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가 지긋지긋한 이 땅의 대학생들에게
외국어가 지긋지긋한 이 땅의 대학생들에게
  • 우지은 기자
  • 승인 2010.09.18
  • 호수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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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 국어 구사 능력으로 세계를 한국홀릭으로 만든 선현우


시작은 누구나 똑같다
고등학교 1학년의 선현우 군에게 파란 눈의 외국인이 다가간다. “good afternoon!" "?....."기초적인 문장에도 당황해 하는 스스로에게 화가 났던 그는 이때부터 본격적인 영어 공부를 시작한다. 그렇게 2년을 영어에 집중하다 보니 우연히 영어경시대회 출전기회를 얻게 됐다. “그 대회가 알고 보니 교육부 장관 배 전국대회였어요. 광주대표로 참가 했는데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 별로 점수가 배분돼 있어 모든 파트마다 골고루 우수한 성적을 거둬야 했죠. 참가한 학생들 대부분이 나머지 세 파트는 잘 하는 반면 영어로 말하는 것에는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더라고요. 저는 2년 동안 말하기 능력을 키우는 데 공을 들여왔기 때문에 1등을 할 수 있었어요.” 해외파를 제외한 대회여서 가능했던 결과라고 겸손히 말하는 그에게 이때부터 영어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고 결국 영어특기생으로 대학에 입학한다.

일본어도 마찬가지였다. “25살에 난생 처음 일본여행을 떠났는데 일행들은 모두 일본어가 유창한 상태였어요. 혼자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 너무 억울한 나머지 한국에 오자마자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죠.”
여태껏 별다른 과외 없이 ‘무사히’ 의무교육 과정을 이수한 평범한 토종들이라면 외국인 앞에서 작아지는 자신을 자주 발견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평범했던' 그와 '평범한' 우리의 다른 점은 뭘까. 무엇이 차이를 만들었을까.

"저는 일단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상상해서 쭉 적어 놓아요. 대부분의 학생들이 투자하는 시간에 비해 영어 실력이 늘지 않는 이유가 수십 종의 유명 영어책은 죄다 사서 열심히 보고, 풀고, 읽지만 결국 자신과는 상관없는 엉뚱한 상황의 예문을 읽고 해석하고 넘어가기 때문이에요. 훗날 자신이 이 표현을 써먹을 상황이 분명히 발생할 거라는 동기가 없다보니 외워야겠다는 집념이 없어지죠." 그가 꼽는 첫 번째 비결이다.

“영어공부를 가장 열심히 할 당시인 고등학교 땐 ‘아.. 이 말을 어떻게 하지?’ 라는 고민을 하루에도 수백번씩 하곤 했어요. 그렇게 1년 반 정도를 연습하고 나니 평상시 하고 싶은 말은 이미 다 해봤고 실제 그 표현이 다른 사람들을 통해 사용되는 것도 들어본 상태가 됐어요.”

그는 또한 한국 사람들이 외국인과의 의사소통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외국어 공부에는 환경이 중요하다며 값비싼 해외연수는 준비하면서 정작 언어교환사이트나 외국인들과의 파티 같은 기회를 겁내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장기적으로 내다봤을 때 큰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영어 학습 시 말하기에 이어 어려움을 많이 겪는 듣기 학습에 대해서는 무작정 영어를 듣는 시간이 길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제 주변에 소위 ‘귀가 좋은’분들이 있어요. 이는 생물학적으로 청력이 좋다는 뜻이 아니라 듣고 흉내를 잘 낸다는 뜻이에요. 직접 우리의 목청을 울려가며 발음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어떤 원리로 저 소리가 발성되는지 몰라 알아듣지 못하는 거예요. 결국 듣기는 얼마나 잘 따라할 수 있는가가 결정하는 거죠.”


갖고 있는 능력은 나눠 쓰는 삶
그는 개인적인 외국어 습득에 만족하지 않았다. 꾸준히 이용 해오던 미디어들을 통해 본격적인 한국 알리기에 나선 것. 그는 현재 ‘선현우의 외국어 공부 이야기’ 블로그 말고도 한국어 교육 사이트인 TalkToMeInKorean’과 외국어 컨텐츠 스토어인 ‘기발한 공부가게’, 참여형 외국어 학습 팟캐스트 ‘랭귀지 캐스트’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을 알리는 데 있어 최대한 대중적인 취향으로 다가가기 위해 노력해요. 객관적으로 봤을 땐 안타깝지만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의 영토분쟁과 같은 일들은 그다지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거든요. 가벼운 관점으로 우리에 대한 호기심을 관심으로 지속시키는 것부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당시 그는 자신의 능력,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과 촬영 장비 등 주변 상황을 종합했을 때 세상의 어떤 부분에 작게나마 이바지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한다. “신기하게도 팟 캐스트와 웹사이트 운영능력을 지녔을 때쯤 팟캐스트가 한국어로도 운영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여기에 어학병 시절 야전 교과서를 제작한 경험과 어학 교재 편집 지식을 밑천 삼아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거죠."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니 구독자들과 친해지게 됐고 이들을 더 도울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하다 지금의 ‘기발한 공부가게’도 탄생하게 됐다. 애당초 치밀하게 계획된 부분은 없었다. “저 같은 경우는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이 편리한 매체들을 상대적으로 일찍 이용해온 점이 좋은 요건으로 작용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선 주변을 둘러보고 자신의 상황을 이용해 어떤 곳에 필요한 사람이 될지 고민하는 의식이 요즘의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드네요.”

대외적인 한국(어)홍보 활동 뿐 아니라 자신이 배운 것을 나누는 것에 큰 보람을 느끼는 선현우 씨. 실제 그는 매달 무료세미나를 열며 해외를 발판으로 삼고 싶은 청년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올 초에는 한 대학생 창업 멘토 프로그램의 우수 멘토로 선정되기도 했다.


청춘에게 전하는 진실한 메시지
대외활동에서의 경쟁력을 쌓기 위해 소수어를 배우려는 청년들에 대해 그는 소수어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영어는 더 잘 할 수 있을 거라 말한다. “지금은 블루오션이라 생각할지 몰라도 몇 년 안에 무의미해질 거라 확신해요. 상대적으로 참고할 자료도 부족한데 어중간하게 공부해서 경쟁력을 가질 수 없죠. 나라별로 교민도 많을뿐더러 몇 년을 아니 평생을 그 곳에서 살아온 그들보다 더 잘하기는 매우 힘들거든요. 본인이 훗날 유스호스텔을 경영할 게 아니라면 경쟁적인 이유로 소수어를 고르지 마세요. 영어 하나만이라도 확실히 하세요. 한 가지만 확실히 하면 얼마든지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언어를 해야겠다는 부담도 자연히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그는 비보잉 또한 외국어만큼 오랫동안 해오고 있다. 이 둘의 공통점이라면 숙련된 기술을 활용한다는 것. “한마디도 못하는 사람이 시간과 노력이 쌓이면 자연스레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듯 저는 손 안 짚고 물구나무서는데 꼬박 10개월, 백 덤블링에 10개월이 걸렸어요. 11년의 세월동안 벽 딛고 돌기도 가능할 정도로 숙련됐죠. 어떤 느낌인지 알고 수없이 해보는 것이 그 어떤 요령보다 중요한 과정이라 생각해요.” 숙련된 기술은 몸의 한 부분처럼 느껴지고 그 때부터는 본능에 가까워지게 된다는 얘기다.

“주위를 둘러 봐 본인이 가진 것을 찾으세요.  생각이 들면 바로 도전하고 행동으로 옮기세요. 보통 사람들이 백가지를 생각해서 한 가지를 실천한다면 저는 열 개를 시도하려고 노력하거든요. '랭귀지 캐스트'도 고향의 동생 침대에서 뒹굴다 생각이 꽂히자마자 바로 친구에게 전화해 2주 뒤에 실천으로 옮긴 사례죠. 한국어 방송도 비슷하고요. 시도해도 잃을게 없다면 도박이 아닌 이상 실행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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