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지만은 않은 하천, 청淸계천
맑지만은 않은 하천, 청淸계천
  • 이영선 기자
  • 승인 2015.09.07
  • 호수 142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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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 후 10년, 해결되지 않은 문제

청계천 수문의 모습. 비가오면 수문이 열리고 하수가 공급된다.
비가 온 직후 수문 하단부를 확대한 모습. 비닐 포장지 등의 쓰레기가 하단부에 끼어있다.

 

비가 내렸던 지난 7월 11일, 청계천은 악취로 가득 찼다. 특히 악취가 심했던 수문 근처와 청계천 시내 일부 구간에서는 치약 튜브, 커피믹스 스틱과 같은 생활 쓰레기도 발견됐다. 사근동에 거주해 평소 청계천 산책로를 따라 한양여대 근처 살곶이공원을 산책하는 강해인<간호학부 간호학과 15> 양은 “비가 오는 날이면 악취가 더 심하다”라며 청계천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냈다. 청계천은 서울특별시 중구 태평로1가에서 한양대학교가 자리 잡고 있는 성동구까지 걸쳐있다. 홍수로 인한 피해 방지와 도로 확충 등의 목적으로 1958년에서 1977년까지 19년에 걸쳐 복개사업이 이뤄졌고, 2003년 청계천 복원사업이 시작되기 전까지 청계천은 고가도로가 건설돼 교통로로 이용됐다. 하지만 2003년 청계천 복원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주도하에 약 2년에 걸쳐 복원돼 하천으로서의 기능을 회복했다. 복원 이후 청계천은 서울시민들의 산책로 및 여름 밤의 열대야를 피할 수 있는 도심 속 피서지의 역할을 담당하며 서울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또한 해외에서 청계천 복원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경우도 있었을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복원 직후부터 우천 시마다 청계천은 악취로 가득하다. 수문이 열리며 유입되는 오수와 생활 쓰레기가 그 원인이다. 청계천은 흔히 ‘인공 콘크리트 어항’이라고 불리는 바와 같이 자생적으로 생존할 수 없어 한강으로부터 물을 공급받아야 한다. 평소 15분에 3㎜의 비가 내리면 수문이 자동으로 열려 하수가 공급된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관계자 A는 “초기 복원 당시 하수관거(下水管渠)가 벽 안에 들어 있었고, 현재도 구조적으로 하수가 모이면 청계천 양쪽 옆 벽에 있는 수문이 열리고 하수가 유입되는 시스템을 활용한다”라며 청계천에 하수가 공급되는 과정을 설명했다. 물을 공급받는 관인 하수관거는 크게 합류식과 분류식으로 나뉜다. 청계천은 이 중 합류식 하수관거를 사용한다. 오수와 하수를 아예 다른 관에 분류해서 처리하는 분류식에 반해 이를 하나의 관에서 처리하는 것이 합류식 하수관거의 특징이다. 이와 같은 구조적 특성상 오수가 넘쳐 하수관으로 흘러들어오면 하천으로 함께 유입되는 위험부담이 따른다. 관계자 역시 “합 류식 시스템의 특성상 오수가 넘쳐 수문이 열렸을 때 청계천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청계천 오수 및 악취의 원인”이라며 우천 시 악취의 원인을 설명했다. 시민들의 불편함은 물론이고 최근 우천시 오수로 인한 물고기 떼죽음도 큰 화제가 됐던 만큼 대책이 시급하다. 그러나 합류식 하수관거를 분류식으로 바꿀 경우 또 다시 엄청난 비용을 투자해야 하고 이 비용은 청계천 복구비용보다 클 수도 있다는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 도심 속 피서지 청계천··· 오수, 생활쓰레기 배출” 생활 쓰레기에 대한 질문에는 “오수가 흐르는 관인 오수관로가 관련 지자체의 관리 부실로 청소돼 있지 않는 경우가 있어 생활 쓰레기가 함께 유입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관할 지자체의 관리가 허술해지면 생활 쓰레기가 오수와 함께 오수관로로 유입돼 방출되는 것이다. 끝으로 관계자는 합류식 하수관거라는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청계천으로의 오수 및 생활 쓰레기 유입이라는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청계천 상인들, 어디로 가야 하나요 복원 전까지 청계천 주변 시장은 국내 최대의 재래시장 상권이었다. 백화점 할인 판매 기간을 방불케 할 만큼 다수의 사람이 몰려 의류와 잡화류를 구매했다. 하지만 지금의 상가는 썰렁하다. 물건을 사러 온 소비자보다 상인들의 숫자가 훨씬 많다. 본지 기자가 방문한 날도 손님은 상가건물 하나당 10명 내외에 불과했다. 청계천 복원 전과 비교해 현재의 매출이 어느 정도인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청계천 신발상가 A동 상인 여몽룡 씨는 “과거에 비해3분의 1정도로 매출이 줄었다”라고 호소했다. “ 상인들에 대한 보상 미흡, 청계 상가 수입 3분의 1로 줄어” 서울시는 상인들에게 복원 후 피해보상 차원에서 장지동에 있는 가든파이브 입주권을 약속했지만, 실효성이 없는 대책이라는 것이 여 씨의 설명이다. 창고형 시장인 청계 상가의 특성상 팔 물건을 보관할 넓은 공간과 부산에서 운송되는 신발 등의 화물을 내릴 공간이 필수적이지만 가든파이브에서 이와 같은 공간을 확보하기는 불가능한 것이 그 이유다. 여 씨는 “가든파이브 입주자에게 오천만 원씩 대출해줬지만 입주비용이 더 비싸 입주한 사람이 드물다”라며 “입주를 한 사람들도 장사가 안 돼 손해만 입고 돌아온 경우도 많다”라고 말했다. 또한 근처 빈 가게에 대한 질문에“부도가 나서 도망간 경우가 많다”라며 청계천 상인들의 어려움을 드러냈다. 청계천 상가가 한창 때였을 시기에는 11만 개의 상가가 존재했다. 하지만 현재 여 씨의 말처럼 다수의 상가가 부도로 문을 닫았다. 또 남아 있는 상가도 장사가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로부터 받은 피해보상에 대해 여 씨는 “보상은커녕 재래시장 매출만 다 죽였다”라고 말하며 강하게 부정했다. 문제 해결 아직 미지수, 시민 불편은 계속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발행한 청계천 복원사업 백서에 따르면 몇 가지 해외 유사 복원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샌안토니오 강/미국 △프라비던스 강/미국 △도크랜드/영국 등과 같은 사례이다. 이들은 각각 △7년 /1,346억 / 20km △6년 / 726억 /13km △20년 / 약 14조/ 10km의 시간과 비용이 소요됐고 마지막과 같은 거리가 복구됐다. 청계천의 경우는 2년 2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공사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복구된 거리는 5.84km로 12년이 걸린 프랑스의 비에브르 강이나 20년 예정인 일본의 도톤보리보다 긴 편이다. 비용 역시 3,494억 2천3백만 원으로 영국의 도크랜드 다음으로 많은 예산을 투자했다.10km가 넘는 더 긴 거리를 복구한 샌안토니오 강이나 프라비던스 강보다 더 큰 비용이 들어간 것이다. 결과적으로 청계천은 타 해외 사례에 비해 긴 거리를 큰 비용으로 짧은 시일 동안 복구했다. 그러나 합류식 하수 시설 설치로 인한오수 및 생활 쓰레기 방류 문제와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복원 직후부터 약 10년이지난 지금까지 지자체에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부족한 합의 및 미흡한 대책 마련으로 다수의 상인이 피해를 봤을 뿐더러 서울시민들은 우천 시 악취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역사문화 공간 및 생태공간의 회복이라는 기존 복원사업의 취지가 훼손됐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다시 머리를 들고 있다. “부족한 부분 보완할 계획, 피해보상 및 시민들의 불편 해결 여부는 미지수” 서울시에서는 현재 회의를 거쳐 기획과 설계를 감독·검토하는 역할을 하는 청계 천 시민위원회를 구성해 청계천을 재복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병우<서울시청 물재생계획과> 직원은 “재복원까지는 아니고 일부 미흡한 부분을 개선·보완할 계획”이라며 “청계천이 지나치게 직선화된 부분을 보완하고 식생 개선 및 노후화된 산책로의 재포장을 계획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하수관을 통한 오수 방류 문제나 상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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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도 2023-07-30 19:25:21
이 글은 청계천의 복원사업에 대한 성공적인 면과 도심 속 피서지로서의 역할을 인정하지만, 아직 오수와 생활 쓰레기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아 시민들과 상인들의 불편함이 지속되고 있다는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청계천 복원에 대한 더 효과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