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힘으로 이뤄내는 전혀 다른 세계와의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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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명지 기자
  • 승인 2011.03.21
  • 호수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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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외교관으로서 첫 발을 내딛다

정식 외교관들이 미처 다루지 못하는 일상생활 속 외국인들과의 크고 작은 소통의 기회가 증가하며 ‘민간 외교관’의 개념이 등장했다. 그 중 대학생들의 역할은 새로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각종 외교 관련 단체들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대학생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민간 외교관으로서 대학생들의 역량을 살펴보고 현 시점을 진단해 볼 필요가 생긴 것이다.

대학생 외교관, 우리를 아시나요

“세종대왕이 어떤 분인지 외국인들에게 설명하실 수 있나요?” 박기태<반크> 단장의 날카로운 질문은 대학생들의 각성을 불러일으킬 만 했다. 한국인이면서도 우리에게 충분히 익숙한 위인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박 단장은 “조선시대 최하계층인 노비와 그 남편에게까지 긴 휴가를 주며 그들의 인권 보호에 앞장섰던 분”이라며 인권 선두주자로서의 세종대왕의 면모에 대해 설명했다. 박 단장은 “세계인들이 한국의 어떤 점을 매력적으로 여길지, 한국의 컨텐츠 중 세계인들의 정서에 맞을만한 것은 무엇인지, 스토리텔링과 콘텐츠 사용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인권과 관련한 세종대왕의 이야기가 바로 외국인의 정서를 고려한 콘텐츠 설정의 예시다.

박 단장이 대학생 시절이던 1999년 대학 리포트 관련 사이트로 시작했던 반크는 2001년 간판을 달고 번듯한 모양을 갖춰 지금은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민간외교단체가 됐다. 최근 반크에서는 한국방문의해위원회와 함께 ‘글로벌 한국 문화관광 외교대사’를 모집했다. 반크에서도 대학생들의 외교적 역량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박 단장은 대학생 대상 기획의 동기에 대해 “외국으로 나가는 대학생들이 한국을 알리고 싶어 했지만 특정한 타이틀이나 지원도 없는 개인적인 홍보 활동은 한계가 있었다”며 “대학생들에게 체계적인 사전교육과 다양한 한국 홍보 자료를 제공할 필요가 있었다”고 전했다. 반크에서는 해외봉사단, 교환학생 등 뚜렷한 목적을 가진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발해 철저한 사전교육을 실시했다. 이렇게 시작된 글로벌 한국 문화관광 외교대사는 한 달 동안 1천 명 이상이 지원하는 등 선풍적인 호응을 얻었다.

해외로 나가는 것만이 외교는 아니다. 강남구자원봉사센터에서 추진하는 대학생외교사절단 활동은 대학생들의 국내 외교활동을 돕고 있다. 대학생들과 주한외교관들을 1대 1로 매칭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알리는 활동이 그 중 하나다. 기획을 추진한 백은경<강남구자원봉사센터> 사회복지사는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외교관들과 함께 관광, 쇼핑 등을 하고 함께 식사를 하며 친목을 다지는 전반적인 활동”이라며 대학생외교사절단의 역할을 소개했다. 대사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백 사회복지사는 낯선 한국에 와 소통의 어려움을 겪는 대사들을 많이 만났다. 외교관들의 한국생활을 돕고 학생들에게 외교관들과의 만남을 주선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대학생외교사절단의 활동은 학생들은 물론 외교관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으며 지속되고 있다.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멘토 대학생들과 그들의 멘티인 외교관들의 인연은 어려울 때 더 크게 빛을 발했다. 고영훈<법대ㆍ법학과 04> 군은 대학생외교사절단 2기 단장으로서 주한 파키스탄 사지드 하이더 참사관과 인연을 맺었다. 이 인연을 통해 고 군은 파키스탄에 대해 새로운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전했다. 2010년 파키스탄에서 큰 홍수가 발생했을 때 고 군이 ‘진다박’ 바자회를 개최하게 된 동기가 되기도 했다. 고 군은 “자원봉사라는 취지를 살려 모금활동을 추진했고 수익금을 파키스탄의 NGO에 전했다”며 “이런 활동들은 모두 사지드 참사관과의 관계에 대한 노력과 신뢰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려움을 딛고 한 발짝 더

계몽적 의미에서의 외교 활동은 과거와 달리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김성주<성균관대ㆍ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민간 외교는 외교가 계몽적 차원에서 국익, 협력을 위한 차원으로 옮겨지는 와중에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대학생들도 다양한 민간 외교 활동에 기여하게 됐다. 그러나 아직 만족할만한 수준에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 김 교수는 “민간 외교가 아직 크게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기 때문에 대학생들의 활동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김 교수의 말에 따르면 대학 내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활동은 아직까지는 몇몇의 교수가 학생들과 동행 해 해외 봉사활동을 하는 수준에 머무른다. 한국국제협력단 KOICA를 통해 동남아시아 등지를 다녀오는 등 학내 활동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대다수의 학생들이 참여할 만큼 활성화 돼있진 못하며 국가적 지원 또한 부족하다는 평이다.

이에 따라 학생들의 외교활동이 주로 대학 외부 단체를 통해 행해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 대학생들의 외부 활동 속에서 생기는 오류도 많다. 백 사회복지사는 “지원한 학생들이 시간을 잘 맞추지 않는다거나 약속 시간에 임박해서 취소하는 경우가 있다”며 “심한 경우 아무 말 없이 연락을 끊고 잠적해버리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또 백 사회복지사는 대학생들이 외교관과의 1대 1 매칭 활동 외의 단체 활동엔 소극적인 점을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박 단장 역시 감정에 치우친 외교활동에 대해 경계했다. 박 단장은 해외에서 독도를 ‘다케시마’라 표현한 교과서를 발견하고 분에 찬 학생이 그 자리에서 교과서를 찢어버렸던 사례를 언급하며 “대일관계의 경우 특히나 감정이 앞서는 경우가 많아 설득보다 과격한 행동이 앞서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철저한 사전교육을 통해 이런 착오를 최대한 줄이려한다는 게 박 단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대학생들의 외교활동은 어려움을 딛고 한 발짝 더 나아가는 단계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세계화 시대 젊은 지도자로서의 대학생의 역량에 입을 모아 긍정적으로 평한다. 특히 백 사회복지사는 “나이가 많은 어른들 또한 행사에 참가하길 원했는데 연륜으로 인한 자신만의 생각 때문에 새로운 가르침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는 면이 있다”며 “우리말, 우리문화를 더 잘 설명할 순 있어도 경직된 고정관념을 고집할 우려가 있다”며 그와 상반되는 대학생들의 특성을 높이 평가했다.

일러스트 심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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