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후의 우리 집은 누가 지켰을까
축제후의 우리 집은 누가 지켰을까
  • 한대신문
  • 승인 2006.05.21
  • 호수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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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후의 우리 집은 누가 지켰을까?’ 뜬금없이 들릴지 모르지만 축제가 끝난 후 학생들이 생각을 해 볼만한 문제이다. 양 배움터 축제가 지난 주를 마지막으로 모두 끝났다. 새로 입학한 새내기들에게는 고등학교 때와는 다른 새로운 문화체험을 해 볼 수 있는 기회였을 것이고 기존 학생들에게도 많은 추억을 남길 수 있었던 축제가 되었길 바란다.

양 배움터 모두 축제가 진행되는 한 주간 학내는 축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기에 충분했다. 총학생회에서 주최하는 한양가요제, 끼 페스티벌 같은 큼직큼직 한 행사들과 저마다 동아리, 학회, 소모임, 과별로 진행되는 주점, 새로 만나는 사람들과 친해지는 등 눈 코 뜰새 없이 축제를 즐기기에 바빴을 것이다.

지난 20일. 서울 축제가 끝난 후 처음 맞는 아침이다. 하지만 축제가 끝난 후의 학교의 모습은 학교가 아닌 쓰레기장이었다. 어느 한 부분을 꼭 집어서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 학교 캠퍼스 전체는 쓰레기와 천막 재료 등이 굴러다니고 있었고 학교는 축제가 끝난 후의 부작용으로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쓰레기통은 전날 주점에서 나온 쓰레기들과 술병으로 가득 차 있었고 학내 곳곳은 축제에 쓰인 기자제들로 가득했다. 조금 과장 한다면 걸을 때 마다 쓰레기가 발에 치였다.

그날 아침은 전 교직원들이 동원되어 이것들을 치우기에 바빴다. 젊음과 패기로 가득 찰 축제 후의 캠퍼스는 쓰레기로 신음하고 있고 있는 것이다. 마침 그날은 76학번 우리학교를 거쳐 간 선배들이 학교를 다시 찾는 동문재상봉행사가 있는 날이었다.
언젠가부터 축제 후 치우는 이들은 축제를 즐긴 학생들이 아니었다. 비단 우리학교 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학교들이 즐기는 주체와 치우는 주체가 따로 있는 이상한 축제로 언젠가부터 변모 하고 있다. 학교는 우리가 대다수의 시간을 보내고 생활하는 우리의 집이다. 한번 쓰고 버릴 일회용 소모품이 아닌 최소한 4년간 우리가 시간을 보내고 생활할 우리가 주인인 우리의 집이다.

하지만 축제 후의 우리의 모습은 진정으로 주인 된 모습이 아니었다. 대학생이 되기 이전 초중고 시절을 떠올려 보자. 언제나 학교를 치우는 것은 학생들 본인이었고 축제 후에도 뒷정리는 학생들의 몫이었다. 비록 선생님의 지시 하에 그것을 따른 것 뿐이긴 했지만 치우는 순간만이라도 주인의식을 한번쯤을 가질 수 있는 기회였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학교의 모습은 그것이 아니었다. 축제 후의 학내의 모습은 동문재상봉 준비를 위해 청소를 하는 교직원들 일색이었고 그중 학생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해마다 반복되는 등록금 투쟁의 구호를 보아도 항상 외치는 것은 우리가 주인 되는 학교이다. 이런 말을 토해내며 등록금 투쟁을 한들 학생들에게 학교의 주인 의식이 없다면 나쁘게 말하자면 빛 좋은 개살구라는 표현이 적당 할 것이다. 만약 주인 의식을 가진다면 등록금문제와 뒷정리 문제는 동일시 해서 생각해 보는 한양인이 되었으면 한다.

한번만 다시 생각해보자. 축제를 즐긴 후의 자신의 모습을. 성공된 축제를 치룬 뒤에 마무리 까지 좋았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씁쓸한 생각을 해본다.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축제 후의 ‘우리의 집은 누가 지켰을까?’ 라는 물음에 대한 올해의 답은 바로 ‘교직원을 비롯한 용역업체 직원’ 이었다. 내년 축제 때의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라는 답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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