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사설]폭주하는 기술 진보에 지혜롭게 대처하는 법
[기자사설]폭주하는 기술 진보에 지혜롭게 대처하는 법
  • 한대신문
  • 승인 2016.03.12
  • 호수 14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세계적인 바둑기사인 이세돌 9단과 구글의 딥 마인드가 만든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대결이 장안의 화제다. 이세돌 9단의 연이은 패배에 “언젠가 인공지능이 인류를 지배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과거부터 과학의 발달에 대한 인류의 불안함은 심심찮게 거론돼 왔다. 그것을 방증하기라도 하듯 그간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SF영화들이 쏟아져 나왔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메트릭스」, 「터미네이터」 등 명작으로 평가받는 SF영화 속 수많은 사건들은 대체로 공통된 화두를 던진다. 과학 기술이 발달해 인공지능기술이 보편화될 미래에 과연 인류는 그로부터 온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 그 골자다.
필자 역시 이러한 흐름에 불안을 느끼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막을 수 없는 흐름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닌, 그 흐름 속에서 지혜롭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불이 주는 악재가 두려워 불의 사용을 막는 것이 아닌, 이득을 취함과 동시에 위험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배우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자본주의라는 이데올로기는 인간이 ‘우월과 열등’이라는 이분체계로 모든 사물을 인식하게 만들었다. 그로 인해 이번 대결에서도 알파고는 인간보다 우월하기 때문에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할 것이라는 인식을 낳았고 과학 발달에 대한 불안감과 거부감을 증폭시켰다. 하지만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에서 누군가가 군림하고 지배한다는 결론은 지혜로운 대처라고 하기엔 곤란하다. 알파고의 능력은 인간의 능력보다 우월한 것이 아닌 다른 것이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서로의 부족함을 이해하고 협력해 보완하는 것의 첫걸음이다. 이는 인간과 인공지능이 상생 관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번 대결을 중계하던 해설자가 한 말이 인상적이다. “알파고 덕분에 바둑이 늘고 있는 것 같아요.” 인간의 직관에서는 악수로 보이지만 좋은 결과를 낳았던 알파고의 수를 보며 한 말이다. 인간의 직관으로 생각해내지 못한 수를 둔 알파고의 선택은 인간의 직관을 넓혔다. 이것은 인간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역할로서의 인공지능이 충분히 인류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필자는 폭주하는 기술의 진보 속 작은 희망을 보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