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 대학 축제, 연예인을 꼭 초청해야 할까?
설왕설래 - 대학 축제, 연예인을 꼭 초청해야 할까?
  • 송다빈 기자, 한민선 기자
  • 승인 2014.09.27
  • 호수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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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면 대학가는 축제로 들떠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축제는 연예인을 보기 위한 행사가 되고 있다. 타학교 학생들도 그 학교 축제에 어떤 연예인이 오는지는 알고 있을 정도다. 신촌의 모 대학교의 축제처럼 연예인을 보기 위해 입장권을 구입해야만 하는 축제들도 열리는 실정이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대학 축제에서 연예인 공연이 축제의 감초역할을 한다는 입장과 대학 구성원 스스로 축제를 이끌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버린 것이라는 부정적인 입장이 맞서고 있다. 대학 축제, 연예인을 꼭 초청해야 할까?

연예인은 축제 속 약방의 감초
이제 축제는 단순히 학교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꾸려 나가는 행사를 넘어 연예인 공연을 포함한 하나의 콘텐츠로 변모했다. 특히 우리학교 서울캠퍼스에선 축제 때마다 연예인 공연으로 인해 학생들이 한 곳에 모여 에너지를 발산한다. 이는 일부 언론에서 ‘노천대첩’ 등으로 보도됐다. 동아리 공연 사이에 연예인의 공연이 더해지면 학생들의 호응도가 높아지고 축제가 더 짜임새 있어진다. 뿐만 아니라 대학 축제의 연예인 섭외는 학생들의 축제 참여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축제에 연예인을 섭외하지 않는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을까?

하지만 일각에서는 연예인 초청을 위해 무리하게 재정이 쓰이기 때문에, 학생 자치 활동을 침해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학 축제의 주인공은 학생들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주도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연예인을 부를 돈으로 동아리 예산을 편성한다고 한들 과연 연예인 공연만큼 학생들을 불러 모아 완성도 높은 공연을 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이제 연예인을 초대하지 않는 축제는 상상할 수 없게 됐다. 물론 연예인 초청에 많은 돈을 써 동아리 공연 및 전시회와 같은 학생 자치 행사가 축제의 조연이 되게 해선 안 되지만 연예인이 없는 축제 공연은 ‘단무지 빠진 김밥’과 같다. 막연히 춤추고 노래만 부르다 가는 연예인이 아니라 학교 동아리와 어우러져 쌍방향적으로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내용을 넣은 행사를 기획해 연예인을 초청 해야 한다.

축제와 콘서트 사이
각 대학교 별 연예인 섭외 라인업은 대학교 축제의 전부가 됐다.  연예인 초청 공연을 제외한 자치적인 행사는 자연스럽게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대학 축제는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 축제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그러나 어느새 축제는 연예인들의 콘서트로 변해버렸다.

축제에 연예인을 초청하면 대부분 사람들의 관심은 연예인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동아리 행사, 주점, 학회 사업 등 학생 자치 활동은 연예인 공연에 가려진다. 축제의 취지가 학생 사회의 통합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대학생들에게 가야할 기대와 관심이 연예인들에게 가는 것은 축제의 본래 취지에 어긋난다.

그리고 대학생 스스로도 학생 자치 활동에 소홀해진다.  그들도 자신의 활동이 어차피 크게 주목받지 못할 것을 알기에 축제 기획에 있어 발전을 포기하는 것이다. 이렇게 연예인 위주의 축제가 계속된다면 자치 활동은 점점 수준이 낮아져 결국 그 의미를 잃게 될 것이다.

또한 총학생회는 축제 예산 중 매우 큰 부분을 연에인 초청에 사용하고 있다. 반면에 동아리는 최근 급감한 교비지원으로 축제 행사 진행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연예인을 초청할 예산을 동아리에 지급해 그들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더 내실 있는 축제가 될 것이다.

축제와 콘서트, 그 애매한 경계를 넘어 연예인의 초청을 뺀 대학생만의 특별한 행사가 있는 담백하지만 꽉 찬 축제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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