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 민주주의를 외치다
한양, 민주주의를 외치다
  • 이재하 기자
  • 승인 2016.11.05
  • 호수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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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캠퍼스에 시국선언 이어져

대한민국은 제도적 민주화의 성취 이후,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해 있다. 바로 국가의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비선 실세의 국정 개입과 부정행위를 주도했다는 혐의가 여러 정황을 통해 사실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사태의 책임을 방관하고 있으며, 집권 여당 또한 사태수습을 외면하고 있다. 공정한 수사를 진행해야 하는 검찰도 정치 검찰의 행태를 보여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대통령제가 도입된 이후 최저의 지지율로 나타났다. 연일 충격적인 사실이 보도되고, 진정성이 결여된 대통령의 사과가 두 차례나 이어진 가운데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서고 있다. 특히 대학가에서는 학생과 교수 모두 시국선언과 같은 공동 행동을 조직하고 있다. 한양대학교 역시 이런 흐름에 주도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서울캠퍼스, ‘2차 시국선언’ 열려

▲ 지난 3일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의 주도 하에 열린 2차 시국선언의 참가자들이 한양대학교 본관에서 출발해 왕십리역 광장까지 행진하고 있다.
지난 3일 서울캠퍼스 신본관 앞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태를 규탄하기 위한 2차 시국선언이 진행됐다. 약 100여 명의 학우들이 모여 “애국한양 앞장서서 민주주의 지켜내자”는 구호를 외쳤다. 또한 박근혜 정권의 ‘비선 실세 국정 개입’과 ‘정부의 부정부패’에 대한 책임을 묻고, 사퇴를 요구하는 의견을 표명했다. 여러 연사도 참가해 시국선언에 힘을 더했다. 이도흠<인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을 어겼을 뿐만 아니라, 이 나라를 헬조선으로 전락시킨 장본인”이라며 “세월호 사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을 비롯한 혼란의 원인이 모두 대통령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 힘으로 박근혜 정권을 퇴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심현수<독어독문학과 01> 동문은 “검찰의 봐주기 수사, 증거 인멸 의혹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정당한 수사를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30년 전 이 광장에서 대학생들이 모여 6월 항쟁을 통해 잃어버린 권력을 되찾은 것처럼 현재의 대학생들도 투쟁 정신을 갖길 바란다”며 시국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을 독려하기도 했다.
이어 엄태준<교직원노조위원회> 위원장, 김태욱<사회대 사회학과 14> 군 등 여러 연사의 발언이 있었고,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 오규민<인문대 사학과 12> 군의 시국선언문 낭독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그 이후 학우들은 왕십리역 광장까지 거리행진을 진행하며, 시민들에게 ‘민주주의를 수호하자’는 구호를 외쳤다. 오 군은 “2차 시국선언에서는 1차 시국선언 이후 밝혀진 의혹들을 포함해 책임요구의 수위가 높은 선언문을 발표했다”며 “이 나라 민주주의를 부정한 사건이기에 반드시 대통령이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ERICA캠퍼스, 11개 대학 학생대표가 모이다 

▲ 지난달 31일 ERICA캠퍼스 총학생회를 비롯한 경기도대학생협의회 소속 11개 대학의 총학생회들이 본관 앞에 모여 시국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ERICA캠퍼스에서는 경기도대학협의회(이하 경대협)가 주도한 ‘경기도 연합 시국선언’이 있었다. 이날 경대협에 속해 있는 16개의 대학 중 11개 대학의 학생 대표가 참가했다. ERICA캠퍼스 본관 앞에 약 700여 명의 학생이 모여 박근혜 정권의 비선 실세 국정개입에 대한 책임을 요구했다. ERICA캠퍼스 총학생회장 전용기<예체능대 생활스포츠학부 10> 군은 “이번 사태는 있어선 안 될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언급하며 “부패한 정권을 몰아내기 위해서는 대학생들이 연대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대학별 시국선언 낭독을 비롯해 학생들의 자유 발언이 이어진 후에는 경대협의 공동 시국선언문이 발표됐다. 경대협은 “박근혜 정부는 최순실의 국정개입 및 권력 비리에 대한 성역 없는 특검 수사를 해야 한다”며 “이는 국정농단으로 무너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마지막 책임”이라고 밝혔다.

교육자로서의 책임을 드러내다

▲ 지난달 31일 서울캠퍼스 본관 사자상 앞에서 이도흠<인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외 4 인이 한양대학교 교수 총 64명의 입장을 대표해 시국선언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서울캠퍼스 본관 사자상 앞에서 한양대 교수 시국선언도 진행됐다. 이도흠<인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시국선언문 작성을 주도했고, 이에 이 교수를 비롯해 64명의 전임교수가 서명했다. 시국선언을 이끈 교수들은 국정 농단의 총체적 원인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음을 명확히 밝혀야 하며 대통령이 책임을 지고 퇴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 교수는 이번 사태는 헌정 사상 최악의 국기 문란이라고 지적했다. 선언문을 통해 단순히 대통령의 퇴진뿐만이 아니라, 부와 권력을 독점한 채 온갖 부패와 권력남용으로 민주주의를 사문화한 기득권층을 교체하고 국가의 시스템 자체를 개혁해야 할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함께하는 민주주의, 한양대
이처럼 한양대 구성원들은 민주사회의 일원으로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불합리한 사태에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 시국선언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도 총학생회나 교수들의 이번 행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김은파<경영대 경영학부 10> 양은 “이번 2차 시국선언을 통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여 책임대상을 명확히 하고 요구하는 바가 정확히 드러났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개각과 같은 형태로 이 사태를 회피하려 하지 말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최재은<예체능대 생활스포츠학부 13> 군은 “이번 사태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 사태”라며 “아무리 큰 사건이라도 관심을 늦추면 금세 덮여 버리거나 잊힐 수 있기에 학생들이 용기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민주주의의 수호를 위하여
우리는 몇가지 사실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일단 박근혜 대통령이 최고 권력자로서 비선 실세의 국정 개입과 부정부패에 직접 개입했거나 이를 방관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현 사태는 대통령에게 모든 책임이 존재한다. 이 교수는 “조종자는 최순실일 수 있지만,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이를 집행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을 분명히 했다. 또한 이미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 헌정 이래로 최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민주사회에서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정권은 권력을 유지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이 교수도 “박근혜와 이를 추종하는 세력들이 억지로 연장시킨 체제가 종언을 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민주주의는 저절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언제든지 권력과 자본은 시민의 삶과 권리를 지배하려는 야심을 드러낼 수 있다. 그렇기에 시민의 끊임없는 견제와 감시가 필요한 것이다. 박근혜 정권의 문제는 곧 우리 세대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무능하고 부패한 권력에 맞서 우리 세대가 어떤 방식으로 저항했는지에 대해 먼 미래 세대는 기억할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시민들의 삶과 권리 그리고 사회의 지속가능성이 중대한 기로에 놓여있다.

사진 김도엽 기자 j52590@hanyang.ac.kr
이태성 기자 taesung1211@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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