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회·마약김밥·빈대떡, 기자도 참 좋아하는데요
육회·마약김밥·빈대떡, 기자도 참 좋아하는데요
  • 금혜지 기자
  • 승인 2013.03.02
  • 호수 13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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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직접 다녀와 보겠습니다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취재하는 것만큼 직접 전통시장을 체험해보는 것도 뜻깊을 거라 생각해 길을 나섰다. 출발하기 전 ‘서울 시티투어’가 전통시장을 순환하는 버스 투어 서비스를 이번 달부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외국인 모두를 위한 서비스라는 설명을 듣고 이용해 보려 했으나 1만 2천원의 가격, 105분의 소요시간을 보고 내국인이 일상적으로 이용할 만한 서비스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결국 한양대 정문 앞에서 2014번 지선버스를 타고 출발해 종로5가에서 하차했다.

조금 걸어가니 높은 입구에 ‘광장시장’이라는 깔끔한 글씨가 쓰인 간판이 보였다. 명절이 훌쩍 지난 2월 말, 그리고 평일 저녁임에도 광장시장 먹거리장터는 다양한 연령층의 이용객으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간판이 있는 거리 옆의 작은 골목에 들어서니 육회, 간, 천엽 등을 파는 가게들이 늘어선 ‘육회거리’가 나왔다. 방송 출연 사진을 앞다투어 크게 걸어놓은 ‘원조 자매집’과 ‘창신육회’앞에는 이용객들이 식사를 위해 번호표를 받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기자와 친구도 ‘원조 자매집 1호점’ 앞에서 번호표를 받고 행렬에 합류했다. 줄의 선두에서 식당 안으로 들어가는 일행의 번호표가 12번. 기자가 받은 종이에 쓰인 번호는 18번이었다.

‘자매집’의 언니이자 식당 대표인 김민자<서울 종로구> 씨는 가게 외부로 이어진 자리에 서서 직접 주문을 받는다. 할머니는 “내가 다른 (육회)집들 다 잘 안된다고 된장찌개 하고, 다른 거 할 때 여기서 40년 동안 이것(육회)만 했어. 그러니까 우리 집에 오지”라며 육회를 담아준다. 요새 학생들도 많이 찾아오는지 묻자 “몇 년 전부터 젊은 사람들이 많이 와. 인터넷 보고 왔다고도 하고, 카메라 들고 오는 사람들도 많고”라고 말하다 문장을 마치기도 전에 다음 손님을 받는다. 시끌벅적한 탓에 서로 목소리를 한껏 높여야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크게 말하는 것이 습관이 된 듯한 할머니의 목소리가 잔뜩 쉬어 있었다.

육회 한 접시를 먹고 시장 안의 다른 음식을 먹어보기 위해 자리를 나섰다. 육회거리에서 나와 조금 큰 골목으로 들어가자 분식을 파는 좌판들이 즐비했다. 빈대떡을 먹기 위해 줄을 서있는 사람들도 보였다. 자극적인 이름의 ‘마약김밥’을 먹기 위해 빈자리에 앉았다. 상인에게 마약김밥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무엇인지, 얼마나 오래 장사했는지 등의 질문을 건넸다. 하지만 아주머니는 “자꾸 먹으면 중독. 오래했어”라는 아주 짧은 대답만을 남긴 채 계속 김밥을 만든다. 예상치 못한 단답이 당황스러워 멋쩍게 웃고 있는데 아주머니가 “호박엿먹어”라며 엿 한 봉지를 내밀었다. 많이 먹으라며 웃어 보인다.

옆자리에 앉아있던 30대 중반의 남성이 그 모습을 보고 아주머니께 농담을 건네다가 이내 우리 테이블과 대화가 오갔다. 아저씨에게 얼마나 자주 이곳에 오는지, 전통시장에 오는 이유는 무엇인지 물었다. “일주일에 한번은 와. 그냥, 고향 같고 맛있잖아. 이렇게 처음 보는 아가씨한테 말 걸어도 이상하지 않고. 대형마트 같은데서 말 걸어봐, 대꾸나 해주나”라며 웃었다.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전통시장에서는 정을 팝니다’는 서울시의 광고 카피가 생각났다. 시장에서 먹은 가장 맛있는 음식은 그 곳의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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