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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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대신문
  • 승인 2014.09.20
  • 호수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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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사회
한 무리의 남자 대학생들이 지능을 테스트하는 간단한 시험을 치렀다. 시험을 치른 후에 그들 중 절반은 시험 결과가 같은 대학 학생들의 평균 점수에 크게 못 미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어서 동성애자이거나 이성애자로 묘사된 한 남자에 대한 간략한 글을 읽고 그에 대해 평가를 했다. 평가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지능검사에서 평균 이하라고 통보받은 학생들이 동성애자로 제시된 인물을 더 부정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능이 낮을수록 더 편견에 빠지기 쉽다는 얘기를 하는 것으로 오해하지 말자. 예상했겠지만 평균에 못 미친다는 통보를 받은 학생들은 사실 실제 점수와는 상관없이 임의로(randomly) 선택되었었다. 학교 평균보다 한참 아래라니! 예상치 못한 결과는 학생들의 자존감(self-esteem)에 상처를 입혔을 것이다.

 내가 또래의 다른 사람보다 못하다는 자존감의 상처는 마음 깊은 곳의 ‘불안’을 깨우고, 잠에서 깨어난 불안은 주변 환경에 대한 경계심을 불러일으킨다. 나와 타인과의 격차가 크다고 느낄수록 불안이 가중되기 때문에, 타인의 약점과 허물을 찾아 심리적 격차를 줄이는 것이 불안을 잠재우고 상처를 봉합할 길이 된다. 겉으로 드러나는 타인의 신체적 특징뿐 아니라, 사회적 신분, 직업, 혹은 처해있는 상황까지도 이제 ‘셀프 치유(?)’를 위한 재료가 된다. 요컨대 타인의 약점에 대한 조롱과 비아냥, 증오의 뿌리는 ‘자아에 대한 불안’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최근 세월호 침몰 사건의 유가족들이 단식 농성을 이어가는 현장에서 이를 조롱하는 폭식 퍼포먼스를 벌인 사람 중 상당수가 대학생이라는 보도는 마음 한구석을 서늘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약자를 조롱하도록 했을까. 결국, 폭식 퍼포먼스의 바탕에는 ‘너만 아픈 게 아니다. 나도 아프니까 시끄럽게 하지 마라’라는 불안감이 깔렸던 것은 아닐까. 자아가 불안한 사람은 환경의 불안정성을 더 견디기 힘들어하고, 갈등을 일으키는 타인들을 사회 불안을 가중시키는 ‘질서의 적’으로 인식한다. 그래서 눈앞에서 아파하는 이웃보다 사회적 질서를 표상하는 대통령의 눈물에 더 공감하는 것은 아닐까.

 생존만이 삶의 궁극적 목적이 되는 사회를 유지하는 심리적 뿌리는 불안이다. 불안은 편견과 적대감, 증오를 낳는 원천이다. 자유로워야 할 젊은 학생들이 불안에 깊이 잠식되어 타인을 적대시하게 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해 대학 구성원 모두의 깊은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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