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문화산책
10월의 문화산책
  • 손채영 문화부장, 김지하 기자
  • 승인 2017.09.25
  • 호수 1463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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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 10일의 추석 연휴를 앞둔 지금, 뭘 할지 고민하고 있다면? 서울 곳곳에서 다양한 전시회와 공연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오랜만에 찾아온 휴일을 알차게 즐길 수 있는 공연과 전시를 만나보자. 

힘든 세상 속의 오아시스, 연극 「망원동 브라더스」

▲ 연극 「망원동 브라더스」의 배경이 되는 영준의 옥탑방 모습

망원동의 8평 옥탑방. 이곳에 사는 영준은 남의 만화를 대신 그려주며 근근이 먹고사는 만화가다. 그러던 어느 날, 영준의 작은 옥탑방에 사람들이 점점 모여들기 시작한다. 과거 만화 출판사에 다닌 기러기 아빠 김부장, 연습생 시절 만화를 가르쳐준 싸부 그리고 동네 공시생 삼동이 까지. 좁은 옥탑방에 모인 네 남자들의 이야기 속에서 장소의 상징성을 생각해보자.

영준의 옥탑방으로 모여드는 사람들은 눈에 띄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김부장은 경쟁 사회에서 도태된 실직자이고, 싸부는 시대가 지나 한물간 만화가이다. 삼동이나 영준도 크게 다르진 않다. 그런 이들에게 영준의 집은 삭막한 현실 속에서 함께 웃고, 떠들며 내일을 준비할 수 있게 해주는 오아시스 같은 공간인 것이다.

하지만 사막 한가운데의 오아시스가 언젠간 마르듯이 그들은 또다시 실패를 겪는다. 그러나 이전처럼 형편없이 무너지기만 하지 않는다. 의도치 않게 모인 네 명의 남자들이지만 어느새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브라더스’로서 서로를 지탱해주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인생에서 동반자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낄 수 있다.

연극 「망원동 브라더스」는 대학로 예술 공간 혜화에서 공연한다. 공연장은 대학로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혜화동 우체국 방향에 위치하고 있다. 대학로의 열기는 잠시 뒤로 하고 8평짜리 옥탑방에서 네 남자와 함께 망원동의 탁 트인 경치를 구경해보는 것은 어떨까? 「망원동 브라더스」는 오픈런 공연으로 계속되니 10월의 황금연휴에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보는 것을 추천한다.

글·사진 김지하 기자 
jihaaa1019@hanyang.ac.kr

인생의 마지막에서 삶을 회고하다, 전시회 ‘있는 것은 아름답다’

▲ ‘있는 것은 아름답다’전을 감상하는 관람객들

죽음. 지구상의 어떤 생명체도 피할 수 없는 인생의 종착역이다. 죽음이 찾아오는 시기와 형태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몇 가지 보편성을 찾을 수 있다. ‘누구나’ 겪게 되고, 평온하게 받아들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 죽음을 의연하게 준비하는 스무 명의 사람들이 있다. 

‘카메라를 든 성직자’라는 별명을 가진 미국 사진작가 앤드루 조지는 지난 2012년부터 2년간 LA 호스피스 병동에서 스무 명의 환자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환자들은 모두 죽음의 공포를 ‘초월’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인간이 그러한 공포를 초월할 수 있을까? 

스무 명의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지만, 모두 ‘죽음’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죽음을 맞닥뜨린 자신의 운명을 원망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수용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이들의 모습을 보면 앞선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죽음을 자연의 섭리로 인정하고 세상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죽음’이 주는 공포를 초월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를 보니 사진 속에서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던 노인 잭의 말이 떠오른다. “죽음이요? 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요”

갤러리의 끝에 다다를 때면 벽면에 걸린 거울을 마주하게 된다. 앤드루 조지가 환자들에게 던진 “당신은 무엇으로 기억될까요?”등의 37가지 질문을 자신에게 직접 물어보라는 의미이다. 가을볕이 따뜻한 10월에는 자신의 운명을 겸허히 받아들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리고 그곳에서 ‘죽음’이 인생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인지할 때 우리의 삶이 더 아름다워질 수 있음을 느끼길 바란다. 전시는 충무아트센터에서 오는 10월 31일까지 계속된다. 

김지하 기자 
사진제공: 충무아트센터 문화 사업부

쓰레기가 아닐지도 몰라, ‘쓰레기 X 사용설명서’

▲‘쓰레기 사용설명서’전의 전시장 입구
▲ ‘쓰레기 사용설명서’전의 전시장 입구

지난 15일, 경복궁 내에 위치한 국립민속박물관을 찾았다. 전시관 입구에 도착하니 폐품을 이용해 만든 작품이 눈에 띄었다. 설치미술가 최정화 씨의 정크 아트(재활용 미술) ‘알케미’였다. 본격적으로 관람하기 전, 작품은 이 전시의 목적을 한 번 더 상기시키기에 충분했다. 기대를 안고 전시장 안으로 들어섰다.

이번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돼있다. 먼저 1부 ‘쓰레기를 만들다’에서는 사람들이 소비하고 배출하는 쓰레기양을 보여주며 새로운 기종의 전자제품이 나올 때마다 빠르게 소비하고, 일회용품을 남용하는 것이 결국은 엄청난 쓰레기더미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린다. 이 전시들은 우리의 소비 세태를 반성하게 만든다. 또한 이 전시장에는 한양대학교 문화재연구소가 2009년 발굴한 ‘서울 행당동 출토 생활쓰레기 유물’도 전시돼있어 약간의 반가움을 느꼈다. 동시에 쓰레기 문제가 ‘나 자신의 잘못임’을, 또 ‘더 이상 이를 외면할 수 없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어지는 2부 ‘쓰레기를 처리하다’에서는 쓰레기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소개한다. 장난감을 재활용하는 사회적 기업 ‘금자동이’, 기증받은 양복을 구직 청년 등에게 값싸게 대여하는 ‘열린 옷장’ 등의 사례를 통해 재활용을 실천하는 사회의 노력을 보여준다. 마지막 3부 ‘쓰레기를 활용하다’에서는 쓰레기로 오해받던 보물들이 전시돼있다. 그 중 하나인 ‘영조대왕 태실 석난간 조배의궤’는 먼지를 뒤집어쓴 채 버려질 뻔 했지만, 이를 알아본 군청 직원의 노력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우리가 무심코 버렸던 쓰레기들이 어쩌면 값진 문화재가 아니었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또한 사물을 쓰레기와 보물로 구분하는 것은 결국 우리가 규정한 가치에 달려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전시품은 쓰레기를 그저 버려야 하는 무용지물이 아니라 그 나름의 가치를 지닌 것임을 시사했다. 

‘쓰레기 X 사용설명서’ 전은 입장료가 무료라 부담 없이 관람할 수 있으며 같은 건물 내에 다른 전시도 함께 하고 있어 즐길 거리가 많다는 장점이 있다. 전시는 10월 31일까지 계속되니 쓰레기의 변신이 궁금하다면 한 번 들러 관람하는 것은 어떨까? 

글·사진 손채영 기자 scyeong02@hanyang.ac.kr

고궁에서 즐기는 야외 전시·음악회
고즈넉한 자태를 뽐내는 고궁에서 공연과 전시를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기, 경복궁과 창덕궁에서 여러분의 상상을 현실로 만나볼 수 있다. 

▲‘2017 고궁음악회’의 모습
▲ ‘2017 고궁음악회’의 모습

경복궁 수정전 앞 꽃담무대에서 열린 ‘2017 고궁 음악회’는 ‘고궁 돌담에 기대어 듣는 우리 음악’이라는 주제로 매일 오후 3시 30분부터 40분가량 진행되고 있다. 기자가 관람한 15일에는 여성 국악 실내악단 ‘나뷔’의 공연이 있었다. 만찬곡, 박타령과 민요 메들리 등 우리의 소리가 고궁의 풍경과 어우러져 한층 더 운치 있게 감상할 수 있었다. ‘나뷔’ 외에도 남성 창작 국악 그룹 ‘재비’와 국악 실내악단 ‘하늘소리’ 등 여러 국악단이 출연해 다양한 공연을 즐길 수 있다. ‘2017 고궁 음악회’는 오는 10월 30일까지 화요일을 제외한 모든 평일에 열린다.

▲‘덕수궁 야외프로젝트:빛·소리·풍경’의 안내판
▲ ‘덕수궁 야외프로젝트:빛·소리·풍경’의 안내판

덕수궁에서는 야외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빛·소리·풍경’이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설치예술가 강애란, 시각디자이너 권민호 등 여러 장르 예술가들의 참여로 풍성한 볼거리를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중화전 △석조전 △석어당 △덕흥전 △함녕전 순서로 관람객의 자연스러운 동선에 따라 흘러간다. 대한제국 선포 120주년을 기념한 전시인 만큼 대한제국기 덕수궁을 현대적 감성으로 담아낸 9개의 △드로잉 △사운드 △사진 △설치 △영상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그 중 석어당에 전시된 권민호의 ‘시작점의 출발’은 연필과 목탄을 이용한 드로잉 작품으로 대한제국기 덕수궁과 현대 덕수궁의 모습을 모두 담아냈다. 또한 최초 증기기관차인 모갈 1호와 현재 운행되고 있는 KTX가 교차되며 덕수궁 앞을 지나는 영상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이어져있음을 느끼게 한다.  

‘덕수궁 야외프로젝트’는 오는 11월 26일까지 진행된다.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 큐레이터와 아티스트의 일대일 토크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전시와 연계된 특별 강연과 공연 및 영상 스크리닝이 개최될 예정이다. 자세한 정보는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사진 손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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