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위한 장미 한 송이
영혼을 위한 장미 한 송이
  • 이순임 교목
  • 승인 2011.03.13
  • 호수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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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임<교목실> 교목
헤밍웨이와 함께 미국 소설을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은 윌리엄 포크너는 문장이 좋지 않다는 비평을 자주 받았다. 어떤 문장은 장장 4페이지에 걸쳐 이어졌으니, 그 구불구불한 미로를 찾아 헤매는 독자의 수고는 안중에도 없었던 모양이다.

고교 2년의 중퇴 학력은 별도로 치더라도 그가 과연 제대로 문법 지식을 갖고 있는지 논란이 되자, 그는 다음 작품의 마지막 한 페이지를 마침표로 가득 채워 넣었다. 짧은 문장을 원한다면 독자들이 마음껏 자신이 원하는 곳에 집어넣으면 된다는 것이었다. 

남과는 다른 스타일을 가져야만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누구나 자기만의 독특함을 지니고 있다. 현재 지구 인구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세계 인구시계를 보니 눈 깜짝할 사이에 일자리의 숫자는 계속해서 늘어가고 있다. 이렇게 지금까지 지구에 사는 69억5천…명의 사람들 가운데서 똑같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고, 과거에도 없었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자신의 지문, 자신의  DNA, 자신의 표정, 자신의 말하는 방식은 전례가 없으며 독특하다. 굳이 독특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이 이미 독특한 존재인 것이다.
자기 자신의 독특함을 구축하기 위해 별나게 애쓸 필요도 없지만, 남을 흉내 내는 짓 또한 그만두어야 한다. 유명 인사의 목소리나 몸짓 등을 흉내 냄으로써 인기를 끄는 개그맨들이 존재하지만, 우리가 진실로 추구해야 할 것은 ‘진정한 자기 자신 되기’이지, 누구를 흉내 내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똑같은 지식과 그만그만한 실력으로 무장한 ‘붕어빵들’이 아니다. 지구촌은 저마다 자신만의 빛깔과 향기를 가진 개성들이 어우러지는 꽃밭이 되어야 한다. 정치가나 학자, 건축가, 의사, 변호사도 필요하지만, 청소부나 수리공도 필요한 것이 세상이다. 자학이나 일삼는 청소부보다는 자기 일에 긍지를 느끼는 청소부가 세상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다.

우리는 다른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과 사랑에 빠져야 한다. 제리 워터스라는 작가는 말했다. “당신은 자기 자신과 결혼할 수 있는가? 자신이 아름답고 매력적이라고 믿고 있는가? 자신의 재능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가? 자기 자신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보람 있고 만족스런 일이라고 여기는가? 당신 스스로 자신의 진가를 인정하지 않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이 당신을 높이 평가하겠는가?”

자기 자신에게 한계를 긋는 것은 자기 자신뿐이다. 자신을 믿고 사랑할 수 없는 것은, 자기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의 고전이 된 <마음의 구조>라는 책 속에서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는 ‘지능은 평생을 통해 계발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당신의 뇌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훌륭하다!”고 말했다. 지능지수가 어떻게 되든 인간의 뇌는 어떠한 수퍼 컴퓨터보다도 융통성이 있고 다차원적이라는 것이다.

페르시아의 시인 루미는 “은전 두 닢이 생긴다면 그 중 하나로는 빵을 사고, 나머지 한 닢으로는 당신의 영혼을 위해 장미를 사라”고 했다.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 자신을 위해 장미 한 송이를 선뜻 살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졌다면, 당신의 인생은 풍요를 노래할 수밖에 다른 길이 없을 것이다. 아름다운 음악을 감상하면서 영혼을 고양시키고 안식을 즐기는 것은 일을 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외부 세계의 온갖 칭찬과 영예에도 가슴이 공허한 채로 남아 있다면 모두 무의미할 뿐이다. 당신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영혼에게 양식을 제공해야 한다.

인생의 최고 최상의 의무는 자신의 빛을 밝히는 것이다. 그것은 다른 누군가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하늘이 내려준 자신만의 독특함을 빛내는 일이다. 그것이 곧 세상을 밝히는 일이고, 그 일은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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