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보, 교내 부조리를 고발하다
대자보, 교내 부조리를 고발하다
  • 김채연 기자
  • 승인 2017.05.13
  • 호수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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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학생 비하 발언 교수, 또 다시 논란돼/ 우리 학교도 피해가지 못한 교내 성희롱 논란

최근 교내에 두 개의 대자보가 부착됐다. 대자보는 대학가에서 내붙이거나 걸어두는 큰 글씨로 쓴 글이다. 이러한 대자보는 예전부터 개인의 의견을 전달하는 가장 빠른 수단이자 강력한 수단이었다. 인터넷과 통신이 발달된 현재에도 학생들은 대자보를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때론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보다 더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최근 교내에 게시된 대자보도 부조리를 고발하는 내용을 담아 학생들의 관심과 비판을 이끌어냈다.

장애 학생 비하 발언 교수, 또 다시 논란돼
본지 1455호 1면에서 다뤘었던 임양택<경금대 경제금융학부> 명예교수의 장애 학생 비하 발언 논란이 또 다시 불거졌다. 지난 3월 7일, 임 교수는 강의 중, 장애 학생 A씨에게 “이 학생은 장애인이다. 장애인인데 배우려고 앉아 있다”고 말했을 뿐만 아니라 “퀴리 부인을 모르면 장애인이 될 자격이 없다”는 등의 말을 서슴없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교수의 장애 학생 비하 발언 논란이 교내에 퍼지자, 지난 3월 30일 학교 측에선 인사위원회를 통해 임 교수에게 ‘강제 공개 사과’ 처분을 내렸다. 인사위원회가 이뤄진 후 사건은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임 교수가 받은 ‘강제 공개 사과’ 처분과 관련된 또 다른 대자보가 교내에 게시된 것이다.

▲ 임 교수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는 대자보의 모습이다. 해당 대자보는 교내 여러 곳에 게시돼 있다.

대자보는 피해 학생인 A씨가 작성한 것으로, 임 교수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더불어 학교의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함을 언급하고 있다. 대자보에 따르면, ‘강제 공개 사과’ 처분을 받은 임 교수는 지난 4월 13일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에게 단 한 통의 메일을 전달하는 것으로 사과를 끝냈다. 또한 메일로 전달된 사과문에는 당시 임 교수가 했던 비하 발언이 어떤 것인지 언급돼 있지 않고 해당 발언이 ‘격려 발언’이었지만 의도치 않게 마음의 상처를 줬다고만 표현돼 있다.
학교 측에선 임 교수의 장애 학생 비하 발언 이후, 문제 해결의 일환으로 해당 수업과 같은 과목의 수업을 하나 더 개설했다. 이에 A씨를 포함한 일부 수강 학생들은 개설된 강의를 선택했고, 임 교수가 아닌 다른 교수로부터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대자보에 따르면, 임 교수가 보냈던 메일 속에 ‘자신의 수업에 남아준 학생들에게 고맙다’는 내용도 담겨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A씨는 대자보에 “해당 내용이 사과문의 이치에 맞지 않다”고 적으며 임 교수의 진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물론 임 교수의 입장에선 메일을 통해 A씨에게 사과를 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사과문의 진정성에 대한 판단은 어디까지나 피해자의 몫이다. A씨는 대자보를 통해 임 교수로부터 진정성 있는 사과문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인사위원회에서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았을 때 임 교수의 명예교수 자격에 대해 재논의를 하겠다’는 학교 측의 약속도 지켜달라는 당부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학교 측의 조속한 대응이 이뤄져야 하는 시점이다.

우리 학교도 피해가지 못한 교내 성희롱 논란
지난달 13일, 서울캠퍼스 IT/BT관에 충격적인 내용의 대자보가 부착됐다. ‘우리는 당신의 학우이지 성적 희롱의 대상이 아닙니다’라는 말로 시작된 대자보는 특정 학과에 재학 중인 일부 학생들이 했던 발언을 문제 삼았다. 대자보에 따르면, 해당 학과에 재학 중인 일부 16학번 학생들이 동기와 후배들을 대상으로 얼굴을 평가하고 외모의 순위를 매긴 것은 물론, 입에 담기 힘든 성희롱성 발언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음담패설은 후배들이 있는 곳에서도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없는 곳에서도 행해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자보가 부착된 후, 논란은 교내 전체로 확산됐고 MBC 등 기성언론에 의해 해당 사건이 보도되기도 했다. 논란이 가속화되자, 해당 학과 학생회는 대자보를 통해 입장 발표를 했다. 학생회는 사건 인식 직후 논란이 된 사건을 학과장, 행정팀과 함께 공유했으며 사건에 대해 보다 더 정확한 파악이 이뤄져야하기에 학생들의 제보를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양성평등센터와 함께 사건 진상을 자세히 조사하고 파악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조사 과정 중에 있으며, 이후 학칙에 따라 문제가 된 학생들에게 징계가 내려질 예정이다.
하지만 문제는 또 있었다. 교내 반성폭력·반성차별 모임인 월담이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사건의 피해자를 향한 가해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월담에 들어온 제보에 따르면, 해당 사건을 보도했던 기사의 제목을 희화화하며 댓글을 달고 이를 웃음거리로 삼는 일이 발생했다. 더 심각한 것은 아무도 이 댓글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채 웃어 넘기려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월담은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가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하며 “2차 가해가 발생할 시 적극적으로 공론화하며, 피해자 보호에 힘쓸 것”이라고 전했다.

▲ 교내 성희롱을 고발하기 위해 IT/BT관에 부착됐던 대자보의 전문이다.

이러한 캠퍼스 내 성희롱은 우리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3월, 모 대학교에서도 성희롱을 고발한다는 내용의 대자보가 게시됐다. 모 학과에 재학 중인 일부 남학생들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특정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는 것이었다. 해당 학교는 작년에도 비슷한 문제로 이미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때문에 해당 학교 본부에선 재학생들에게 교내 성희롱 문제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며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계속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 캠퍼스 내 성희롱을 근절하기 위해선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함이 당연하다. 하지만 가해자에 대한 단순 처벌로 사건을 마무리한다면, 이와 같은 제 2, 제 3의 성희롱 사건은 계속해서 일어날 수 있다.  학교 측은 교내에서 발생한 사건인 만큼 피해자에 대한 추가적인 조치와 더불어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사진 김채연 기자 codus0219@hanyang.ac.kr
사진 출처: 한양대 반성폭력 반성차별 모임 <월담>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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