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근본을 파헤치는 범죄심리학
범죄의 근본을 파헤치는 범죄심리학
  • 주상호 기자
  • 승인 2010.11.20
  • 호수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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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과정 속 범죄 심리의 원인을 찾다

지난 달 서울 강동구 강일동 야산. 백골 시신이 발견됐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강동경찰서 모 경위는 시신을 살펴보던 중 기이한 것을 발견했다. 모든 신체부위가 부패해 뼈만 남은 시신에서 유독 두 손은 썩지 않고 미라 상태로 온전히 보존돼 있었던 것.

경찰은 즉시 양손에서 지문을 채취해 분석에 나섰고 유골 주인공이 5년 전 가출 신고된 김모씨(49)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은 용의자로 김모씨와 동거했던 심모씨(42)로 보고 수사를 벌여 범행을 자백 받았다.

사람들은 위와 같은 살인 범죄를 교통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는 경우보다 심각한 범죄행위로 보고 두려워한다. 통계적으로 살인 범죄의 빈도가 교통사고의 빈도보다 낮음에도 사람들이 살인 범죄를 더 두려워하는 이유는 생명을 앗아가는 것에 대한 위협뿐만 아니라 이후 초래되는 피해가 더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살인 범죄의 특성을 분석하며 원인을 설명해 주는 이론을 규명하는 것은 살인 범죄의 심각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물론이고 범죄원인론의 유형화라는 관점에서도 가치 있는 일이다.

살인 범죄 뿐만 아니라 이외 범죄의 원인을 찾아봄으로써 범죄자의 범죄를 예방하는 방법을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범죄자가 ‘왜’ 죄을 저지르는지 심리학적 방법을 통해 원인을 밝혀보자.

▲ 지난 달 16일 일어난 살인 사건

현재 범죄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에 있어 대체로 범죄자의 정신을 중심으로 범죄의 원인을 규명하고 있다. 범죄의 원인을 규명하는 방법에는 크게 인간의 인격 특성의 차이에서 범인의 특성을 찾으려는 인성이론, 범죄자의 인지발달 정도에 따라 범죄자를 밝히고자 하는 인지발달이론, 범죄를 범죄자의 과거 학습경험의 자연적인 발전으로 파악하는 학습 및 행동이론이다.

우선 인성이론에 대해 알아보자. 인성이론은 범죄자의 인성적 특징과 범죄성의 관계를 고려해 범죄자의 인성을 교정하거나 치료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지난 달 16일 벌어진 살인사건을 살펴보자. 게임 중독에 빠진 중학생 철수(가명)는 자신의 어머니를 숨지게 한 후 본인 스스로도 목숨을 끊었다. 사건 담당자에 따르면 문제는 게임중독이었다. 게임 중독에 빠진 철수는 평소 게임으로 자주 다투다 감정에 못 이겨 일을 저지르고 만 것이다. 철수는 인성이론에서 지적하는 문제들을 겪었다. 가족과 감정적 갈등을 빚었고 충동의 측면에서 인성의 일탈을 보였다.

천장환<동서대ㆍ경찰행정학과> 교수의 저서 「범죄학」에 의하면 철수의 문제는 아동기 때부터 시작된다. 철수는 아동기 때 형성된 인성적 특징으로 본인의 전반적인 행위가 결정 돼 살인이라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 인지발달이론의 예

범죄의 원인을 밝히는 방법 중 다른 하나로 인지발달이론이 있다. 이윤호<동국대ㆍ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람은 사회세계의 가치와 규범을 획득해 내재화하는데 그 정도에 따라 범죄행위가 결정된다”며 “일상생활에서 규제와 규범을 내재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수록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사고를 조직화하는 과정으로 인지발달이론의 대표학자 제인 피아제는 인지발달의 단계를 크게 세 단계로 나눈다. 관습 이전, 관습, 관습 이후의 세 단계로 나누는데 그에 의하면 사람들은 대개 10살에서 13살 사이에 관습 이전의 추론에서 관습적 추론으로 옮겨가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지발달이론을 통해 철수의 모습을 관찰하면 아직 관습적 추론의 상태로 넘어가지 못한 단계이며 그 상태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논문 「인지발달이론의 보편주의 명제에 대한 고찰」에 따르면 인지발달이론은 개인의 판단력을 강조한다. 사회규제를 내재화시킬 때 개인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 행동 및 학습이론의 예
행동 및 학습이론 또한 범죄의 원인을 밝히는 방법 중 큰 비중을 차지한다. 행동이론에서는 초기 아동기에 형성된 인성에 의해 범죄가 일어난다는 인성이론과 달리 일상생활 중에 가담하게 되는 실제 행위를 중시한다. 주변에서 관찰한 것을 통해 행위 규제의 허용치가 변용되는 것이다. 범죄행위도 생활상황에 대한 학습된 반응인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자신이 학습한 모든 행위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아니며 단지 그것을 실행할 자극이나 동기가 있을 때에만 행동으로 옮기게 되는 것이다.

행동 및 학습 이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다음의 요소가 폭력과 공격성을 유발하는 데 일조한다고 전한다. 우선 육체적 폭력이나 거친 언어 사용을 통해 다른 사람을 화나게 하거나 자극시키는 사건, 공격성을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신념, 현 상황에서 공격성이 적당하다고 보는 신념 등이 그것이다.

이 외에도 범죄의 원인을 추적하는데 있어 심리학적 원인뿐만 아니라 사회적, 생물학적 측면 등 다양한 원인이 존재한다. 강도, 도박 등의 범죄 유형에 따라 그 원인이 다르게 작용할 수 있고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할 수 있다.

실제 미국 시민의 64%가 범죄에 대한 공포 때문에 외출을 삼가며 5명 중 1명은 야간 외출시 호신장비를 지니고 다닌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이렇듯 천 교수는 저서를 통해 “지역사회의 범죄가 증가하는 현 시점, 공포로 인한 경제적 비용의 부담, 권리의 침해 등을 볼 때 범죄의 원인을 파악해 뿌리를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일러스트 김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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