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면 사람이 보인다”
“책을 읽으면 사람이 보인다”
  • 이지경 수습기자
  • 승인 2006.05.21
  • 호수 1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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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만남 - 공지영

사진 이지경 기자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봉순이 언니’로 유명한 공지영 작가가 지난 18일 안산배움터 학생회관 소극장을 찾았다.

이 날 소극장은 공 작가를 만나러 온 학우들로 가득 찼다. 공 작가는 우선 자신의 일상적인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공 작가는 “바쁜 일정 때문에 내 자신이 고갈 되는 것을 느꼈으며 각종 비평가들의 비난을 견디기 힘들어 공백 기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또 “소설은 18세기 천박한 노동자 계급의 오락수단으로 시작해 프랑스혁명을 거치며 지적인 면모를 지니게 됐다”며 “이런 소설의 양면성을 발견하고서야 다시 소설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근황에 대해 말했다.

이어 공 작가는 “우리 사회의 건강함을 위해서는 소금이 필요하고 이 역할은 책만이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람을 아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소설을 읽는 것이고 무수히 많은 소설을 읽으면서 무수히 많은 사람의 ‘결’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손에서 한 순간도 책을 떨어트리지 않는 것이다”며 “책을 편다는 것은 마음을 펴는 것이고 이는 나보다 아는 것이 많고 보다 전문적인 작가의 의견을 수용하고 배울 수 있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 작가는 “깊고 풍요롭게 살기 위해 20대에 해야 할 일은 ‘연애’와 ‘도서관의 양서를 밤새 읽는 것’이고 이런 기회는 30대엔 오지 않으며 오직 20대에만 할 수 있다”고 학우들에게 다독을 권했다.

강연이 끝나고 학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특히 얼마 전에 촬영이 끝난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 큰 관심을 보였다. 공 작가는 “공범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윤수’라는 주인공에게 사형을 내린 이유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사형제도는 오심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폐지돼야 한다. 윤수를 죽임으로서 독자들에게 사형제도의 불합리성에 대해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캐스팅에 관한 질문에서 “강동원과 만나는 자리에서 저렇게 이뿐 배우가 죽는다면 사형제도가 폐지되지 않을까 생각해, 감독에게 좋은 캐스팅이라고 말했다”고 말해 학생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했다. 행사 후 학생들은 작가에게 사인을 받고 함께 사진을 찍는 등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인터뷰

-얼마 전 산문집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를 냈는데 그 속에 시를 인용하신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시를 굉장히 좋아한다. 시를 통해서 많은 치유를 받기도 했다. 싼 가격에 비해서 굉장히 많은 것을 주는 것이 ‘시’ 이기도 하다 나의 책을 통해서 한 시인을 좋아하게 되고 그 시인의 시집을 사보게 된다면 굉장히 기쁠 것이고 또 이로 인해 풍요로운 세상이 될 것 같다.

-그 시 중에서 하나만 추천해 달라

다 추천하고 싶다. 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시이고 시는 개인이 느끼는 것 아니겠는가.

-“나를 키운 것은 팔할이 상처였다”라고 말한 것처럼 힘들었던 삶을 후회해 본 적은 없는가

후회하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어제를 후회해봤자 고쳐지는 것도 아니고 내일은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 또 모른다. 매일 매일 오늘만 산다. 오늘 이 순간, 이 순간이 즐겁고 행복하기 위해 많이 노력한다.

-산문집에 너무 아픈 기억만 있지 않는가

아프기만 했겠는가. 하지만 온몸에 있는 피부 중에서 어느 부위를 다치면 다른 곳 다 놔두고 그 부분이 계속 신경 쓰이고 또 집중하지 않느냐. 그런 것처럼 아픈 기억에 집중해서 그것을 치료해내야만 내 몸이 다시 건강해진다. 산문집 속의 아픔들은 내가 다시 건강해지기 위해서 몸부림을 친 흔적이다.

-‘문학은 굶어죽는 아이도 살리지 못한다’는 사르트르의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살릴 수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이 논리에 움직이지 않고 감정에 움직인다는 것이다. 내가 사형제도의 비논리성에 대해 백번 강의하는 것 보다 ‘윤수’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말을 했을 때 독자들이 ‘사형제도가 폐지돼야 한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들이 이꼴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일어나는 경우의 수는 수억만 가지가 있다. 세상의 모든 일이 문학과 동등할 수는 없지 않는가. 그 조건들이 문학과 맞아 떨어졌을 때 우리는 그 문학 속에서 우리의 생각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문학도, 학교도 대양의 한 방울 물로 존재하지만 그 한 방울이 없으면 바다도 없다. 그런 측면에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곧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영화로 제작되는데 영화와 문학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문학이야 말로 시공간의 제약과 자본의 구애를 받지 않는 최고의 컨텐츠다. ‘해리포터’시리즈가 영화로 탄생할 수 있었던 것도 책이 있었으니 가능했던 것 아니겠는가. 문학이 있음으로 2, 3차의 투자가 가능하다. 문학은 입체예술의 재료이다.

-문학의 자세에 대해 말해달라

가장 시급한 것은 진정한 삶과 함께하는 재미가 있었으면 좋겠다 삶만 있어도 너무 딱딱하고 재미만 있어도 너무 가볍고, 삶을 이야기 하는 재미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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