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있는 타워크레인, 멈춰버린 ‘행복’
멈춰있는 타워크레인, 멈춰버린 ‘행복’
  • 오현지 기자, 한지연 기자
  • 승인 2016.04.02
  • 호수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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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행복기숙사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민주노총 건설노동조합원(이하 노조원) 12명이 해고됐다. 이것이 해고된 노동자들을 비롯한 노조원들을 학교 앞에 모이게 한 시발점이다. ERICA캠퍼스 행복기숙사는 지난해 8월 12일부터 발주자인 한양대학교가 이수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해 착공에 들어갔다. 그 후 이수건설이 하도급업체로 세진건설을 선정했고 지난해 12월부터 근로자를 채용해 본격적으로 공사를 진행했다. 채용된 근로자 중에는 노조원이 30명 포함돼 있었다. 지난 1월부터 시작된 노조원들과 세진건설 간의 갈등이 폭발해 행복기숙사 건설은 큰 위기를 맞았다.
본지는 행복기숙사 노사갈등을 △해고 △임금 체불 △협상의 총 세 가지 쟁점으로 나눠 정리했다.
세진건설은 노조원 해고의 이유로 계속되는 금전적 손실과 노조원들의 업무 태만을 주장했다. 노조와 세진건설은 2월 말부터 노조원을 지속적으로 줄여 3월 중순에는 현장에서 필요한 적정 인원인 3~4명 정도만 남는 것으로 구두 합의했다. 홍승필<이수건설> 대리는 “현장의 작업량이 줄어 노조와 합의하에 인원을 감축한 것”이라며 그 이유를 밝혔다. 이에 노조는 18명의 노조원은 철수시켰으나 그 외 노조원들은 그만두지 않고 3월 중순까지 계속해서 현장으로 나왔다. 한편 홍 대리는 “노조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 세진건설 측은 그에 대한 강경대응으로 나머지 노조원들을 해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작업은 없는데 계속해서 현장에 나오면 그에 따른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는 건설사 측의 심각한 금전적 손실”이라고 덧붙였다.
세진건설은 앞서 언급한 이유와 함께 노조원들의 업무 태만과 지시 불이행에 근거해 12명의 노조원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세진건설과 노조원 간의 근로계약서상에는 근무시간이 하루 8시간으로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홍 대리는 “노조원들은 작업을 늦게 시작하거나, 점심을 일찍 먹으러 가는 등 세부적으로 따져보면 하루에 6시간 정도밖에 근무를 하지 않았다”라고 토로했다. 이에 김태범<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경기중서부건설지부> 지부장은 “2월 중순 세진건설과 맺은 단체협약에 따라 근무한 것이며 이는 노조의 억지가 아닌 엄밀히 세진건설과 협약으로 계약된 사항”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나 노조가 체결했다고 주장하는 단체협약에 대해 세진건설은 법적 효력이 없는 것이라며 논란을 일축시켜 왔다.
임금 체불 문제는 지난 1일 해결됐다. 노조원 30명의 체불된 2월 분 임금, 9천 여만 원을 세진건설 측이 일괄적으로 지급했다. 과거 세진건설은 비노조원인 근로자들에게는 2월 임금을 제대로 지급했으나 노조원 30명에게는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홍 대리는 “세진건설 측이 노조와 원활하고 빠른 협상을 위해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집회가 진행됐던 지난달 31일 노조 측의 요청으로 이수건설과 노조의 면담이 진행됐다. 이날 노조 측은 시공자인 이수건설에게도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기에 체불 임금을 직접 지급하거나 세진건설과 삼자대면의 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이수건설은 이를 수용해 문제시되는 부분들은 추후에 시간을 갖고 협의하자고 제안했다. 또한 노조 측은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공사를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이에 행복기숙사 건설 현장은 지난달 31일부터 양일간 공사가 중단됐다.
그리고 지난 1일, 행복기숙사 공사 현장에서 세진건설과 노조 간의 협상이 진행됐다. 협상 진행 전 최규식<이수건설> 현장사무소장은 “가장 중요한 건 건물을 기간 내에 완공하는 것”이라며 “공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노조의 입장을 최대한 수용하겠다”라고 적극적인 문제 해결 의사를 표명했다. 하지만 노조 측에서 기존 협의안 외에 복직과 관련된 추가적인 사항을 요구해 양자 간의 협상이 결렬됐었다. 지난 2일, 또 한 번의 협상이 진행됐다. 이 협상에서 세진건설 측은 노조의 요구안을 전면 수용했으며 공사는 오늘부터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이번 사태처럼 공사에 차질이 생길 경우, 학교는 학생 복지와 비용 측면에서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박지정<총무관리처 시설팀> 과장은 “행복기숙사 완공이 늦어지면 해당 학기 학생들의 입사가 불가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공사기간이 연장된다면 추가 비용으로 최대 약 3억 5천만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박 과장은 “앞으로도 노사 신뢰 관계를 구축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태를 통해 노조와 건설사 측은 멈춘 타워크레인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것이 서로에 대한 신뢰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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