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도서관에서 당당함을 드립니다
당당도서관에서 당당함을 드립니다
  • 심소연 기자
  • 승인 2010.08.28
  • 호수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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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당신과 당신의 도서관」 곽인근 작가와 청년들의 당당함을 논하다


「당신과 당신의 도서관」(이하 「당당도서관」)은 현재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연재중인 웹툰이다. 홍대 공동작업실에서 곽작가의 손에 의해 그려지는 「당당도서관」은 특유의 스타일을 담고 있다. 부드러운 파스텔 톤 배경으로 전해지는 감정들과 가슴을 찌르는 듯한 대사들은 인터넷 창을 닫고도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는다.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곽 작가의 웹툰과 그의 이야기를 들여다보자.

만화작가를 향한 달리기
곽 작가는 어렸을 적부터 만화가가 꿈이었다. 빈 칸 속에 채워지는 그림들과 새로운 세상들은 그를 만화가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그림을 그리면서 제일 기뻤던 건 친구들이 ‘다음 편도 빨리 그려봐’라고 재촉했던 거에요. 그 말에 힘입어서 더 열심히 그렸던 것 같아요” 만화가가 되기 전 나간 동창회에서는 친구들이 ‘어! 만화가!’라고 외친 말에 기분이 좋았다고 한다. 이후 곽 작가는 프로작가들의 세계 속에서 딜레마에 빠지기도 했지만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헤쳐나온다.
홈페이지를 운영한지 3년째인 2008년과 그 이듬해. 곽 작가는 애니메이션 「제불찰씨이야기」와 「로망은 없다」 제작에 참여하게 된다. 하루 종일 애니메이션 작업에만 매달렸던 곽 작가는 신동헌 애니어워드에서 「제불찰씨이야기」로 대상을 받는다.
애니메이션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곽 작가는 1년 동안 휴식기간을 갖기로 한다. 그동안 만화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기로 결심한 그는 도서관을 다니며 시나리오를 짜는데 열중하게 된다. 시나리오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은행에 저금을 하는 것 같았지만 막연히 계속되는 시나리오 작업은 그를 힘들게 했다.
“끝이 안 보인다는 게 힘들었어요. 골인지점이 안 보이는데 마냥 달리고만 있는 느낌이었죠.” 그렇게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도서관에서의 생활은 「다음」)에서 주관하는 게릴라 공모전 참가로 전환점을 맞게 된다.

반짝반짝 첫 걸음
공모전 마감까지는 15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 곽 작가는 애니메이션 감독을 하며 배운 것들을 토대로 공모전의 기준인 장편시나리오와 웹툰 3화 분량을 완성해 제출한다. 기대하던 발표 날에 곽 작가의 작품은 당당히 당선작에 오르고 그는 「다음」 웹툰 작가로서 활동하게 된다. 이 작품이 그의 처녀작 「반짝반짝 컬링부」(이하 「컬링부」)다.
「컬링부」는 고등학교 컬링부를 담당하게 된 계약직 윤리교사와 부원 학생들이 컬링경기를 통해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다. 공모전 당시 곧 있을 동계올림픽의 비인기종목인 컬링을 선정하게 된 곽 작가지만 초기에는 컬링 문외한이어서 청소하는 것으로만 알았다고 한다. 백지상태에서 시작된 컬링부의 이야기였지만 나중에는 컬링연맹에서 초청을 받을 정도로 좋은 작품으로 성장하게 된다.
다양한 캐릭터들로 빛을 내는 「컬링부」에서는 학생들을 이끄는 계약직 교사가 유독 눈에 띈다. 흔치 않은 소재인 계약직과 윤리과목의 선정을 묻자 동생을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동생이 기간제 도덕교사에요. 밤늦게까지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때와 현재 기간제 교사를 하면서 느꼈다는 것을 시나리오로 썼죠. 정보를 얻을 때도 동생이다 보니까 딱딱한 분위기 보다는 술자리에서 얘기를 들었어요. 임용고시하면서 어려웠던 일과 기간제 교사하면서 느꼈던 것, 바라던 것 등을 묻고 들었죠.”
곽 작가의 동생은 기간제 교사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현실에 대해 답답함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 그런 동생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던 그의 바람은 「컬링부」를 통해 조금이나마 전해진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컬링부」를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말을 정확하게 이해해주는 팬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 맡아보는 주 2회 웹툰이었기에 건강상에 무리도 많이 왔다고 한다.
“제가 가장 안 좋은 버릇이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일을 해요. 그래서 이틀에 한번 씩 야간작업을 했어요. 야간작업은 오늘 낮부터 그 다음날 낮까지 계속 작업을 하는 거예요. 그러니깐 36시간 연속으로 작업을 하는 거죠. 그렇게 하다 보니깐 건강관리가 소홀해지고 병이 생기더라고요. 병원에 가서 진단해보니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했죠.”
하지만 이를 극복한 그는 마침내 지난 4월 26화를 마지막으로 「컬링부」를 완성하게 된다. 그리고 요즘 그는 「당당도서관」을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고난의 경험을 작품으로
「당당도서관」은 임용고시를 3번 떨어진 이용덕이 4번째 도전을 하면서 여러 인물들을 만나고 성장하는 모습을 다룬 웹툰이다. 청년실업률이 높은 현실을 소재로 다룬 만큼 독자에게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그 중에서도 우유부단하지만 꾸준히 고시를 준비하는 주인공 이용덕의 모습을 ‘내 모습 같다’며 공감하는 독자가 많다. 주인공 이용덕은 곽 작가 자신을 모델로 한 것이라고 한다.
“이용덕은 집과 도서관을 오가면서 시나리오를 쓰던 시절의 저를 반영한거에요. 대학은 졸업했는데 번듯한 직장을 얻지 못하고 돈도 벌어오지 못했던 제 모습이요. 집에 있을 때는 부모님의 시선이 느껴지고 친구들과 만나면 저 혼자만 겉도는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도서관을 다니면서 느끼고 생각했던 것과 짧지만 제가 실제로 겪었던 청년실업을 메시지로 남기고 싶었어요.”
「당당도서관」을 보다보면 가슴을 콕콕 찌르는 대사가 눈에 띈다. 자신을 고시생이라고 무시하는 동창에게 ‘백수는 사람도 아니냐?’라고 외치는 용덕의 말. 고시준비로 힘듦을 토로하는 취업준비생들에게 ‘당신들 발목, 누가 잡았는데?’라고 따끔한 말을 날려주는 여주인공. 그 외 독자들에게 공감과 아픔을 함께 느끼게 해주는 대사들 중에는 곽 작가가 실제로 들었던 말도 있다고 한다.
“친구가 저한테 ‘너 너무 이상이 높은거 아니야?’라고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막연하게 시나리오 쓴답시고 직장도 안 구하고 도서관 다니는 모습이 안타까웠나봐요. 막상 들었을 때는 기분이 나빴는데 집으로 혼자 돌아가는 길에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 느꼈죠. ‘나를 배려해주고 있구나’하구요. 지금도 그 친구하고는 베프에요.”
모두의 도서관을 뜻하는 당신과 당신의 도서관을 줄이면 당당도서관이 된다. 제목에서 암시하고 있듯 ‘당당해져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는 곽 작가.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들여다보자.

청년들이여 당당해져라
“살아가는 데는 당당함이 필요한 것 같아요. 돈을 벌어서 당당하다 이런 게 아니고 인간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당당한거요. 도서관 다닐 때의 저는 그렇지 못해서 친구들 모임에도 못 나갔어요. 친구라서 편하기는 하지만 나중에 하는 얘기는 결국 일, 보험, 차 이런 거거든요. 그러면 저는 해당사항이 없어서 꿔다 논 보리자루가 되고 마는 거죠”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움츠러들기만 할 뿐 나아지는 건 없었다. 그런 그가 전환점을 가지게 된 것은 동생의 당당한 모습이었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힘든 상황에서도 할 말은 하는 동생의 모습이 인상에 남았다고 곽작가는 말했다.
“동생이지만 ‘야, 멋있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동생이 임용고시 준비하러 다니면서도 많이 당당했거든요. 친구들하고 잘 어울리고 막내라 그런지 집에서도 가족과 편하게 지내고. 마치 사회 생활하는 사람처럼 느껴졌었죠.”
이때의 경험을 되짚으며 곽 작가는 학생들에게 이 말을 하고 싶어 했다. 당당해지고 다양해지라고. 남들에게 휘둘리지 않는 당당함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결정하고 개척해나가는 다양함을 가지라고. ‘성공하라’가 아니다. 실패도 하나의 경험이 된다. 자기가 원하는 바대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이 지금 곽작가가 웹툰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리라.
“요즘 흔히들 청년실업이 높은 시대라고 하잖아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가지지 못하고 예전의 저처럼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겠죠. 하지만 그 사람들이 직장을 가지지 못 했다고 해서 당당해지지 못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공부하고 있는 현실도 도전하고 있는 중인 거잖아요. 제자리에서 걷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아직 결과가 나온 건 아니니까요.”      

심소연 기자  nadahaha18@hanyang.ac.kr
사진 류민하 기자
일러스트 주소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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