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하는 여성 시대
공부 잘하는 여성 시대
  • 박다함 기자
  • 승인 2016.12.03
  • 호수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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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부딪치는 유리천장,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해

지난달 17일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진행됐다. 그리고 이틀 뒤 가채점 결과, 첫 만점자는 일반고 인문계 여학생이라는 기사가 등장했다. 그 기사는 최근 몇 년간의 수능결과를 비교하며 상위권 비율은 여학생이 더 높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그렇다면 공부에 있어 남녀 간 차이는 존재할까?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통상적으로 공부를 잘 한다고 말하는 이유는 뭘까?

수능, 여학생 상위권 시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내놓은 2015, 2016학년도 수능 분석 결과 및 학업성취도 자료를 바탕으로 살펴보자. 결과부터 말하자면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점수가 더 높았다. 2015학년도 수능기준 전체 59만 명 응시생 중 남자는 31만, 여자는 28만 명이었다. 2015학년도 수능 표준점수 평균은 모든 영역에서 여학생이 높았다. 옆의 학생 성별 표준점수 평균 비교 그래프 1을 보자.

▲ 그래프 1 <자료 출처:한국교육과정평가원>
1·2등급 남녀 비율은 국어A와 국어B에서는 10:12, 9.5:11.2로 여학생이 높았으며, 수학A와 수학B에서는 12.2: 11.7, 11.4: 7.9로 남학생이 높았다. 영어는 8.9:10.2로 여학생이 높았다. 8·9등급 비율은 모든 영역에서 여학생이 낮았다. 정리하자면, 전체적으로 여학생 점수가 남학생보다 더 높았다. 
2016학년도 전체 응시생은 58만 명이었고 남자 30만, 여자 28만 명이었다. 그 중 수학B를 제외하고는 모든 영역에서 여학생의 표준점수가 높았다. 옆의 그래프 2를 참고하자. 

▲ 그래프 2 <자료 출처:한국교육과정평가원>
1·2등급 남녀 비율은 국어A와 수학B에서는 10.9:9.5, 14.1:10.2로 남학생이 높았고, 국어B, 수학A 그리고 영어에서는 9.5:10.3, 9.1:9.4, 9.8:10.2로 여학생이 높았다. 8·9등급 비율은 모든 영역에서 여학생이 낮았다. 또 여고와 남고 및 남녀공학의 성적을 통계냈을 때 표준점수 평균은 모든 영역에서 여고가 가장 높았다. 이런 여학생의 약진은 고3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이진 않는다. 여학생의 약진은 중학생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014년 국가수준 중학교 학업성취도 변화 추이 보고서에 따르면, 중학생의 성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남학생이 국어 3.2%, 수학 7.2%, 영어 4.9%인데 비해 여학생은 국어 0.8%, 수학 4.2%, 영어 1.6%였다. 교과별로 남학생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여학생의 비율보다 2.4∼3.3%p 더 높았다. 성별에 따른 우수학력 비율은 국어에서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10.9%p, 영어에서는 8.3%p 더 높았다. 반면 수학에서는 남학생의 우수학력 비율이 여학생보다 2.1%p 더 높았다. 또 국어, 수학, 영어에서 여학생의 평균이 남학생보다 높았고, 국어의 평균 차이는 10.71점으로 수학의 평균 차이인 0.74점에 비해 상대적으로 컸다.

국가 공인시험도 여성 시대

▲ 이미지 1
수능뿐만 아니라 국가 공인시험의 상황도 비슷하다. 외무고시 폐지 후 2013년부터 도입된 국립외교원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에서 여성 합격자 비율은 남성을 앞질러왔다. 2013년 58%, 2014년 63%, 2015년 64%로 여성 합격자 비율은 증가추세다.
고위공무원단과 5급 승진자 및 경력채용에서도 여성의 증가세가 뚜렷하다. 이미지 1을 참고하자. 2010년 3.4%에서 2012년 4.2%, 지난해 4.5%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또한 5급으로 승진한 여성의 비율은 2010년 10.9%에서 2014년 16.4%로 상승했으며, 5급 경력채용으로 공직에 진출한 여성의 비율도 2010년 34.7%에서 2014년 43.0%로 8.3%p 높아졌다. 4급 이상 관리직 여성 공무원도 전체 인원 대비 2010년 7.4%(593명)에서 2014년 11.0%(949명)로 많아졌다.
2015년 5급 공채(행정고시)에서는 일반행정, 재경, 국제통상, 법무행정, 교육행정 등 주요 직렬 수석이 모두 여성이었다. 행정고시 합격자에서도 역시 여성이 48%로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또한 2015년 국가직 7급 공무원 시험에서 여성합격자 비율은 37.4%로 성별집계를 시작한 2004년 이래 가장 높기도 했다. 이와 같은 추이가 계속된다면, 2016년에는 성비가 역전되어 여성 비율이 남성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왜 여학생이 시험을 잘 보는 걸까?
시험에서 여학생이 우세하는 이유에 대한 몇 가지 주장을 정리했다. 아직까지 정확한 이유를 밝힌 연구결과는 없다. 학자마다 의견이 다르고 어느 하나가 절대적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따라서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상호 작용한다고 보는 게 바람직하다.
먼저 생물학적 요인 때문이라는 입장이 있다. 미 국립보건원의 뇌 발달 전문가 제이 기드 박사는 지난 5년간 학생들의 뇌 스캐닝을 진행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여학생은 11살이면 뇌가 최대 두께에 도달하고 10년 이상 계속 발달했다. 이에 비해 남학생은 이 과정이 18개월 늦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뇌 발달의 차이는 남녀 간 호르몬의 차이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남녀의 두뇌 발달 차이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드 박사는 뇌 연구가 모든 것을 말해주진 않는다며 기질, 가족 배경, 환경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시험이라는 것이 여학생에게 유리한 성격을 띤다는 주장도 있다. 조상식<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현재 대부분의 시험이 창의적인 능력을 측정하는 게 아니라 배운 지식을 놓고 평가하는 것”이라며 “목표지향이 분명하고 자기 일상생활을 정돈 있게 잘하는 스타일이 유리하다는 점에서 여학생에게 적합하다”고 기질적인 부분을 설명했다.
한편 환경적 요인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15년 ‘64개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습태도를 비교했다. 여학생의 주당 평균 학습시간이 5시간 30분으로 남학생의 4시간 30분보다 1시간 가량 더 많았다. 한가할 때 책을 꺼내 읽는 비율도 여학생이 약 75%로 남학생 50%보다 높았다. 대신 남학생은 인터넷 게임 등에 시간을 할애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대해 박주호<사범대 교육학과> 교수는 “게임, 술자리, 스포츠 등 무언가에 빠질 가능성이 남학생이 더 높다”며 “많은 시간을 빼앗기는 남학생은 평균적으로 공부에 몰입하는 시간이 여학생보다 부족할 것”이라고 환경적 요인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사회문화적 배경의 변화 때문이라는 입장이 있다. 가부장적 사회의 변화와 저출산 현상 등으로 여성에게 사회 진출의 기회가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김경근<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저출산 현상이 고착화되면서 성별에 따른 차별 역시 사라졌고 자식을 1~2명만 낳는 상황에서 딸을 가진 부모도 딸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분위기”라며 사회문화적인 배경을 설명했다. 든든한 부모의 지원을 얻어 여학생이 남학생과 동일한 경쟁선을 달릴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 안에서도  기질적 차이 때문이라는 입장이 있다. 여기서 기질이란 자극에 대한 민감성이나 특정한 유형의 정서적 반응을 보여주는 개인의 성격적 소질이라 정의한다. 우선 기질적으로 여학생이 성역할 고정관념이 더 낮다는 주장이 있다. 성역할 고정관념이란 ‘여자이기 때문에’ 또는 ‘남자이기 때문에’로 시작하는 일체의 습관적 사고 패턴을 말한다. 성균관대학교에서는 남녀 학생을 대상으로 성역할 고정관념이 창의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결과 남학생에 비해(34.36) 여학생의 평등주의 점수(41.93)가 높았다. 또한 성역할 고정관념을 가진 학생의 과제 민감성 점수가 더 낮았다. 여기서 과제 민감성이란 과제 참여도 및 과제 해결 과정에서의 공부량이 민감성의 정도와 비례 관계를 갖는 것을 말한다. 정리하자면 성역할 고정관념은 남학생에게서 더 많이 나타났고 과제 민감성 점수가 낮은 학생도 남학생이 많았다. 이에 대해 안상수<여성개발원> 박사는 성차별적 고정관념을 갖게 되면 사고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그만큼 경쟁력도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여성의 약진,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
우리는 지금까지 시험에서 나타난 여성의 약진을 살펴봤다. 이런 기세를 몰아 오늘날 여성의 사회참여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회 각 분야에 퍼진 것이 아니라 비교적 능력을 발휘하는 데 있어 공정성이 보장되는 곳, 주로 시험을 봐서 들어가는 곳에 집중되고 있다. 심지어 그 안에서도 여성에게는 보이지 않는 천장이 존재한다.
2015년 초등학교 여성교원은 76.9%로 비중이 높지만, 교장의 비중은 아직 28.7%에 불과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여성교장 비율은 각각 28.7%, 23.2%로 30% 미만이며 고등학교는 9.5%에 불과했다. 또 2014년 일반직 국가공무원을 기준으로 4급 이상 공무원 중 여성의 비율은 9.7%였고, 직급별로 여성 공무원의 비중을 보면 4급 11.3%, 3급 5.3%, 고위 공무원은 3.4%였다. 또한 2015년 기준 대학(원)의 전임교원교수, 부교수, 조교수 중 여성의 비율은 24.4%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남녀 모두가 만들어 나가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공부에 있어 남녀의 성차를 연구했던 루안 브리젠딘 박사는 남녀 두뇌는 99%가 같고 1% 정도만 다르다고 했다. 그럼에도 선척적인 남녀의 능력 차이에서 비롯된 남녀의 사고 구조, 사고 방식, 행동 방식의 차이가 사회적으로 발현되는 방식, 그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여풍(女風) 시대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여성들의 능력이 빛을 발하고 있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임시직, 비정규직, 일용직에서의 여성 비율이 높다는 점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으로 여성의 능력이 발현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남자와 여자는 우리 사회를 받치는 두 기둥이다. 따라서 어느 한쪽이 중심이 되기보다는 모두가 공정하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대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참고 문헌:
2015학년도 및 2016학년도
수능 성적 결과 발표(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16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통계청)
자료 출처: 인사혁신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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