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일본은 소녀상 철거를 주장할 자격 없다
[아고라] 일본은 소녀상 철거를 주장할 자격 없다
  • 오현아 부편집국장
  • 승인 2017.04.09
  • 호수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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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현아 <부편집국장>

 

부산 일본 영사관 앞에 소녀상이 설치된 것에 반발해 자신의 나라로 돌아갔던 일본 대사가 85일 만에 귀임(歸任)했다. 그는 돌아오자마자 일본에서 지시 받은대로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등 주요 인사들을 만나 한일간 합의를 강하게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서울과 부산에 설치돼 있는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것이다.
일본 대사가 직접적으로 국가의 정상과의 면담을 요청하는 외교적 결례를 범해가며 소녀상의 철거를 주장하는 이유는 바로 2015년 맺어진 한일 위안부 합의다. 박근혜 정부는 10억 엔을 보상하라는 명목 하에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인 합의를 해 버렸다. 뿐만 아니라 이 합의문에서 한국정부는 일본 당국의 ‘안녕?위엄 유지’를 위해 소녀상 문제를 ‘적절히 해결’하겠다는 입장도 발표했다. 일본은 이를 빌미로 삼아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위안부가 일본군의 개입 하에 일어난 일이라는 것은 시인했으나 일본 측은 아베총리가 직접적으로 위안부 문제에 사과하는 것은 거부했다. 그로 인해 위안부 피해자들이 항상 강조해왔던 ‘진심어린 사과’는 동반되지 않은 채 단순히 금전적인 보상만 이뤄졌다. 공동기자회견에서 분명 사과와 금전적 보상을 약속한 일본은 스스로 합의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한국 정부에게만 합의를 했으니 소녀상을 철거해달라는 강압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다.
게다가 소녀상 철거는 오히려 합의의 정신에 어긋난다. 일본은 한일 위안부 관련 합의문에서 ‘군의 관여 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그러나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요구는 ‘책임을 통감’한다는 구절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독일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그들이 국가적으로 저지른 범죄를 잊지 않기 위해 폴란드에 위치한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방문하며 나치의 대학살을 반성하고 사죄하는 마음을 키우는 교육을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소녀상은 오히려 일본에게 과거 그들의 잘못을 돌아보게 하는 상징물이다. 그런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요구는 자신들이 했던 말에 대한 모순이자,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반성하지 않고 잊어버리고 왜곡을 하려는 의도로는 해석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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