이들을 고용하면 용역업체의 중간착취가 없어지고, 요구사항을 원청회사에 직접 요구할 수 있어 좀 더 나은 근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또한, 이 교수는 노동조합을 통한 노동자의 조직화를 강조했다. 간접고용의 형태일 때는 원청업체가 ‘직접 교섭’을 할 의무가 없지만, 노동조합을 통한다면 원청업체가 사용자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요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관심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김 부장은 청소 노동자의 고용, 처우 문제를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청소 노동자가 겪는 문제는 정도가 심할 뿐, 노동자인 우리 모두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양대역 청소 노동자들은 “젖은 손을 바닥에 털 때, 다 마시지 않은 음료를 버릴 때 우리 청소 노동자들을 한 번만 생각해 달라”고 말한다.

한양대역을 이용하는 차영준<예체대 체육학과 14> 군 역시 “가끔 청소 노동자들께 감사를 표할 때마다 무척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면 한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며 “우리는 많은 어려움 속에서 일하는 그들의 노고를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양대역 청소 노동자들은 ‘여기 화장실 정말 깨끗하다’라는 학생들의 말에 밝게 웃으며 오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한양대역을 빛내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한양대역 청소 노동자를 비롯해 수많은 청소 노동자들이 있다. 그들은 모두 열악한 환경에서도 꿋꿋이 본인이 맡은 바를 다 하고 있다. 우리는 보이지 않아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그들의 노력을 알고 처우 개선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도움: 김윤수<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부장, 이주희<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참고 문헌: 박옥주. 청소용역 여성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일 경험. 한국여성학, 32(2), 217-251.


*원청: 하청을 주는 기업이나 공장 등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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