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고, 표현하고, 공유하는 집단지성
생각하고, 표현하고, 공유하는 집단지성
  • 김지연 기자
  • 승인 2012.03.03
  • 호수 13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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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사고’의 개념과 혼동하지 말아야”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무수한 정보들을 얻는다. 정보 그 자체는 물론이고 정보에 대한 또 다른 정보 및 의견들도 공유한다. 이 정보들은 다수의 사람이 서로 협력해 얻게 된 지적 능력의 결과다. 우리는 이 집단적 능력을 ‘집단지성’이라고 한다.

집단지성은 매우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난다. 물건을 사고파는 인터넷 사이트의 상품후기, 영화 리뷰 및 별점도 집단지성의 한 유형이다. 윤영민<언정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집단지성이란 개념에는 다양한 유형이 있다”며 “심지어 사람들의 의견과 콘텐츠를 모아두기만 하는 것도 하나의 집단지성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떤 현상을 이해하고 그 현상에 대한 의견이 산출되는 것도 집단지성이라고 할 만큼 그 범위가 넓다.

집단지성이 현실정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쳤던 사례로 2008년 촛불시위를 들 수 있다. 처음엔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에 대한 여론이 온라인에서 형성되고 이것이 전파되면서 시작됐다. ‘다음 아고라’ 등과 같은 웹 사이트들이 이슈의 발원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촛불시위 기간 동안 미국산 쇠고기 관련 정보들은 온라인상에서 신속하게 확산됐다. 이것이 오프라인으로의 시위참여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이는 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이 한 사안에 직접적으로 개입해 지식을 공유·생산해 내 다양한 활동으로까지 확산된 집단지성의 한 예다.

권력체계를 흔드는 정치적 집단지성
2008년 촛불시위는 정보화 시대 지식 생산 패러다임의 변화를 잘 보여줬다. 지식생산의 주체와 지식생산 방식, 지식의 성격이 변화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정치·문화·사회가 출현했다.

첫번째로 지식생산 패러다임의 ‘지식 생산의 주체’가 변화했다. 정치적 지식을 구성하는 ‘주체’가 바뀐 것이다. 기존 대중사회에서는 소수 엘리트집단이 지식을 생산한 데 반해 정보화 시대에서는 지식 생산의 주체가 아마추어까지 확대됐다.

두번째로 지식생산의 계층 구조가 변화했다. 이는 위계적인 메커니즘이 아닌 네트워크로 연결된 동등계층 간 협력을 통해 이뤄진다. 조화순<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저서 「집단지성의 정치경제」를 통해 “동등계층 간의 지식생산은 ‘혁신의 민주화’를 추동하면서 수평적인 네트워크 구조를 확산시켜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번째로 지식의 가치 판단이 변화했다. 지식은 정보화의 흐름에 따라 적응할 수 없는 것은 가치가 떨어지고 실제적이고 활용도가 높은 것의 가치는 높아졌다.
이런 변화에 따라 정치적 집단지성은 권력체제를 변화시킬 수 있는 특징을 가진다. 정치의 근본적인 목적은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조 교수는 “공동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집단지성을 잘 활용한다면 정치적 집단지성이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과거에는 정치인과의 소통이 부족하고 문제를 파악하는 데 필요한 지식이 부족했지만 지금은 정치적 지식을 접할 수 있는 수단이 많다”고 설명했다. 또 정보의 독점에서 정보가 분산되고 개방됨에 따라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정치는 우리가 큰 관심을 가지는 분야이며 집단지성을 통해 우리는 직접적인 정치적 지식생산의 주체가 된다. 때문에 다른 분야보다 정치 분야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 교수는 “사실 집단지성의 정치적인 영향력은 사회·문화·경제 분야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라며 “아직은 권력체제를 변화시킬 가능성을 제시하는 시작 단계”라고 설명했다.

‘통보’가 아닌 ‘소통’하는 집단지성
집단지성이 발현된 SNS는 △데이터를 쉽게 수집할 수 있다는 점 △대상을 함께 생각한다는 점 △정보의 휘발성이 높다는 점 등의 특징이 있다.

SNS를 통해 개인은 의견을 표출할 수 있고 특정 시스템에 의해 표출된 의견을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다. SNS에서 한 개인은 어떤 현상에 대해 타인과의 소통을 통해서 결론에 도달하기도 하고 단순히 개인적 의견을 표출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한 상품을 구입한 사람들이 페이스북과 같은 공개적인 개인공간에 상품에 대한 의견을 작성했다. 작성된 의견에 상품명이라는 키워드가 설정되고 그 키워드가 포함돼있는 모든 내용을 특정 시스템으로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다. 여기서 수집된 데이터들이 상품에 대한 집단지성이다. 윤 교수는 “이렇게 개인의 공간에서 표출된 것들을 하나로 모아 해당 정보들이 대상에 대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SNS에서 발현되는 집단지성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윤 교수는 “사람들은 의사결정을 할 때 자신의 의견을 끊임없이 표현하면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며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더라도 이 과정은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한편 SNS에서의 집단지성은 휘발성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정보가 등장한지 얼마 되지 않아 금방 사라지게 된다. 윤 교수는 “SNS에 올라오는 정보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면 안된다”며 “유명인이 악플이나 루머로 자살하는 것이 이런 SNS의 특징을 간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SNS가 가지는 특수성을 이해하고 이에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전했다.

집단지성은 반드시 기획된 것이어야 한다. 목표한 기준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는 집단지성이 발현되지 못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윤 교수는 “집단지성을 평가하는 데 ‘목표를 성취했는가’가 중요한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상품후기 업로드’가 목표인 상품판매 사이트에서 소비자가 상품후기를 남길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축했을 때 상품후기가 업로드되면 집단지성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고 업로드되지 않으면 집단지성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간혹 집단지성과 ‘집단사고’는 혼동되기도 한다. 집단사고는 쉽게 말해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정보’를 말한다. 예를 들어 한 조직에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여러 사람이 모였다. 이 조직의 목표는 ‘최선의 해결책’을 구상해내는 것이다. 그러나 △오프라인일 때 △서로 안면이 있을 때 △서로 존중하는 상대일 때, 그렇지 않을 때 보다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거나 조직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맞춰 동조하는 현상을 보인다. 결국 ‘차선의 해결책’으로 결론을 정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집단지성이라고 볼 수 없다.

윤 교수는 “어떤 조직에서의 대화가 집단사고로 발전될지 집단지성으로 발전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며 “온라인에서의 대화는 집단사고의 위험성이 비교적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집단지성의 발현 가능성을 높이고자 한다면 목표, 즉 ‘최선의 해결책’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도서 「집단지성의 정치경제」, 「Dialogue: 소셜미디어와 집단지성」
일러스트 출처: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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