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여, 날개를 펼쳐라
독수리여, 날개를 펼쳐라
  • 한양대학보
  • 승인 2010.09.13
  • 호수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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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임 <교목실> 교목
숲에 갔다가 독수리 새끼를 발견한 어느 농장 주인은, 그것을 자기가 키우는 병아리들과 함께 키웠다. 어느 날 농장 앞을 지나던 새 장수가 모이를 쪼고 있는 닭들 중 독수리 한 마리를 발견했다. 그는 농장 주인에게 독수리가 닭들과 함께 사는 이유를 물었다. “새끼 때부터 병아리들과 함께 키웠기 때문에, 저놈은 나는 법을 몰라요.”, “그래요? 하지만 저놈은 본래 독수리니까, 분명 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거예요.”
두 사내는 과연 그것이 가능한 일인지 시험해 보기로 했다. 새 장수는 독수리를 품에 안고 말했다. “너는 저 푸른 하늘을 날 수 있는 독수리란다. 힘차게 날아 보렴.”
하지만 독수리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독수리는 닭들이 모이를 쪼는 것을 보더니, 금세 그들 틈에 섞였다. 새 장수는 실망하지 않고, 독수리를 농장 지붕 위로 데리고 올라가 재촉했다. “넌 독수리야. 날개를 펼쳐서 날아 보아라!”
하지만 독수리는 겁을 먹고는, 모이를 쪼고 있는 다른 닭들에게로 얼른 뛰어내렸다.

세 번째 날, 그는 아침 일찍 독수리를 산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그는 새들의 왕을 높이 쳐들고 소리쳤다. “넌 독수리야! 어서 날개를 펼치고 날아 보아라!” 독수리는 농장 쪽으로 고개를 돌려 바라보더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래도 감히 날개를 펼칠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새 장수가 독수리를 안아들고는 태양을 향해 번쩍 쳐들자, 독수리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날개를 펼치고 새 장수의 손을 빠져나가 날기 시작했다.

자신이 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독수리는, 뚜렷한 계기가 주어지지 않는 한 비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독수리가 독수리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독수리로서의 자기 능력을 자각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 눈을 감음으로써 우리 안의 독수리가 잠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평범한 농촌 학교인 익산고교는 2004년도 수능 시험에서 전북지역 인문계와 예체능계 최고 득점자를 배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뿐만 아니라 330점 이상의 고득점자가 16명이라는 기절할 만한 성적을 냈다.

익산 시내에서 15㎞쯤 떨어진 이 학교는 인근 지역 학생만으로는 정원을 채울 수 없어 전주와 군산, 익산 시내 고교 입시에서 떨어진 학생들까지 받아야 했던 만년 ‘하위권 학교’였다. 이 학교는 우수학생 30명으로 ‘영재학급’을 만들고, 전원 새로 지은 기숙사에 입주키고 1개월간 호주 어학연수도 보냈다. 영재반 학생들은 방과 후 오후 9시까지 심화 수업을 받은 뒤 자정까지 자율학습을 했다. 교사들은 서울의 일류 학원에서 쓰는 교재와 문제집을 연구했고, 밤 12시까지 남아 학생과 1대1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었다. 영재학급 학생들이 처음부터 영재는 아니었다. 장학금을 내걸고 우수 학생들을 유치하려 했지만, ‘검증이 되지 않은 시골 학교’라고 기피를 하는 바람에 ‘영재’라고 할 수 없는 학생들을 뽑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아이들이 안팎의 격려와 성원에 힘입어 놀랄 만한 성적을 기록한 것이다.

누구나 독수리로서의 긍지를 가질 만한 능력과 재능을 가지고 있다. 우리 안의 독수리를 깨우고 창공을 향해 힘찬 날갯짓을 해야 한다. 예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희는 나보다 더 큰 일도 할 수 있다.” 그러니 독수리들이여, 날개를 활짝 펼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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