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사자와 셔틀, 어느 날 찾아온 인연에 마음을 열다
붉은 사자와 셔틀, 어느 날 찾아온 인연에 마음을 열다
  • 김명지 기자
  • 승인 2012.11.03
  • 호수 13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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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관계자에게 듣는 「더 복서」 속 또 다른 이야기들

「더 복서」는 세상으로부터 상처 받은 ‘두 사람’이 함께 하는 과정을 그려냈다. 두 사람의 만남과 이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어떤 의미를 전하고 싶었나.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소통을 하면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상처’를 서서히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것을 통해 이들은 다시 새로운 희망과 꿈을 찾게 된다. 「더 복서」를 보는 관객분들 또한 그런 시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품을 올렸다.

극 중 비트박스, 랩 등의 음악적 장치들이 셔틀의 대사에서 자주,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관객들 역시 이 음악이 나올 땐 신나게 즐기는 느낌이다. 이런 독특한 장치의 기능은 무엇인가.
‘셔틀’로 대변되는 10대 특유의 거친 말투를 비트박스와 랩으로 풀어낸 것이다. 랩 같은 대사, 대사 같은 랩에 얹어진 대사가 과장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극에 흘러 들어가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극 초반부터 붉은 사자는 다른 사람들에게 몸이 안 좋은 척, 귀가 들리지 않는 척을 한다. 이것은 처음 대면한 셔틀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붉은 사자는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셔틀에게 입을 열게 된다. 사소한 순간이었다. 이 시점에서 붉은 사자가 입을 열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왜 계속해서 입을 다물고 있지 않았는지, 왜 셔틀에게 이런저런 충고를 하기 시작한 건지, 그 시점에서 붉은 사자의 심리가 궁금하다.
꼭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자연스러운 인간과 인간의 소통이다. 아무런 의욕도, 희망도 없던 붉은 사자에게 어느 날 불쑥 찾아온 셔틀은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요양원 독방에서 아픈 척 연기를 하면서 홀로 쓸쓸히 인생의 마지막 날만을 기다리며 살던 그의 마음이 어느 날 불쑥 찾아온 소년을 통해 자연스럽게 열린 것이라 할 수 있다.

공통점이 없을 것만 같은데, 왠지 두 주인공은 닮아보인다. 노인 붉은 사자와 어린 청소년 셔틀에게서 관객들이 공통성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붉은 사자와 셔틀은 모두 ‘절망’의 끝자락에 서 있던 인물들이다. 왕년의 복싱 챔피언에서 요양원 독방 노인이 돼버린 붉은 사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짱’의 죄를 뒤집어쓰고 사회봉사 명령을 받은 셔틀, 바로 이런 좌절과 상처가 이들을 각각 자살 충동, 그리고 ‘짱’을 죽이고 싶은 살인 충동으로 몰아간 것이다.

「더 복서」의 전개를 살펴보면 결코 급하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상황도, 인물들의 행동에 대한 이유도 서서히 설명되기 시작한다. 이런 느린 전개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더 복서」의 전개가 느리기보단 상대적으로 요즘 나오는 콘텐츠들이 너무 빠른 건 아닐까. 두 인물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나아가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고 싶었다.

「더 복서」는 독일 연극 「복서의 마음(Das Herz eines Boxers)」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고 들었다. 한국어로 번안을 하고 새로 연출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원작과 무엇이 달라졌는가. 원작에서 없는 새로운 내용이나 새로운 장치가 있는가.
원작에서는 ‘붉은 사자’가 실제로 아프지만 한국 버전에서는 가짜로 파킨슨병 흉내를 내는 설정으로 바뀌었다. 또 원작에서 그는 2차 대전을 겪은 사람이지만 한국의 붉은 사자는 한국전쟁, 월남전 등 한국 현대사를 고스란히 담은 인물로 우리 현실에 맞게 각색됐다. 새롭게 삽입된 것은 음악이다. 원작은 음악이 전혀 없는 작품이다. 번안을 하는 과정에서 위에서 언급한 이유로 음악을 삽입한 것이다.                 

도움: 박병민<학전 기획실>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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