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기술로는 인공두뇌 만들기 힘들어”
“현재의 기술로는 인공두뇌 만들기 힘들어”
  • 한대신문
  • 승인 2006.05.21
  • 호수 12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종민<공대·생체공학>교수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차드 도킨스는 “육체와 정신이라는 고대의 철학적 문제는 철학자가 아닌 과학자에 의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뇌과학은 이 말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우리학교 의공학연구소의 이종민 교수를 만나 뇌정보처리기능과 인공두뇌에 관련한 궁금증을 풀어보았다. <편집자주>


 인간의 뇌가 창조적이고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 뛰어난 이유를 알려달라.
일반적으로 하나의 신경세포가 다른 신경세포에게 보내기 위한 전기신호를 생성하는 데 1000분의 1~2초 정도 걸린다. 이에 비하여 컴퓨터의 CPU(중앙연산처리장치)는 요즘 일반적으로 개인용 컴퓨터에 많이 사용되는 경우에 1초당 약 2×109 회의 연산을 수행한다. 이를 근거로, 사람의 뇌의 정보처리 속도가 상대적으로 많이 느리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뇌와 컴퓨터는 정보처리 방법에 있어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컴퓨터는 기본적으로 중앙연산장치에서 결정되어 있는 순서에 따라서 순차적으로 정보를 처리한다. 이 순서를 정하는 것이 프로그램이며, 이러한 순차적 정보처리 방식을 ‘직렬처리’라고 한다. 이에 반해, 뇌는 여러가지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는 ‘병렬처리’방식이다. 예를 들어, 시각정보, 청각정보와 후각정보에 대한 처리가 동시에 일어나며, 이러한 정보를 처리하는 동시에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다르게 말하면, 뇌에는 cpu에 해당하는 부분이 따로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영역이 나름대로의 기능을 독립적으로 그리고 병렬적으로 담당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부분의 합보다 훨씬 큰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뇌의 전체적인 능력은 미리 예상하지 못한 창조적인 방식을 만들어 낼 수도 있으며, 미리 프로그래밍되어 있지 않은 낯선 상황에 대해서 적응하는 능력도 훨씬 더 뛰어나게 된다.

또한, 컴퓨터는 부품이 하나라도 문제가 있으면 전체적인 오동작을 일으킬 수 있으나, 뇌의 경우 일부 신경세포에서 정보처리에 실수가 발생하여도 전체적인 성능에는 차이가 없다. 물론 현재에도 이러한 병렬처리 방식의 컴퓨터에 대한 연구를 활발하게 수행하고는 있지만, 실리콘에 기반한 현재의 반도체 제작 방식으로는 현재 인간의 뇌 용량에 해당하는 신경세포와 신경고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고 있다. 또한, 컴퓨터는 전기신호만을 신호전달을 위해 사용하고 있으나, 인간의 뇌는 수많은 신경전달물질을 사용하고 있는 점도 큰 차이점 중의 하나이다.

심각한 난독증을 앓고 있는 소년의 뇌를 촬영한 사진을 보면 읽기 전문가의 특별지도를 받기 전과 받은 후에 큰 차이를 나타낸다. 이전에는 읽기 능력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뇌부위의 활동이 저조하였으나, 후에는 그 부위의 활동이 활발해진 것을 볼 수 있다. 즉, 정신활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뇌의 회로가 학습의 결과로 바뀔 수 있다는 하나의 극적인 예이다. 이렇듯 인간의 뇌는 개인의 필요에 따라 새로운 능력을 개발해내는 매우 유연한 정보처리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각과 청각센서가 사람보다 훨씬 발달된 로봇이 개발되었다는데, 후각과 미각은 어떤가.
인간의 다른 감각은 시상(thalamus)을 통해서 피질로 연결이 되어 처리되는 반면에, 후각 수용체는 직접 피질로 정보를 전달한다. 즉, 후각은 다른 감각에 비하여 더욱 오래전부터 발달 된 것으로 보이며, 특이하게 진화를 거치며 유일하게 둔감해진 감각으로 여겨진다. 사람은 약 2만개 정도의 냄새를 식별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색깔은 여러 기본 구성요소로 나누어 분류하는 것이 가능한 반면에, 냄새의 경우 오로지 과거의 개인적인 경험과 비교하여 설명하는 것만이 가능하다.

미각은 네 가지의 기본 맛-짠맛, 단맛, 쓴맛, 신맛-을 구분할 수 있을 뿐이며, 우리가 미각에서 얻는 것으로 생각하는 지각 정보 가운데 상당량은 사실상 후각에서 나오는 것이다. 즉, 시각과 청각은 좀 더 객관적인 기본 구성요소로 나누어 처리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인공센서 개발이 일정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겠으나, 후각과 미각은 개인의 주관적인 경험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인공센서를 만드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려운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