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성과의 비밀
[취재일기] 성과의 비밀
  • 윤가은 기자
  • 승인 2016.12.04
  • 호수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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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짜내고 시간을 쪼개가며 자료를 찾고 질문지를 짜던 밤이 많았다. 기껏해야 학부 재학생인 내게 학술 기사를 쓰는 데 필요한 자료와 지식은 끝이 없었고, 전문가의 도움이 늘 필요했다. 무지의 영역을 손톱만큼이라도 줄이기 위해 발버둥 치며 도착한 교수의 연구실 앞에서 나는 한결같이 떨었다. 내 얕은 지식을 상대에게 들킬까 두려웠다.
작은 노력을 알아보고서 그런 두려움을 안아주던 고마운 인터뷰이가 많다. 그러나 인터뷰 내내 구글에 검색하면 나오는 것이니 조사를 더 해보라며, 교과서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내용을 왜 물어보냐는 교수가 있었다. 그 말을 듣고서 나는 그동안 검색하고 공부해왔던 자료의 정체는 대체 무엇이었는지 혼란스러워졌다. 내가 들여온 모든 노력이 그 말 한마디에 하찮아진 것이다.
자기 부정의 시간이 남긴 후유증은 오랫동안 남아있었다. 한참이 지나고서야 교수가 했던 말에 항체가 생겼다. 그 교수가 그랬던 것처럼, 부족한 결과만 보고서 하찮다고 속단해버렸던 일들을 떠올렸다. 흠만 보이던 다른 사람의 결과물, 그 뒤에 얼마나 깊은 세계가 뻗어있을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성과의 부진에 대해 이유를 말할 수 있는 기회는 일절 주어지지 않는다. 집중하지 않으면 눈에 보이지 않는 ‘과정’을 추론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결과만 보고 평가하기가 이렇게 쉬운 세상에서, 그 과정을 보려고 노력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리고 그것이 어렵기 때문에 가치 있는 일임을.
성과는 ‘값어치’ 있는 결과다. 우리는 성과라는 변명 아래 얼마나 많은 과정과 진실을 묻어버리는 것일까? 그 일이 있고 나서 계속 고민한다. 지금의 사회에서 결과와 과정이 동시에 존중받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우리는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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