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우리는 왜 대학을 꿈꿨나?
고등학교 시절 우리는 왜 대학을 꿈꿨나?
  • 김지수 기자
  • 승인 2014.04.05
  • 호수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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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현실 사이, 17살 고등학생들과 만나

지난 2일 본지 기자는 한양대학교 사범대학부속 고등학교 1학년 1반 학생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 결과 97%의 학생이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는 ‘취업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48%)’가 1위, ‘대학에서 꼭 배우고 싶은 것이 있어서(25%)’, ‘공부 외 대학에 대한 로망(17%)’이 뒤를 이었다. 목표로 하는 특정한 학과가 있다는 학생은 77%였다. 그렇지만 꼭 대학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오히려 ‘아니다’가 53%로 더 많았다. 

97%의 학생이 대학 진학을 준비하면서도 과반수는 '대학에 꼭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모순적인 결과였다. 설문조사의 결과와 관련해 대상 학급 소속 학생 5명과 이야기를 나눴다. 대담에 참여한 학생들은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밖에 나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에 신나하는 평범한 고등학생들이었다. 그들은 설문조사에서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그들에게 왜 대학을 가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대학에서 꼭 배우고 싶은 것이 있다는 대답보다는 "취직하려고요" 라는 대답이 먼저 나왔다. 한 학생은 “요즘은 대학을 나와도 취직이 안 된다던데”라며 고등학생의 고민이라기엔 때 이른 걱정을 하고 있었다. 설문조가 결과가 보여주듯 고등학생들은 벌써 '취업'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들이 어떤 직장에 취직해 어떤 일을 하고 싶어하는지 그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잠시 정적이 흘렀고 5명의 학생 모두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다고 선뜻 대답하는 학생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만약 성적이나 금전적인 문제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서 벗어나 환상이 있는 직업이 있느냐고 물으니 ‘헤어디자이너’, ‘컴퓨터 프로그래머’, ‘의사’, ‘경찰’ 등 다양한 직업이 나왔다. 한 학생은 “전 계속 하고 싶은 일이 바뀌는데 제가 원하는 직업들을 갖기 위해서는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해서 걱정이에요”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17살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도 꿈에 대해 물어보니 "제 성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이라는 전제를 붙여 말했다. 이는 이 날 만난 학생들만의 생각이 아니다.

고등학생들은 공부를 잘해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으며 좋은 대학을 졸업해야만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을 들어왔다고 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목표로 하는 특정한 학과가 있다'고 대답한 학생의 비율과 '대학에서 꼭 배우고 싶은 것이 있다'고 대답한 학생의 비율이 일치하지 않았다. 고등학생들로 하여금 꼭 배우고 싶은 공부 대신 취업이 잘되는 학과에 가라고 한 것은 아닐까.   

학생들에게 이번엔 설문조사에서 3위였던 ‘공부 외 대학에 대한 로망’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들이 꿈꾸는 것은 ‘시간표를 마음대로 짜는 것’, ‘친구들과 자취’, ‘아르바이트’, 'MT', '캠퍼스 커플' 등이었다. 대학생 때 듣고 싶은 수업이 있는지, 교수님은 어떤 분일 것 같은지, 어떤 대학 생활을 꿈꾸는지 등을 더 물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나오는 젊고 지적인 ‘도민준 교수’나 영화 「건축학개론」에서처럼 ‘과제를 함께 하다 사랑에 빠지는 것’ 같은 대답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학생들은 큰 환상이 없는 것 같았다. 캠프에 참가해 대학 수업을 들어본 적이 있다던 학생은 "자료를 나눠주셨는데 영어로 쓰여 있었고 졸렸어요"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현재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면서도 "대학에 가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였다면 가지 않았을 것 같아요"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들에게 대학생들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들은 대부분 '어떻게 대학생이 됐는지' 궁금해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모의고사 성적이 어땠어요?", "정말 5시간 자면 대학에 떨어지나요?", "의대에 가려면 얼마나 공부를 해야 해요?" 등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들의 질문에 "아직 고등학교 1학년이고 대학을 준비할 시간이 많으니 걱정하지 마라"라는 조언만 해주었다.    

야간 자율학습을 위해 무거운 발걸음을 뗀 학생들은, 먼저 집에 가도록 선생님께 허락 맡아서 신이 난 학생 두 명을 부럽게 쳐다보며 자습실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학생들을 자습실에 데려다 주고 돌아와 대담내용을 정리하니 밤이 됐다. 하지만 그 시간에도 학생들은 여전히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있을 터였다.
대학에 가야 하는 것이 의무화된 현실에서 학생들의 꿈은 인생의 목표가 아닌 ‘대학생이 되는 것 자체’가 됐는지도 모른다. 학생들은 ‘자신만의 꿈을 이루기 위해’ 혹은 ‘꿈이 없어도’ 대학생이 되길 꿈꾸며 늦은 밤까지 공부 중이다. 그들이 그렇게 바라는 대학생이 된 지금 우리는 자신의 삶은 어떤지, 나도 역시 그저 ‘대학생’이 되기 위해서만 달려온 것은 아닌지 잠시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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