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과 끈기의 승부사
긍정과 끈기의 승부사
  • 한대신문
  • 승인 2016.11.05
  • 호수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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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감독 최태웅
청년들은 긍정의 힘을 믿을까? '아프니까 청춘'이란 말은 이미 오래전에 유행이 지났고, 평생 색깔이 변치 않는다는 ‘수저론’이 우리를 구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하면 된다’를 외쳐온 한 남자가 있다. 한양대 배구부 출신이자 현대캐피탈 배구팀 스카이워커스를 진두지휘하는 최태웅<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감독(이하 최 감독)이다. 세상은 그를 순진하다고 비웃었지만, 그는 결국 기적을 이뤄냈다.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이 21연승이란 진기록을 세우며 7년 만에 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것이다. 그가 감독으로 데뷔한 지 불과 첫해 만에 거둔 성과다. 암 투병까지 극복하며 젊은 배구 명장으로 우뚝 선 최 감독. 그를 만나 진화하는 한국 배구와 그의 긍정 신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악바리 선수’ 최태웅
어린 시절부터 키가 컸던 최 감독은 학창시절 선생님의 권유로 배구를 시작했다. 친구들과 즐기며 시작한 배구는 자연스레 그의 일부가 됐다. “어릴 때부터 승부욕이 강했어요. 친구들과 장난으로 시작한 배구 게임에도 늘 다툼이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선수 시절에도 지는 게 싫었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많은 연습을 했죠.” 남다른 승부욕을 가지고 있던 그는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했다. 그로 인해 선수 시절 그는 세터로 이름을 날리며 국가대표 주전으로도 활약했고 삼성화재 선수로서 수차례 리그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시련이 닥친다. 현대캐피탈로 이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림프암 판정을 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기에, 그 사실을 숨긴 채 모든 훈련과 경기 일정을 소화했다. 그것이 그에게 ‘악바리 선수’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유였다. 아픈 몸을 이끌고 경기장과 병원을 오가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최 감독은 배구를 할 때만큼은 스스로 아프다는 사실을 잊을 수 있었다. 운동이 신체에 활기를 주고 긍정적인 사고를 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확신하는 그는 결국 긍정의 힘이 암을 이겨낸 원동력이었다고 말한다. 여기에 더해진 가족의 따뜻한 지지는 그가 병을 이겨낼 거라는 믿음을 더욱 확고하게 해줬다. “한순간에 제 인생이 끝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긍정적인 사고를 하니 병도 극복되더라고요. 긍정의 힘은 신체의 생리적인 부분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최연소 감독, 프로배구 21연승의 역사를 쓰다
최 감독은 선수 은퇴 후, 곧바로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의 지휘봉을 잡게 된다. 평소 최 감독의 실력과 성실함을 높이 평가한 구단주가 그에게 승패에 상관없이 현대캐피탈만의 색깔 있는 배구단을 만들어 줄 것을 제안한 것이다. 이에 최 감독은 외국인 공격수 한 명이 주가 되어 경기를 이끌던 한국배구의 오랜 관습을 깨고 여섯 명의 선수 모두가 빠르게 움직이는 형태인 ‘스피드 배구’를 시도한다. '스피드 배구'는 높은 수준의 팀워크가 필요하지만 한 명이 아닌 전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선수 개인의 부담은 줄여주었다. ‘초짜 감독’이었던 최 감독의 이런 시도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는 높았다. 하지만 그는 한국배구도 세계적인 스타일의 배구가 가능하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해 보지도 않고 안 된다며 불평하고 비판하는 것보다 ‘하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도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그 밖에도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훈련장에 카메라와 대형화면을 설치했고,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촬영했다. 영상을 통해 선수들이 즉시 자신의 모습을 보며 부족한 점을 채울 수 있는 훈련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또한, 비시즌에는 직접 월드 리그, 월드컵 등을 관전하며 세계적인 배구의 수준과 변화에 대한 연구 역시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렇듯 도전에 대한 확고한 믿음, 그리고 철저한 준비로 최 감독은 부임한 첫해에 정규리그를 우승으로 이끈 최초의 감독이 되었다. 그리고 21연승이라는 프로배구 역사에 전례 없는 연승 기록을 세웠다.

현대캐피탈 선수들을 지도하는 최 감독의 모습
주저 없이 도전하라
팀을 승리로 이끌었던 비결, 스피드 배구의 도입이 성공했던 비결, 어려움을 극복하는 용기 등 기자가 그에게 던진 물음에 대한 모든 대답은 ‘긍정의 힘’이었다. 긍정적인 생각은 그가 새로운 도전을 함에 있어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마냥 긍정하는 것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든 기자의 질문에, “저는 실패를 마주하고 좌절했을 때 먼저 제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해요. 내가 뭐가 부족했는지,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해야 발전할 수 있는지 되짚어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라며 “자신의 상태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판단이 긍정적인 사고의 시발점인 거죠”라고 답했다. 그는 실패 또한 또 다른 발전의 실마리가 될 수 있기에 의미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승자 아니면 패자로 이분화되는 승부의 세계에서 그 역시 수많은 좌절을 경험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패의 순간에도 그는 좌절하기보다 놓친 부분을 점검하고 또다시 긍정적으로 도전하며 수많은 실패에 대처해온 것이다.

관중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로 활기를 띠는 현대캐피탈 주경기장
긍정으로 기적을 만드는 리더
경기 중 작전타임 때 선수들에게 경기 운영방식에 대해 열정적으로 기술적 지시를 내리는 감독의 모습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하지만 최 감독의 모습은 우리가 평소 알고 있었던 감독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현대캐피탈의 작전타임 때 그가 하는 이야기는 기술적 지시보다는 선수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로 가득했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너희를 응원하고 있으니 그 힘을 받아서 한번 뒤집어 보자, 이길 수 있다.’ 등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도 그는 선수들을 격려한다. 그가 전하는 긍정적인 메시지에는 정말 힘이 있었던 것일까? 이런 최 감독의 말은 때론 작전타임조차 필요 없는 팀워크를 만들었고, 지난 시즌 최 감독은 코트 위 선수들과 후보 선수들은 물론 관중들까지 즐기는 경기를 만들어냈다.
선수 시절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었다면, 그는 지금 선수들이 표현하도록 이끄는 리더의 자리에 있다. 그는 감독으로서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을 선수들이 코트 위에서 밝은 모습으로 즐길 때로 꼽는다. 반대로 가장 속상할 때는 선수들 표정이 어두울 때라고 말한다. “제가 배구를 할 때 행복했던 것처럼 선수들 또한 자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빛나기를 바랍니다."
그는 지금도 훈련 이외에 다양한 친목 도모 활동을 하는 등 선수들이 가장 편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어떤 성취를 이루려는 욕심보다는 선수들이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는 코트 위에서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 선수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그의 말에서 선수들을 생각하는 감독의 마음이 느껴지기도 했다.
최 감독은 자신을 ‘항상 2% 부족한 사람’이라며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성실히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오늘도 부족한 2%를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최 감독. 그가 가진 무한 긍정의 힘이 그의 팀을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시킬 수 있을지 기대된다.

실패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최 감독. 그가 도전을 두려워하는 20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도전해보자’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기회가 주어졌을 때, 주저 없이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안 된다며 자신의 가능성을 한정 짓지 말고, 무조건 시작해 보십시오.”



도움: 오창형 수습기자 och0203@hanyang.ac.kr
사진 한소연 기자 soyeonee@@hanyang.ac.kr
사진 출처: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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