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를 스스로 가두지 마세요
한양대를 스스로 가두지 마세요
  • 김규범 편집국장
  • 승인 2010.10.30
  • 호수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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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논란이 된 언정대 정보사회학과 동영상 사건은 의외의 또 다른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해당 동영상 관련자들을 비판하는 수많은 글들이 게시됐고 그 중 일부 서울캠퍼스 학생들은 ‘안산캠이라고 밝히지 않아서 괜히 우리까지 욕먹는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ERICA캠퍼스 학생들도 서울캠퍼스 학생들을 비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캠퍼스 분쟁’입니다.

물론 무턱대고 ERICA캠퍼스를 비하한 학생의 의견이 모든 서울캠퍼스 학생들의 의견은 아니며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모든 학생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양 캠퍼스간의 화합은 절대 이뤄질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분쟁거리가 발생할 때마다 벌어지는 양상은 우리가 과연 한 학교 학생인가 라는 의문을 표할 정도로 심각합니다. 때론 타교생들과의 분쟁보다 훨씬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곤 합니다. 우리의 얇디얇은 소속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분쟁이 있을 때마다 등장하는 결론은 ‘이럴 바엔 차라리 두 학교로 나누자’입니다. 소모적인 논쟁을 그치고 어서 앞으로 나아가자는 나름 타당성 있는 의견이지만 동시에 우리학교의 양 캠퍼스 시스템 자체를 부정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서울캠퍼스 학생 여러분, 대학교를 설립하는데 드는 비용과 시간 그리고 인력을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대학의 1년 예산은 웬만한 중견기업정도 수준입니다. 하물며 새롭게 학교를 설립한다면 그 비용은 어떻겠습니까. 그렇게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세운 게 ERICA캠퍼스입니다. 더군다나 당시 ERICA캠퍼스가 설립된 때는 지금처럼 대학의 규모가 거대화 된 시기도 아니었습니다. 그런 시기에 굳이 학교를 설립했다는 건 분명 한양대에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ERICA캠퍼스 학생 여러분, 이제 그만 서울캠퍼스에 대한 부채의식이나 소외감은 버리셔야 합니다. ERICA캠퍼스도 독자적인 특성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미 여러 기업 연구소들이 입주한 상태고 그 분야와 수는 점점 확대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신설되는 약학대학은 ERICA캠퍼스의 미래를 더 빛내주고 있습니다. 더 이상 서울캠퍼스에 부가적인 학교가 아닌 한양대라는 위상에 걸맞은 대단한 학교로 자리 잡았습니다.

사실 학생들은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잠시 망각할 때 이런 분쟁이 발생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변화해야할 것은 학교의 정책입니다. 특성화 시킬 분야는 과감히 독립시키고 협력해야 할 분야는 통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야 합니다. 들판의 눈으로는 동산을 제대로 볼 수 없으며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와 더불어 양 캠퍼스 간 교류 사업을 활발히 해야 합니다. 학생들이 분리된 이질감보다 통합된 공동체의식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지난해 한양100주년과 ERICA캠퍼스 30주년을 기념해 행사가 열렸던 적이 있습니다. 양 캠퍼스의 화합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학교의 잘못된 행정으로 오히려 불화만 일으키고 말았습니다.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고 통합의 기회를 계속 만들어야 합니다.

양 캠퍼스의 총학생회도 나서야 합니다. 최근 몇 년간 양 캠퍼스 총학생회가 함께 진행한 사업은 하나도 없습니다. 심지어 공동으로 대응해야할 등록금 문제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서로 합의하기보다는 독립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두 총학생회가 작은 사업이라도 공동 진행한다면 양 캠퍼스 통합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한양대가 동산, 벌판에 양분 돼 갇혀있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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