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사설]뒤돌아볼 수 있는 힘
[교수사설]뒤돌아볼 수 있는 힘
  • 한대신문
  • 승인 2015.03.28
  • 호수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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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또 많은 신입생들이 입학했다. 봄을 맞은 캠퍼스가 활기차다. 작년에 신입생이던 학생들은 벌써 후배가 생겼다는 사실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동시에 대학생으로서의 첫해가 이처럼 빨리 흘러가버렸다는 점에 놀라곤 한다. 이제는 정말 열심히 앞을 향해 나아가야겠다고 다짐한다. 선배 학생들 역시 어느새 졸업이 성큼 다가와 있다는 사실이 선뜻 믿기지 않는다. 남은 대학생활을 열심히 꾸려가야겠다고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는다.
우리는 열심히 계획하고, 추진하고, 성취하는데 익숙하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러한 관념에 익숙하다. 뿐만 아니라 더 빨리, 더 효율적으로, 시행착오 없이 무엇인가를 성취하는 것이 곧 ‘답’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는 그간 이러한 ‘답’ 맞추기에 꽤나 성공적이었기에 지금과 같이 멋진 대학생활의 기회가 주어졌는지도 모른다. 또한 앞으로도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기 위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원하는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계획하고, 추진하고, 성취해야 한다.
그러나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앞을 향해 달려가면서, 뒤돌아볼 수 있는 힘을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요즘같이 앞만 바라보기에도 바쁜 시대에 살면서 뒤돌아본다는 것은 쓸모없고 심지어는 사치스러운 것으로 치부되기 쉽다. 하지만 실은 정반대가 아닐까? 바쁘고 조급할수록,  뒤돌아볼 수 있는 힘이 없다면 우리는 스스로의 삶의 중심과 방향성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할 수 없게 된다. 성찰 없이 일단 열심히 달려갈 것인가, 아니면 나의 노력과 열정이 나의 삶의 중심과 방향성에 수렴할 수 있도록 부단히 점검할 것인가? 사실, 뒤돌아볼 수 있는 힘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일정한 기준점과 방향성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간 많은 교육을 받아왔다. 교육받는다는 것은 일정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특히 대학교육은 본질적으로 나를 ‘자유롭게’ 하는 활동이 그 중심에 있다. 명문대학일수록 폭넓은 교양교육 전통이 강하다는 점은 이러한 측면을 드러낸다. 현실적으로 ‘스펙’도 중요하고, 취업이나 대학원 진학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가끔은 나를 뒤돌아서 바라볼 수 있는 힘, 나를 잠시 ‘멈추게’ 하는 힘, 나의 삶에 대해 깊이 ‘질문하는’ 힘을 기르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대학이라는 자유로운 배움의 전당보다 이를 위해 더 좋은 곳이 있을까? 우리가 뒤돌아볼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될 때, 조금 늦더라도 더 멀리, 조금 돌아가더라도 더 단단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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