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 유리컵 속의 물을 비워라
총학생회, 유리컵 속의 물을 비워라
  • 한대신문
  • 승인 2013.04.01
  • 호수 13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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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학내 단체 ‘청춘의 지성’이 강연회 연사로 이정희<통합진보당> 대표를 초청했다. 이 소식을 접한 우리학교 학생 중 일부는 관련 대자보를 찢고 게시판에 항의 글을 올리는 등 강력한 반대 의견을 표시했다. 학생들이 이 같이 행동한 이유는 이 대표에 대해 반발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와 반대로 이 대표의 방문에 대해 왜 반대하느냐고 묻는 학생들도 있었다. 이 학생들은 이 대표가 정치적 이유가 아닌 강의 목적으로 방문했다는 점과 정치에 몸담은 다른 교수도 많다는 점을 들었다. 개인은 자신의 정치관에 따라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학생들을 대표하는 ‘총학생회’도 그런 자유를 가질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 대표가 우리학교에서 강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총학생회는 SNS를 통해 그녀의 방문에 반대 뜻을 전했다. 이 게시글은 학생들에게 일파만파로 퍼져 나갔고 이 대표의 방문에 대한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이번 총학생회는 어떤 정치적 입장도 갖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들이 게시한 글에도 “제41대 총학생회 선거에서 ‘togather’는 우리 한양대학교가 정치인의 활동무대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당선됐습니다”라고 명시했다. 정치적으로 어떤 색도 갖지 않는 투명한 유리컵 같은 학생회를 만드는 것이 그들의 의도였을 것이다. 총학생회가 이 대표의 방문에 반발한 것도 어떤 정치적 입장도 갖지 않겠다던 그들의 약속을 지키기 위함으로 보인다.

하지만 투명한 유리컵을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앞서 말한 것처럼 아무것도 담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유리컵 안에 투명한 물을 한가득 담아도 유리컵은 투명하게 된다. 이번 사건으로 보아 투명한 유리컵을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이번 학생회는 후자를 택한 듯싶다. 총학생회의 유리컵은 투명해 보이지만 이미 무언가가 들어있다. 이미 가득 찬 유리컵 속에는 아무것도 담을 수 없는 것이다.

다양한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것이 바로 총학생회의 역할이다. 이것을 완벽히 실행하는 것은 어려울지라도 최소한 모든 학생의 의견을 들을 준비는 돼 있어야 한다. 학생 중엔  이 대표의 강의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학생회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오히려 입장 발표라는 강경한 태도로 대응했다. 총학생회는 학생 개인의 권리를 무시했을 뿐 아니라 학내 단체의 자율권까지 침해한 것이다. 총학생회는 그들이 투명하다고 믿는 물을 유리컵에 담아 버렸다. 그 잔에는 더 이상 다른 것을 넣을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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