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학스포츠, “잘해도 몰라주는 현실”
위기의 대학스포츠, “잘해도 몰라주는 현실”
  • 문종효 기자
  • 승인 2010.06.06
  • 호수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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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경기 응원문화 실종 … 관심도 덩달아 하락

과거 10여 년 전만 해도 대학 간의 스포츠 경기가 열리면 열띤 응원전이 벌어졌었다. 각 학교는 재학생을 동원해 경기장을 가득 채웠고 장외에서는 응원이 또다른 경쟁을 이루기도 했다. 대학경기에서 응원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학생들의 취미 다변화, 대학스포츠 관심 감소 등으로 인해 대학스포츠 응원문화가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쟁쟁한 대학끼리 경기를 벌여도 각 대학 관계자를 포함해 100여 명만이 경기장을 찾을 뿐이다. 김기태<체육부> 직원은 이에 관해 “매 경기마다 다르지만 대부분의 대학경기 관객 수가 100여 명에 머물고 있다”며 “아무리 관객이 많아도 200여 명을 넘지 못하는 것이 오늘날 대학스포츠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경기와 밀접히 관련되는 응원문화

스포츠에서 응원이 끼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관객들의 응원이 선수들의 심리에 영향을 끼쳐 경기의 승패를 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양대 농구단은 지난 3일 충주에서 열린 건국대와의 원정경기에서 건국대 학생들의 응원에 밀려 역전패를 당했다. 우리학교 농구부 주장 조재원<생체대ㆍ생활체육학과 07> 군은 “건국대 충주캠퍼스 원정경기였는데 상대팀의 응원이 거셌다”며 “우리학교 선수들이 상대팀의 응원에 심리적으로 부담을 느껴 패배의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또 “매 경기마다 응원단의 응원은 경기에 큰 영향을 끼친다”며 “우리팀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높으면 마음이 안정돼 경기를 풀어나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해, 응원이 승패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밝혔다.

응원문화는 대학스포츠 경기의 활성화를 가져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응원문화 그 자체를 즐기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관객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응원문화가 잘 정착된 대학의 경우 타 대학에 비해 일반적으로 응원객 수가 많다. 연세대학교 응원단 ‘아카라카’의 안영균<연세대 경영학과 05> 단장은 “연세대학교는 타 대학에 비해 응원문화가 잘 발달돼있다”며 “이 때문에 홈경기의 경우 학생 관객이 체육관을 가득 채운다”고 말했다.

특히 대학농구의 경우 올해부터 수도권 대학 12개교가 홈경기와 원정경기를 번갈아 진행하는 ‘홈앤드어웨이’ 방식이 도입되면서 응원의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따르면 12개 대학 농구부는 미리 짜여진 대진표에 따라 홈경기와 원정경기를 진행하게 된다. 외부에서 경기를 진행했던 종전의 방식과는 달리 경기장소가 중요 변수로 떠오르면서 응원이 선수들의 심리에 더욱 큰 영향을 끼치게 된 것이다. 최명용<한양대 농구부> 감독은 “홈앤드어웨이 방식이 도입되면 응원하는 학생들의 수가 어느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하지만 올해 처음 시행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응원객 수를 끌어올리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대 변화가 응원문화 소실시켜
대학교 응원문화가 사라진 원인은 다양하다. 우선 대학스포츠 자체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 저하가 가장 큰 원인으로 부각된다. 학생들의 관심이 떨어지면서 응원열기도 사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에 비해 유흥요소가 많아지면서 학생들의 스포츠경기에 대한 열기가 다소 떨어진 것이 주효했다. 요리, 그림 등의 취미생활이나 각종 스펙쌓기가 사회적 추세로 굳어짐에 따라 대학스포츠를 구경하려는 학생들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과거 학교 당국에서 학생들을 억지로 경기장으로 보내 관중석을 채웠던 강제적 응원문화가 사라진 것도 응원문화 부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그 당시 경기장에서 출석을 체크하는 수업, 경기 응원을 과제로 하는 수업 등 학생들을 경기장으로 향하게 하는 유인은 다양했다. 천보성<한양대 야구부> 감독은 “과거 대학경기에서의 학생동원은 다소 불합리한 요소가 있긴 했지만 경기장을 채우는 데는 큰 역할을 했다”며 “경기에 관심이 없던 학생도 동료와 하나되어 응원하면서 학교에 대한 애교심을 키우곤 했다”고 주장했다.

학생선수 및 관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부의 권고도 응원문화를 침체시켰다. 운동선수들이 운동으로 인해 학교 수업을 자주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대부분의 경기를 오후 5시 이후에 시작하도록 권고했기 때문이다. 이는 상당수 관객들의 이탈현상을 낳았다.

이밖에 프로경기가 활성화되면서 아마추어인 대학스포츠의 인기가 떨어진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프로경기를 찾는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반면 대학스포츠를 보려는 관객들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프로경기가 대형 경기장을 독식해 대학스포츠 경기가 상대적으로 외진 곳에서 열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천 감독은 “아마추어 경기인데다 경기장소도 외진 곳이기 때문에 아예 경기가 어디서 열리는지조차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며 “프로야구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이런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알게 하는’ 것이 급선무
대학스포츠 응원문화 부재는 우리학교 뿐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수의 대학 스포츠팀이 ‘이겨도 몰라주는’ 경기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응원문화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홈앤드어웨이 제도, 각 대학 응원단의 경기응원 등 다양한 방안이 시행되고는 있지만 대학 응원문화 부재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학생들이 이런 노력에 대해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변성준<공대ㆍ기계공학과 09> 군은 “대학경기가 언제 하는지, 어디에서 하는지조차 몰라 경기에 관심을 가지기 힘들다”며 이에 동조했다.

학교 당국에서도 대학스포츠 경기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LED 전광판 광고, 응원단 지원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성과가 미미하다. 우리학교 LED 전광판의 경우 설치된 곳이 많지 않은데다 크기가 작아 학생들의 시야에서 벗어나있다. 우리학교 응원단 또한 선수단이 4강에 진출했을 때만 응원지원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그 외의 시합에서는 사실상 자비를 통해 응원해야 한다. 응원단 ‘루터스’의 심경철<국문대ㆍ한국언어문학과 06> 단장은 “4강 이상 진출했을 경우 소정의 지원금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마저도 넉넉하지는 않은 편”이라며 “학교 측에서 응원의 필요성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체육부 관계자들은 홍보 강화를 주장한다. 학교 학생들에게 응원 참여를 요구하기 이전에 우선 경기가 열리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직원은 “애지문, 학생회관 등 학생들이 자주 드나드는 장소에 전광판이나 현수막을 달아 그날의 경기일정을 알려줘야 한다”며 “주요 경기일정을 학생들에게 알려줌으로써 상당한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천 감독도 “최근의 사회적 추세로 인해 학교 당국의 자발적인 학생동원은 힘들다”며 “공휴일이나 주말에 경기가 있으면 이를 적극 홍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학내 스포츠 동아리에 장소를 대여하거나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대학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스포츠 동아리는 해당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경기를 홍보함으로써 관람객의 외연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천 감독은 “체육부의 일정이 없을 경우 실내 경기장이나 야외 운동장 등을 각종 스포츠 동아리에 개방하고 있다”며 “동아리 학생들의 대학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높여 이를 일반 학생들까지 확대하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사진제공 : 위클리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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