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를 사진에 담다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를 사진에 담다
  • 장예림 기자
  • 승인 2014.08.29
  • 호수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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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샷, 소셜 미디어의 공유 문화

사진이란 물체의 형상을 감광막 위에 나타나도록 찍어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게 만든 영상이다. 이전까지 사진이라는 영역은 전문가가 다루는 기술이라는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카메라, 휴대폰 등의 단말기가 보급되면서 사진은 비전문가들과 일상의 영역에 자리잡았다. 그 중, 최근 SNS의 발달과 함께 가장 주목받는 사진 문화는 ‘인증샷’ 이다.

인증샷은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연예인이나 정치인들, 즉 사회적으로 파급력이 있는 사람들이 본인의 발언이나 행동을 증명하기 위해 생긴 문화였다. 하지만 기술과 사회가 발전하면서 인증샷의 의미도 변화했다. 본지에서는 인증샷의 개념을 ①개인이나 비전문가가 비전문적인 목적으로 찍어서 소셜 미디어에 올리는 것 혹은 전문가가 찍더라도 개인적인 목적으로 소셜 미디어에 올리는 것 ②특별한 메시지를 담은 사진(이벤트성)으로 규정했다. 이 때 특별한 메시지는 사회적이거나 개인적인 목적과 상관없이 의미가 존재하는 것이다. 즉, 인증샷은 목적성과 이벤트성이 강한 사진이다.

인증샷 문화는 복합적인 현상
윤영민<언정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인증샷은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발달된 문화”라며 “배경을 사회적, 기술적, 개인적으로 나누기에는 애매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인증샷의 주요 매체는 소셜 미디어이다”라며 현재를 소셜 미디어 사회라고 정의했다. 소셜 미디어의 가장 큰 특징은 ‘가치 공동 창조(co-creation of value)’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과거 매스 미디어 시대에는 가치 창조의 주체가 생산자, 전달자, 소비자로 구별됐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 시대에서는 나눠져 있던 3가지 종류의 주체가 하나로 합쳐진다. 즉, 사용자가 생산자부터 전달자,  소비자까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 사회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메시지 형식 중 하나는 이미지, 즉 영상이다. 발달된 기술 덕분에 누구나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윤 교수는 이 현상을 ‘누구나 방송국, 신문사가 될 수 있는 시대’라고 표현했다. 그는 “소셜 미디어는 개인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개인에게 힘이 생기니까 주인공이 되고자 하는 욕구가 생기는 것이다”며 인증샷의 발달 배경을 설명했다. 즉, 인정받고자 하는 개인의 욕구가 소셜 미디어 사회에서 발현된 것이 인증샷 문화라고 정의내릴 수 있다.

▲ 가수 이효리가 투표를 하고 난 후 투표 인증샷을 찍고 있다.
정치화, 상업화된 인증샷 문화
투표 인증샷은 2011년 후반부터 유행처럼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유명 연예인들이 투표를 했다는 인증샷을 개인 SNS에 올렸다. 그러자 기자들은 사진에 글을 덧붙여 기사를 썼다. 많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고, 각종 매체를 통해 확산됐다. 이후 일반인들도 투표 인증샷을 찍기 시작했다. 일반인들이 투표 인증샷을 찍기 시작한 현상은 사진을 공유하는 SNS인 인스타그램을 보면 알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투표인증’이라고 검색하면 총 4391개의 게시물이 나온다. 이 때 ‘#’를 ‘해시태그’라고 하는데, 이 부호 뒤에 원하는 말을 쓰면 관련 게시물을 모두 볼 수 있다. 또한, 투표 인증샷이 이슈가 되면서 사진 찍기 관련 선거법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인증샷은 마케팅의 영역에서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지난 해 말 발표된 KISDI(한국정보
▲ 인증샷이 마케팅에 사용된 사례이다
통신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SNS 이용률이 20대 69.3%, 30대 46.9%에 달한다. 실질 구매력을 가진 2030 세대의 SNS 이용률이 급증하면서 기업들도 SNS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SNS 마케팅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인증샷이다. 최근 팔도는 ‘비락식혜 의리 인증샷 콘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비락식혜와 함께한 의리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팔도 페이스북에 응모하는 간단한 방법이다. 이외에도 이랜드그룹에서 운영하는 커피전문점 ‘더 카페’에서 여름시즌 메뉴 출시를 기념해 여름시즌 메뉴를 즐기고 인증샷과 함께 후기를 더 카페 홈페이지에 올리는 인증샷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많은 기업에서 인증샷 이벤트를 홍보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한편, 윤 교수는 “인증샷 문화가 정치화 상업화되면서 함정이 생겼다”고 말했다. 바로 ‘진정성’이다. 인증샷이라는 것은 기록을 공유하고 공유의 대가로 공감을 얻기 위해 시작됐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기획되고 있다. 윤 교수는 “인증샷은 설정샷이 되어서는 안된다. 설정샷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진정성이라는 요소가 약화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진정성이 약화된 기호가 넘칠수록 인증샷 본연의 개념은 훼손되기 시작하며 무엇이 진실이고, 허위인지 구별할 수 없게 된다.

▲ 렛미인에 출연한 '엄다희'의 출연 캡쳐 사진이다.
과도한 인증샷 문화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SNS에서 잘못 발현된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세월호 참사 현장 사망자 명단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려고 했던 송영철 전 안전행정부 국장의 사건이 있다. 또한 세월호 참사 지역에서 어깨동무를 하며 기념촬영을 하는 사람들도 수두룩했다고 한다.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절제하지 못한 사례다.

지난 7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세월호 추모 노란리본 다 잘라내’라는 제목으로 노란리본을 제거했다는 회원의 인증글이 게시됐다. 또한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른바 ‘살인 인증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는 익명성에 가린 잘못된 인증샷 문화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 다른 부정적인 대표적 사례로는 스토리온 ‘렛미인4’에 출연한 엄다희가 있다. 엄다희는 SNS에서 팔로워 5천여 명을 거느릴 정도의 여신으로 추앙받고 있었지만, 실상은 95kg 초고도 비만의 모습을 포토샵을 이용해 전혀 다른 사람으로 포장하고 있었다. 엄다희는 '렛미인4' 지원 이유에 대해 "가상 세계에 빠져 살수록 외로움이 커져만 갔다. 현실적으로 살기 위해 각오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엄씨의 사례에 대해 마셜 맥루한의 이야기 중 하나인 나르시시즘을 언급했다. 그는 “맥루한에 의하면 나르키소스는 절대로 자기애를 가지지 않았다”며 “자기인지 남인지 구별을 못한 결과 우물 속에 비친 자신을 남으로 인식하고 이미지가 아닌 실체로 생각했던 것이다. 즉 그냥 다른 사람을 사랑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우리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이미지와 실체를 구별하지 못하게 되고, 자신이 아닌 것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인증샷은 공유의 문화이다. 현재 우리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우리의 모든 것을 공유하고 있다. 왜 공유를 하는 것일까. 윤 교수는 ‘공감’을 얻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결국 우리는 매순간 시도때도 없이 업로드되는 사건들에 대하여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감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그 공감이 우리를 지치게 한다. 윤 교수는 마셜 맥루한의 말을 빌려 “과잉 인간관계, 즉 과도한 심리적 관여”를 인증샷 문화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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