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어디까지 알고 계십니까?
김영란법 어디까지 알고 계십니까?
  • 박다함 기자
  • 승인 2016.09.24
  • 호수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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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시행일(9월 28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많이 들어 익숙하지만 정작 그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는 경우가 많고, 미디어에서 ‘김영란법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문제를 제기하니혼란스럽기만 하다. 어딘가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는 느낌이 든다면 이번 호에서 준비한 김영란법 기사를 읽어보자. 1부에서는 김영란법이 무엇이고 왜 만들어졌는지, 입법 후 지금까지의 변천사를 정리했다. 2부에서는 김영란법이 지닌 논쟁점이 무엇인지, 3부에서는 대학생과 김영란법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문답형식으로 살펴본다.

1부 김영란법이 뭔가요?

김영란법이 법안의 진짜 이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김영란법의 정식명칭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고 약칭으로 청탁금지법이라 부른다. 2012년 8월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추진했던 법안으로, 가칭인 김영란법은 그녀의 이름에서 따왔다. 기사에서는 편의상 김영란법이라 하겠다. 법안의 내용은 크게 △적용대상 △부정청탁 금지 내용 △금품 수수 금지 내용 △징계 및 처벌의 네 가지로 구성된다.
김영란법은 갑자기 논의된 것일까? 그렇지 않다. 대한민국 공직사회에 국민의 의혹과 불신이 팽배해 있다는 점에서 입법(법을 제정하는 일) 논의가 시작됐다. 이후 여러 해외 보고서에서 나타난 우리나라 부패인식지수가 2015년 국제투명성기구에선 168개국 중 37위, 2016년 OECD보고서에선 34개 국가 중 27위로 하위권을 기록하며 우리나라 공직사회 부패에 대한 외부 인식이 더해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 김영란법을 통해 공직자 등에 대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를 금지함으로써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부각됐다.

처음 법안 내용과 지금은 어떻게 다른가요?
김영란법의 필요성이 대두된 직접적인 이유는 2011년에 있었던 벤츠 여검사 사건이었다. 벤츠 여검사 사건은 해당 여검사가 애인 관계에 있던 변호사로부터 신용카드, 벤츠 승용차 등 5천 591만 원 상당의 금품 수수 혐의를 받았던 사건이다. 해당 직무와의 관련성이 입증되지 않아 무죄라 판결났다. 이후 직무 관련성과는 상관없이 공직자의 금품 수수를 처벌하자는 여론이 생겼고 마침내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가 2013년 8월, 국회에 법안으로 제출했다.
법안의 처음 내용인 2013년도 정부안은 모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한 부정청탁 금지였다. 직무 관련 금품 수수의 경우, 대가가 없어도 형사처벌이 가능하고 수수 금액의 2~5배로 과태료를 부과하려 했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광범위한 적용 범위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법안통과를 보류했다. 그러나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부정부패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다시 불붙기 시작했고 부패방지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2015년 1월 12일에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된 김영란법이 통과됐다. <표 1>을 참고해 변화 내용을 살펴보자.

먼저 처음 법안명이었던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로 바뀌었다. 또 적용대상에 사립학교와 언론사를 추가했다. 부정청탁 금지 내용에서는 △공직자의 4촌 이내 친척을 사적 이해관계의 직무에서 제외하는 이해충돌 방지 조항* 삭제 △부정청탁 금지 대상에 예외 확대(국회의원과 같은 선출직 공직자, 정당, 시민단체를 예외로 둠) △포괄적 부정청탁 개념을 삭제하고 부정청탁 내용을 15개로 유형화했다. 이때 김영란법의 핵심인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삭제되면서 법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더욱 심화됐다.

*이해충돌 방지 조항: 공직자의 공적인 이해관계와 사적인 이해관계가 서로 충돌하는 부분을 막기 위해 해당 업무에서 공직자를 제외하는 것을 말한다. 즉, 공직자가 자신의 사적인 이익과 관련된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다.

금품수수 금지 내용은 △1회 100만 원, 연간 300만 원을 초과 시 형사처벌 △100만 원 이하 수수 시에는 수수 금액의 2~5배의 과태료 부과로 바뀌었다. 여기서 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 10만 원인 3-5-10 규정이 등장했다. 이후 2015년 3월 3일에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적용 대상에 학교법인을 추가하면서 지금과 같은 내용이 최종적으로 통과됐다.
김영란법이 최종적으로 통과되면서 각종 논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정치권에서는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다시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고, 대한변호사협회는 법안이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며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이를 판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헌재에 청구한 내용은 크게 네 가지로 △금품허용 상한선 시행령 위임 위헌 여부 △배우자 식사 접대 등 미신고 처벌 위헌 여부 △부정청탁·사회상규 개념의 모호성 △언론사·사립학교 직원 포함 여부에 관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헌재는 모두 합헌이라 판결했다.

2부 왜 김영란법이 문제가 된다고 하는 거죠?

언론에서는 김영란법과 관련해 오류와 논란이 많은 법안이라고 비판한다. 언론이 말하는 김영란법의 논쟁점은 크게 △모호성 여부 △연좌제 여부 △이해충돌 방지 조항 첨가 여부 △평등원칙 위반 여부 네 가지로 압축해 볼 수 있다.

△형벌의 명확성 원칙 위반 논란
법안이 모호하다고 주장하는 입장은 일반 국민이 직접 부정청탁과 민원을 구분하는 것과 제5조 1항에서 언급한 ‘법령을 위반하여’라는 표현에서 국민이 일일이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또 제5조 2항 7호에 명시된 ‘사회상규’가 추상적이고 가치 상대적인 용어이기에 인식의 착오가 발생할 경우 처벌 가능한가라고 묻는다. 이에 헌재는 “명확성의 원칙은 기본적으로 최대한이 아닌 최소한의 명확성을 요구하는 것이므로, 법관의 해석을 통해서 법의 의미 내용을 확인해 낼 수 있다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또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모든 상황을 법률에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것은 입법 기술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정청탁에 해당하는 행위유형을 열거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청탁 유형의 하나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행위’를 규정하는 것은 입법 기술상 부득이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연좌제 여부 논란
김영란법은 제8조 4항에서 공직자의 배우자가 금지되는 금품을 수수한 경우에 공직자가 알았다면 바로 소속기관장에게 신고하도록 한다. 이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부부간에 불고지죄(알리지 않은 죄)를 적용하면서 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연좌제(범죄인과 특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연대책임을 물어 처벌하는 제도)와 상충한다는 논란이 있다. 이는 공직자에게 양심의 문제를 일으키게 하고 헌법에서 보장하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헌재는 “배우자가 수수금지 금품 등을 받거나, 약속 또는 의사표시를 받은 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공직자가 신고 조항과 제재 조항에 따라 처벌될 수 있음을 충분히 알 수 있다”며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쉽게 정리해보자. 김영란법에 따르면 배우자가 금지된 금품을 수수하는 행위는 금지사항이지만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배우자는 공직자 본인과 경제적 이익 및 일상을 공유하는 긴밀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법망을 피해가는 우회적인 통로로 이용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공직자 본인에게 신고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따라서 공직자가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처벌을 받는 것은 공직자 본인의 행위에 대한 처벌이지 배우자의 행위로 인한 처벌이 아니라는 것이 헌재의 입장이다.

△이해충돌 방지 조항 첨가 여부 논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초기 정부안에 포함됐던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삭제되면서 ‘법안이 실효성이 있을까’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김영란법의 입법과정에서 제외됐던 이유에 대해 김동수<법대 법학과> 교수는 “공직자들의 업무 범위가 포괄적이기 때문에 사적 이해관계가 개입되는 모든 경우에 있어 공직자를 업무 수행에서 배제할 경우 국민의 기본권이 과도하게 제한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추가로 개정해야 한다는 측에서는 김영란법의 핵심 대상이었던 국회의원이 예외사유가 될 수 있는 경우를 차단해야 하며, 외국의 부패방지 제도를 보더라도 이해충돌 방지법은 필수라고 주장한다. 법안을 추진했던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은 “이해충돌 방지 조항은 반부패정책의 핵심인데 빠져서 아쉽다”고 했다. 이해충돌 관련 내용은 헌재 판결 사항이 아니었지만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다. 계속되는 추가 개정 요구로 법안이 과연 어떻게 개정될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헌법상의 평등원칙 위반 논란
헌재는 법안에 언론인과 사립교원을 포함한 것이 합헌인 이유에 대해 “교육과 언론이 국가나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적용대상에 공직자와 더불어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만을 포함한 것은 공공성을 띠는 다른 민간영역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예를 들어 변호사, 의사, 금융기관 등 공적 성격이 강한 직업군은 김영란법의 대상이 아니다. 김영란법의 도입 목적이 공익성이 요구되는 영역에서 불공정한 거래나 불법적인 금품 수수 관행을 근절하기 위함이라면, 공익성을 띠는 모든 영역을 법 적용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이다. 헌재가 합헌이라 판결하면서 이 논란은 잠시 사그라들었지만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남아있다.

 

3부 대학생에게도 김영란법이 영향을 미칠까요?

김영란법에 대해 알아가면서 문득 “나는 공직자도 아닌 학생인데 이게 나한테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까?”라고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래서 김영란법이 먼 이야기가 아니라, 생각보다 가까운 학교에서도 접할 수 있는 것임을 얘기하고자 한다. 문답형식으로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이처럼 김영란법은 대학생활에서도 흔하게 마주칠 수 있다. 공직자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법안을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법안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김차동<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부정부패가 없는 청렴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출발은 미래세대의 주인인 학생이 법안에 관심을 가지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전했다. 또 “학생은 부정부패가 법으로 처벌받는 시대의 변화를 잘 인식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학생 시절에 고민하며 정한 행동 기준이 미래 사회인으로서의 행동 기준이 되며, 이것이 사회 전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또 김동수 교수는 “권익위에서 발간하는 해설서 같은 자료와 앞으로 제시될 법원의 구체적인 판례와 유권해석에도 관심을 가지고 의식전환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학생이 법안을 세세히 파악하기보다는 법안에 관심을 가지고 취지에 집중하면서 어떻게 처신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영란법이 청렴한 사회를 위한 첫걸음이 되길
김영란법이 위헌 해석의 여지가 있고, 핵심인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빠지면서 누더기 입법이라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막기 위해 필요한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삭제된 것은 법안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는 공직자와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겠다는 입법 목적 실현에도 장애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나라의 부정부패는 정치‧경제‧사회 등 여러 요인이 섞인 복잡한 사회현상이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를 모두 다루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법안의 처음 제정 목적을 생각할 때 이해충돌 방지 조항은 반드시 첨가돼야 한다.
또 법안의 위헌 여부에 관해 독립된 기관으로 권한을 가지는 헌재의 판결은 마땅히 존중돼야 한다. 김영란법이 우리나라의 부정부패를 완전히 척결할 수 있는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더라도 지금으로선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 일상에서 당연하게 여겼던 행동들이 갑자기 금지사항이 되는 것에 당황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어쩌면 지금까지 학연‧지연‧혈연으로 묶인 부정한 행위에 대해 사회적으로 비난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문제는 ‘그럴 수 있지’하고 넘어가며 작은 부정 하나하나에는 눈감아 왔는지도 모른다. 최근 진경준 검사장 사건, 김형준 부장검사 스폰서 사건, 인천지법 부장판사 뇌물사건, 송희영 조선일보 전 주필 사건처럼 크고 굵직한 부패 사건들이 있었다. 그들의 부패는 작은 것에 눈감으면서부터 시작됐다. 김영란법은 작은 부정의 씨앗까지도 막겠다는 점에서 가혹(?)하면서도 확실한 예방책이 될 것이다.
결국 이 법안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우리들의 몫이다. 외국 속담에 첫 발걸음이 힘들다는 표현이 있다. 첫 발걸음을 떼기 위해 지금은 모두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언론에서 비치는 모습으로만 판단하지 말고 법안의 취지가 무엇이었는지, 이를 통해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자신의 생활과 어떻게 연관이 되는지 등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부정청탁이나 금품을 수수해 김영란법에 따라 처벌받는 것이 타당한지를 따지기보다, 법을 위반할 일을 만들지 않는 게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모두가 함께하는 청렴한 사회를 만드는 과정에 김영란법이 그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


도움: 윤가은 기자 gaaee@hanyang.ac.kr
          김동수<법대 법학과> 교수
          김차동<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미지 출처: 1부 사진 https://www.americanconference.com
                        2부 사진 http://www.dentalnews.or.kr
                        3부 사진 http://img.wallpaperfol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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