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가리고 강의 고르기
눈 가리고 강의 고르기
  • 맹은수 기자
  • 승인 2016.09.03
  • 호수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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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누락 비율 평균)의 알 권리는 누가 채워주나요?

강의계획서는 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알 권리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다. 하지만 학생들은 “강의명과 교수명만 쓰여 있어서 강의가 어떻게, 무슨 내용으로 이뤄져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강의계획이 업로드돼 있지 않고 오리엔테이션 때 안내라고 돼 있는 경우가 빈번하다.”, “주별 강의계획 및 안내는 거의 모든 강의계획서에 적혀있지 않았고, 적혀있어도 무엇을 정확히 하는지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는 등의 의견을 냈다.
위와 같은 불만 사항의 사실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본지에서 직접 강의계획서를 조사했다. 조사 대상은 서울캠퍼스 학부 강의계획서 전부이며, 조사 항목은 △교·강사 연락처 △교과목 개요 △수업 목표 및 안내 △교재 △평가 비율 △주별 강의 계획 및 과제다.

상단의 그래프는 서울캠퍼스 강의계획서 2,471개(전공 2,135개, 교양 336개)를 자체 조사한 결과다.

괜찮은 듯 안 괜찮은 강의계획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강사 연락처’의 경우, 누락 비율은 7.16%에 불과하지만 휴대폰이나 사무실의 연락처를 기재하지 않고 이메일 주소만 작성한 반쪽짜리가 90.77%다. 특이한 점은 국문 강의계획서에는 없는 휴대폰 번호나 사무실의 연락처가 영문 강의계획서에는 상당 수 기재돼 있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교과목 개요’와 ‘수업 목표 및 안내 항목’은 내용 평가에 주관이 개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학사팀의 기준과 같은 100byte의 분량을 기준으로 평가했다. 그 결과 약 11.14%가 누락됐는데, 실제로 분량만 충족하고 학생들이 불만을 가질만한 미흡한 내용의 강의계획서까지 누락에 포함한다면 수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교재’ 항목은 누락 비율 60.82%로 모든 항목 가운데 가장 많이 누락돼 있었다. 교재 항목에 아무런 내용이 입력되지 않았을 때, 학생 입장에서 교재가 필요 없는 것인지 입력이 안 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평가 비율’은 6.31%가 누락돼 모든 항목 가운데 가장 높은 기재율을 보였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시험인지, 어떤 과제인지, 어떤 토론인지 다른 항목에서 안내하지 않은 채, 평가 비율만 숫자로 표시된 강의계획서도 적지 않았다.
‘주별 강의계획 및 과제’는 20.84%가 누락됐다. 입력된 것 중에서도 제대로 작성되지 않은 사례가 많았고, 일부는 주제와 활동 사항을 맞지 않게 쓰거나 똑같은 내용을 1주차부터 16주차까지 복사하기도 했다.
첨부파일로 강의계획서를 대체한 경우, 같은 형식의 항목을 첨부파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 한 번 더 클릭해야 하는 불편함이 생기고, 첨부파일 참조라는 문구를 명시하지 않으면 학생들이 첨부파일이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있다. 또한 일부 노트북이나 휴대폰을 이용해 수강편람을 확인하는 학생들에게는 첨부파일이 보이지 않는다. 노트북의 경우 화면을 축소하지 않는 한 강의계획서 스크롤을 끝까지 내려도 첨부파일 항목을 확인할 수 없다.

결국, 문제의 해결은 작성자에게
학사팀에서도 이미 강의계획서의 문제점에 대해서 인식하고 있었다. 정준구<교무처 학사팀> 차장이 밝힌 바에 따르면, 현재 학사팀에서 교·강사에게 요구하는 강의계획서 필수기재사항에는 △교과목 개요서 △수업 목표 및 안내 △주별 강의계획 및 활동사항 항목의 세 가지가 있다. 그러나 학사팀 인력의 한계로 인해 강의계획서의 질적인 면까지 모두 파악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어 앞선 세 개 항목에 대해 100byte 작성이라는 정량적 평가만 시행 중이다. 정 차장은 “미기재 시 수강신청 기간 전 학사팀에서 작성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고 직접 전화로도 작성을 요구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사실상 강제할 규정이 없고, 강의계획서가 교·강사의 업적평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협조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덧붙였다.
교·강사명이 등록되지 않는 이유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새로 부임한 강사는 개강일에 발령이 나기 때문에 교·강사명이 개강 전까지 학교 서버에 등록되지 않는 경우다. 둘째, 아직 강의자 섭외가 완료되지 않은 경우다. 마지막으로 사이버대학교 등 학점교류과목의 외부 교·강사를 서버에 등록할 수 없는 경우다. 이에 대해 정 차장은 “개강 전 교·강사를 예비 발령해 교·강사명을 등록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첨부파일’ 항목의 취지는 해당 교·강사가 자신의 강의계획이 학교의 강의계획서 형식과 맞지 않는 경우, 추가적인 수업 안내를 위해 별도의 문서를 첨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첨부파일 대부분은 추가적인 정보가 아닌 기존의 형식에 있는 항목을 첨부파일로 대체한 것이 많다. 이와 관련해 정 차장은 “이미 강의계획서에 있는 형식을 첨부파일로 대체해도 되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간혹 일부 기기에서 첨부파일 항목이 잘 보이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도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하겠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정 차장은 “강의평가에 강의계획서와 관련된 질문지를 추가하는 등 여러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교·강사의 자발적인 참여가 가장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총학생회는 작년부터 총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제대로 작성되지 않은 강의계획서를 신고할 수 있는 ‘강의계획서 바로잡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작년 1학기엔 미등재 강의 총 384개 중 184개의 강의계획서가 신고를 통해 등재됐으며, 올해 역시 작년과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다. 총학생회장 오규민<인문대 사학과 12> 군은 “강의계획서 신고제를 운영 중이지만, 기존의 신고제만으로는 학우들의 불만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강의계획서 작성을 교수의 업적평가에 반영하는 등의 대안을 고려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교무처와 특별전담반을 구성해 강의계획서 개선을 포함한 강의 전반에 대한 논의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물론 강의계획서 개선을 위한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관심도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강의계획서 작성에 대한 강제가 따로 없는 만큼, 비어있는 학생들의 알 권리를 채워줄 교·강사의 참여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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