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특례기준, ‘그때 그때 달라요’
병역특례기준, ‘그때 그때 달라요’
  • 성명수 수습기자
  • 승인 2006.03.26
  • 호수 12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병역특례에 대한 일관성 있는 규정 마련해야
WBC에 출전한 우리나라 야구대표팀이 4강에 진출해 병역특례 혜택을 받게 됨에 따라 이에 대한 논의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또 가수 비가 미국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한류에 대한 경제적 부가가치가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되면서 이들에 대한 병역특례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형평성 문제로 인해 일반 사병들의 사기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논쟁의 핵심은 그 기준에 있다.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지난달 22일 WBC 대표팀이 4강에 진출할 경우 병역특례를 검토하겠다고 말한바 있다. 당시 네티즌들의 반응은 냉담했지만 우리나라가 대만, 일본에 이어 세계최강 미국까지 격파해 4강에 진출하자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하지만 일관성 없이 때마다 달라지는 병역특례 기준은 이처럼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불씨가 되고 있다. 스포츠의 경우 종목마다 대회 참가팀의 수, 우리 대표팀의 수준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일관성 있는 기준을 제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특히 합의된 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회 중간, 혹은 대회가 끝난 후에 병역특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번 WBC에 참가한 선수들 중 병역특례 혜택 대상자는 모두 11명이다. 이미 병역특례를 받았거나 병역의 의무를 완수한 선수들과의 형평성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류스타들의 병역특례 논란도 뜨겁다. 우선 스포츠 선수들처럼 합의 가능한 기준을 제시하기 어렵다. 또한 스포츠가 대부분 프로 선수들로서 경기를 통해 돈을 벌어들이긴 하지만 국가대항전 자체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류스타의 경우 연예활동 자체가 상업적인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영리목적의 병역특례라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국방부 역시 한류스타의 병역특례는 불가하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다. 대체복무 등을 허용할 경우 다른 분야의 민원이 쏟아질 것이고 이 경우 병역특례제도가 방만하게 운영돼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학교 손대현<사회대·관광학부>교수는 “문화 산업 전반에 현혁한 공로가 있는 연예인에 한정해 특혜를 줘야할 것이다”며 “영화배우 숀 코네리는 영국에서 기사 작위를 받는 등, 해외에서는 문화적 스타들에 대한 대우 자체가 우리나라와 다르다”고 밝혔다.

그 동안 스포츠 종목에서 우리나라가 뛰어난 성과를 거둠에 따라 병역특례의 범위는 갈수록 확대돼왔다. 월드컵 16강 이상, 올림픽 금메달 등의 기준이 마련돼 있는 종목들과 달리 WBC, 한류의 경우 최근에 비롯된 현상이기 때문에 명확한 기준이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하나의 일관된 기준 없이 때마다 다른 잣대를 적용하고 그 범위를 확대해 나간다면, 병역특례를 받지 못하는 전문 인력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감안해야 한다.

최근에는 탁구스타 유승민과 수영선수 박태환 등도 비인기 종목 선수들에게도 병역특례를 확대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자 태능선수촌 전체의 분위기가 술렁이고 있으며 국가대표 코치협의회도 성명을 내고 아마추어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줘야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병역특례는 분단이라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에서 비롯한 것이다. WBC 4강 진출에 대해 외신에서는 병역특례에 대한 동기부여를 한 가지 요인으로 꼽을 정도였다. 병역의 이행여부가 한 인기가수의 입국조차 불허하기도 하고 인기를 단숨에 급상승시키기도 한다. 양심적 병역기피 등 병역이행에 대한 논란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병역특례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일관성 있는 기준과 국민적 공감대를 통해 적용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