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동원해 대입경쟁률 조작
지인 동원해 대입경쟁률 조작
  • 장보람 기자, 유지수 기자
  • 승인 2011.03.12
  • 호수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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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 확인되지 않는 원서접수방식 악용
지난 1월 논란이 된 2011학년도 일부 대학 정시모집 지원율이 조작됐다는 소문이 사실로 판명났다.

일부 수험생들이 학과별로 1~2명의 소수인원만을 선발하는 기초생활수급자, 전문계고교출신자를 대상으로 하는 특별전형 경쟁률을 의도적으로 높여 다른 수험생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해 지원을 방해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들은 원서 지원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해 지원 대상이 되지 않거나 수능시험도 보지 않은 친구, 친ㆍ인척 등의 명의를 이용했다.

서울캠퍼스 입학처장 오차환<자연대ㆍ물리학과> 교수는 “2011학년도 입학생 성적 통계를 내기 위해 서류를 점검하던 중 수능 미 응시자, 허위 사진 등록자, 특별전형 조건 미 충족자가 다수 발견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우리학교뿐만 아니라 광운대, 연세대 등 10여개 대학에서 유사한 이상 징후가 포착돼 대교협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를 했으며 조사 끝에 조작 사실이 드러나게 됐다.

타 학생들의 지원을 방해했다는 업무방해 혐의로 10명의 학생이 불구속 입건됐다. 명의를 빌려준 23명은 단순가담으로 판단돼 대교협에서 학교에 통보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경쟁률 조작을 벌인 10명 가운데 3명이 실제로 지원한 대학에 합격해 학적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학교에서는 3명이 적발됐지만 1명만 입학했다. 정시 나군 전문계고교출신자 특별전형에 합격한 1명은 간호학과에 재학 중이며 정시 나군 기회균형선발 특별전형에서 합격한 2명은 입학등록을 하지 않았다.

엉터리 경쟁률이 뒤늦게 발견된 것은 원서 지원 방식 때문이다. 우리학교 전문계고교출신자 특별전형의 경우 학교장 추천서가 필요하다. 입학사정관 전형인 기회균형선발 특별전형의 경우엔 자격요건에 따라 기초생활보장수급자 확인서,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학업계획서, 건강보험증 사본 등의 다양한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이 관련 서류는 온라인 원서 접수 이후에 우편으로 제출하기 때문에 허위 지원이 뒤늦게 발견될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실명인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이었다. 온라인 원서 접수 시 확인절차가 없어 사진란에 연예인 사진을 제출하거나 수험번호란에 자릿수만 맞게 숫자를 입력해 허위 접수를 했다.

오 교수는 “본인 확인 절차의 필요성을 느꼈다”며 “앞으로 공인인증서나 SMS인증으로 본인확인을 거쳐 수능 수험번호나 주민등록번호를 조작해 지원하는 일을 막아야 할 것”을 주장했다. 이어 “온라인으로 원서 접수 시 교육과정평가원 데이터로 수능응시자나 수능최저등급 만족과 같은 지원 자격을 충족하는지 바로 조회해 지원 가능 여부를 알려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학교뿐만 아니라 원서 접수 대행업체와 교육과정평가원이 함께 협력해야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조차 완벽한 대비책은 아니다.

오 교수는 △교육과정평가원에서 원서와 실시간 자료를 제공받을 경우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성 △본인확인절차 추가시 학생들이 느낄 번거로움을 지적했다. 또 “모든 지원 조건을 충족하는 학생이 다른 학교에 안정적으로 지원을 하고 친구를 돕기 위해 허위 지원해 경쟁률만 높인 뒤 입학 포기를 하는 수법을 계획한다면 이는 본인확인이나 수능 최저성적 확인으로도 거를 수 없는 한계”라며 “온라인 원서 접수 후 서류를 받기 때문에 빨리 확인하기 힘든 문제도 있어 지원 학생들의 양심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아직 해당 학생들에 대한 혐의가 확정 판결이 나지 않았고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학칙으로 제재를 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 교수는 “혐의가 인정돼 유죄 판결이 날 경우 위원회를 열어 해당 학생의 입학을 취소시키고 등록금을 환불하는 등 엄단의 조취를 취할 것”이라며 “이후 이 전형에 대해서 실시간 지원율을 공개하지 않거나 해당 전형을 폐지하는 것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기<공대ㆍ신소재공학부 05> 군은 “입학이 얼마나 절실했는지가 느껴져 안타까웠다”면서도 “앞으로 원서 접수 때 확실히 실명확인이 되도록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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